송기호 변호사는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 두 번째 연재에서도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한다. 서명본의 영토를 규정하는 1장을 보면, 독도 인근 해양과 같은 "영해의 외측 한계에 인접하거나 그 밖에 위치한 해상(海床), 하충토를 포함한 해양 지대"에 대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may exercise)"으로 표시돼 있다는 것.
원래 지난 5월 25일 공개본에서 이 부분은 "행사하는(exercises)"으로 돼 있었다. 한일 간 독도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수정은 심각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송 변호사는 "서명본의 바뀐 문구대로라면 독도 영해에 대한 주권 행사가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한국 영토 여부가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한미 FTA보다 불과 이틀 전에 서명을 한 미국과 파나마의 FTA의 영토를 규정하는 장의 표현이 "행사하는"으로 돼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미일 관계를 고려해서 한미 FTA의 서명본의 문구 수정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는 더 나아가 정부가 "투자자 제소 때 당사국이 '필수적 안보'(ES)라고 주장하면 (제소에서) 예외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부분도 다르게 해석했다. 이 부분(한미 FTA 23장 주석2)이 서명본에 추가된 것은 한국에 법인을 둔 중국 기업이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침묵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해명을 기대한다. <편집자>
지난 글에 이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서명본이 지난 5월 25일자의 한미 FTA 공개본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부분을 1장부터 해설하겠습니다. 한미 FTA가 어떻게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최종 연재에서 별도의 주제로 삼아 따로 쓰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본 서문과 함께 한미 FTA의 기초를 이루는 1장에 가해진 수정 가운데, 주목할 만한 부분이 독도 지역과 관련된 표 4의 영토조항입니다. (영문 협정문의 영어를 먼저 쓰고 필자의 번역을 붙이는 불편한 방식에 다시 한 번 독자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서명본과 옛 공개본의 조문 비교 대조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국민에게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역시 왜 위와 같이 영토 조항에서 변경을 가하였는지 설명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불과 이틀 전에 서명을 한 파나마의 FTA를 찾아보았더니, 파나마의 영토조항에서는 배타적 경제수역이나 대륙붕에 대해서 [표 4]의 서명 전의 용어로 되어 있었습니다(파나마-미국 FTA 부속서 2.1). 한국-칠레 FTA(부속서 2.1), 한국-싱가포르 FTA(2장)에서도 서명 전의 용어로 되어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주권을 '행사하는' 영해 가운데, 오로지 독도를 기점으로 한 영해만이, 이른바 일본의 영유권 주장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오로지 독도 인근의 영해만이 이른바 일본의 시비에 의해, 그에 대한 한국의 주권 '행사'를 놓고 과연 '행사할 수 있는' 것인지 따짐을 받는 유일한 영해입니다. 그러므로 [표 4]의 서명 전과 서명 후의 변화는 독도의 영해를 고려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독도 조항'이라 부릅니다.
만일 [표 4]의 서명 전 조항에 따를 경우, 독도 영해의 외측 한계 인근에 위치한 곳은 한국이 주권을 실효적으로 '행사하는' 한국의 영토입니다. 그러나 [표 4]의 서명 후 조항에 의하면, 독도 영해에 대한 한국의 주권 행사가 국제법적으로 인정되는 지 여부에 따라 한국 영토 여부가 결정됩니다.
이 기사가 발행된 후 외교통상부는 <프레시안>에 두 가지 해명을 해왔다. 우선 "may exercise"로의 변경은 미국 정부의 요청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자청했다는 것. 미국이 쓰는 방식으로 표현을 통일하기 위해서 "exercises"를 "may exercise"로 바꿨다는 해명이다. 그리고 외교통상부는 "may exercise"와 "exercise"의 국제법적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외교통상부의 지적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 [표4]의 조항 바로 다음에는 물론 미국의 영토 조항이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생략한 미국의 영토 조항을 보면, 미국의 50개 주, 콜롬비아 특별구, 푸에르토리코 등 미국의 특성을 반영한 문구로 돼 있습니다. 여기서 미국은 영해 조항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may exercise)"이라는 표현을 서명 전이나 서명 후에도 동일하게 사용하였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이러한 한국의 영토 조항 문구를 미국의 그것에 일치시키기 위해 [표4]와 같이 수정하였다고 변명한다면, 저는 파나마-미국 FTA를 보라고 하겠습니다. 그곳에서 파나마는 주권을 "행사하는(exercise)"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미국은 이와 달리 "행사할 수 있는(may excercise)"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국제법상 영토는 국가 주권의 요소입니다. 영토에 관한 표현을 다른 나라에 따라가기 위해 바꾸는 나라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도 한국-칠레 FTA, 한국-싱가포르 FTA 심지어 [표4]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한미 FTA에서도 육지·해양·상공에 대해서는 "주권을 행사하는(exercises)"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왜 영토 조항을 수정하였는지를 성실히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
영토 조항은 매우 중요합니다. 필자는 [표 4]의 수정을 우연한 일로 보지 않습니다. 미국에게 한미 FTA는 미-일 관계 그리고 미-중 관계를 떠나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서명본의 일반적 예외 규정(23장), 그러니까 한미 FTA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를 정한 조항들의 하나인 필수적 안보 예외 조항(23.2조)에서, 이번 서명본에 새로 삽입된 [표 5] 조항을 함께 볼 필요가 있습니다.
