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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기자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습니다"

[기자의 눈] 기자실 논란, 진짜 핵심은 무엇인가

요즘 정부의 기자실 통ㆍ폐합 방침을 놓고 말들이 많다. 보수, 진보언론을 막론하고 언론들이 한 목소리로 정부의 이런 방침을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무현 대통령, 김창호 국정홍보처장 등 정부의 반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이렇게 대립이 격화하면서 사태는 양측의 사생결단식 기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 논란은 애초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컸다. 최근 최장집 교수가 지적한 대로 "권력을 남용해서라도" 임기 말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 보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가 이 논란의 가장 중요한 배경인 탓이다. 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는 결국 정부 스스로 언론이 되는 우스운 상황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논란의 진짜 핵심이 무엇인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과연 언론은 떳떳한가?

사실 기자는 이런 논란에서 선뜻 동종업계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따로 부처를 출입하지 않고 과학ㆍ산업ㆍ의료ㆍ환경의 쟁점들을 좇아 온 경험을 떠올려 보면 기자실은 취재를 위한 든든한 보루라기보다는 또 다른 장애물로 기능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해당 부처의 출입기자가 아니어서 받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쟁점을 둘러싸고 해당 부처와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정작 그 부처의 기자실과 그 공간에 속한 기자들은 결코 '우군'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부처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안 사태 때의 산업자원부 기자실, 황우석 사태 때의 과학기술부 기자실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문제만 봐도 그렇다. 지금은 모든 언론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보도를 한다. 그러나 정작 현재의 수입 위생 조건이 논의된 2005년 말, 일부 시민ㆍ사회단체가 이 문제를 제기할 때 관심을 보인 언론은 거의 없었다. 상황이 그 지경이 된 데에는 농림부 기자실의 침묵이 단단히 한몫 했다.

이런 경험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까? 기자들은 한번 스스로에게 물어볼 일이다. 과연 기자실에서 제대로 '감시'를 해 왔는가? 공무원으로부터 '관리'받아 오면서 그들 입맛에 맞는 기사를 왕왕 써 왔던 것은 혹시 아닌가? 한국 대다수 언론의 상당수 기자는 결코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전 언론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는 마당에 여론의 호응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이번 논란을 보도하는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자. 노무현 대통령의 노림수에 비판적인 댓글만큼,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수가, 언론과 기자에 비판적이다. "발로 안 뛰고 공무원에게 의존해 온 너희들이 그렇게 큰소리 칠 자격이 있는가?"

정부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까닭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선뜻 노무현 정부의 기자실 개혁에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다. 먼저 어제(30일) 아침에 있었던 일부터 짚어보자. <서울신문>은 "부산으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아닌 '큰 뼈'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농림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단독 보도했다.

누가 보더라도 중요한 뉴스였다. 기자는 기사를 접하자마자 농림부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가축방역팀으로 전화를 했다. 그러나 기자의 전화를 받은 공무원의 대답은 전혀 뜻밖이었다.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의 취재에는 응하지 않습니다." 단지 '사실(fact)'인지 '확인(confirm)'만 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요지부동이었다.

물론 가축방역팀의 공무원이 기자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리 없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한 기사로 언론중재위원회에도 가 봤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가축방역팀장과 1대 1로 언성을 높이며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사정 탓에 기자는 사실상 농림부를 상대로 '백그라운드(background)' 취재를 하는 것을 사실상 포기해 온 터였다.

그러나 검역 과정에서 큰 뼈가 발견됐다는 사실 확인은 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아무리 특정 언론사가 밉더라도 그 기관의 일상 업무와 관련된 사실 확인은 해당 기관이 응당 해야 할 의무다. 바로 이런 의무를 저버릴 때 바로 특정 언론사, 특정 기자와 공무원의 유착이 똬리를 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정작 '국민의 알 권리'는 위태로워진다.

언론만큼이나 부처 일각에서도 노무현 대통령과 국정홍보처의 조치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실제로 정부 내부 워크숍에서 일부 부처 관계자는 "기자실에서 일부 영향력 있는 언론의 기자만 잘 관리하면 70% 정도는 부처의 입장을 반영한 기사가 생산된다"며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한다. 기자들만큼이나 공무원들도 기자실에 기대 왔던 것이다.

정부의 몫, 언론의 몫

정부와 언론은 저마다 과연 지금 한 목소리로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제 역할을 해 왔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마치 기자실이 모든 악의 근원인 양 몰아가는 것은 논란의 핵심을 비켜가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이나 하고 있다"고 기자들을 상대로 내뱉은 비아냥거림은 그대로 상당수 공무원에게도 돌아가야 할 말이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 기자실, 없애도 상관없다. 다만 기자실의 기자를 적당히 '관리'하면서 국민의 '제대로' 알 권리를 막아 온 공무원의 관행