[표 5] For greater certainty, if a Party invokes Article 23.2 in an arbitral proceeding initiated under Chapter Eleven(Investment) or Chapter Twenty-Two(Institution Provisions and Dispute Settlement), the tribunal or panel hearing the matter shall find that the exception applies. (한미FTA 23장 주석 2)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일방의 국가가 11장(투자) 혹은 22장(제도 규정과 분쟁 처리)에 따라 개시된 중재 절차에서 23.2조(필수적 안보 예외)을 원용하는 경우, 이를 접수한 중재 판정부 혹은 판정단은 그 예외가 적용된다고 판정해야 한다. |
조금 어려운 내용이지만, 조금만 인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처럼 새로 추가된 조항의 의미를 이해하는 일은 변호사에게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아래의 한국 정부 <국정브리핑>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이렇게만 달랑 말합니다.
"투자자 제소 때 당사국이 ES 예외조항 원용시 예외 적용"
이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표 5]의 조항은 사실 법률가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조항입니다. 만일 여러분이 질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걸려 소송을 당했다고 합시다. 이럴 경우 여러분이 법정에서 판사 앞에서 "판사님! 이 소송은 저의 집안의 필수품을 내어 놓으라는 것이므로 불가합니다"라고 주장만 한다면, 그 말을 들은 판사가 여러분의 말에 순응해서 그대로 판결을 해야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가 있겠습니까?
놀랍게도 [표 5] 조항은 그 상상을 현실로 실현시켜 줍니다. 독자 여러분! 재판을 받는 당사자가 하는 항변에 판사가 따라야 하는 법이 여기 있습니다! [표 5]의 조항은 만일 한국인 투자자가 미국의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였으나, 미국이 필수적 국가 안보라는 이유로 그 인수를 좌절시키는 경우, 한국인 투자자가 미국을 국제 중재에 회부하더라도 미국이 필수적 안보라고 주장하면, 국제 중재 판정부는 미국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연 왜 이렇게, 판사와 변호사를 실업자로 만들기에 충분한 조항이, 한미 FTA에 들어왔을까요? 저는 이 조항을 '중국 조항'이라고 부릅니다. 이 조항은 한미 FTA가 중국이 미국 기업을 인수하는 우회로가 되지 못하게 하는 조항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2005년에, 중국 국영 해양 석유 공사(CNOOC)가 미국의 석유 회사인 유노칼(Unocal)을 인수하려다 다름 아닌 바로 이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좌절된 사건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수출 상대국 가운데 1위가 중국일 정도로, 그리고 한국에 농산물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중국일 만큼,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는 매우 밀접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기업도 매우 많지만, 앞으로 한국에서 한국법에 따라 한국 회사를 설립하는 중국 투자자도 늘어날 것입니다. 중국인 투자자가 세운 한국 회사라 하더라도, 한국법에 따라 설립되었고,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면 한미 FTA에서는 한국의 기업으로 인정되며, 따라서 이 기업이 미국에 진입하려 할 경우 한미 FTA의 보호를 받습니다. (한미FTA 11.28조)
[표 5] 조항은 한국에 투자될 중국 자본을 겨냥하여, 그 파급력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국이 한국을 통해 미국에 진입하는 것을 필수적 국가안보라는 주장으로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독자들은 아마 기억할 것입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쾌거를 중국과 일본이 마냥 부러워하는 광고를! 이 광고의 국제 질서는 매우 허구적입니다. 세계 질서에서 한국은 미국을 앞에 두고 중국, 일본과 경쟁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반복한다면, 중국이나 일본 그 어느 나라도 미국을 놓고 한국과 경쟁하지 않으며, 경쟁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그런 위치에 놓여 있지 않습니다. 미국은 미일 동맹의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볼 뿐이며, 중국 견제의 관점에서 한국을 살필 뿐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표 4], [표 5]의 조항입니다.
이 광고만큼 허구적인 것이 한국 정부의 놀라운 능력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월 25일자의 한미 FTA 공개본에서 '이익의 균형'을 맞추었다고 하더니만, 지난 2일자의 서명본에서도 그 '균형'을 다시 맞추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언제나 균형을 맞추어 냅니다.
앞의 제1회 연재에서 보았다시피, 미국에 투자한 한국인들은 미국에서 미국인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서문 조항이 삽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 글의 [표 5] 조항과 같이 한미 FTA를 통하여 외국의 자본을 유치하려는 한국의 노력에 새로운 장애가 조성되었어도, 그리고 [표 4] 조항과 같이 영토 조항에 손질이 가해졌어도, 언제나 이익은 균형 상태입니다. (계속)
☞ FTA 서명본 첫 번째 해설 : "한미 FTA는 '불평등 조약', 미국서는 '뭉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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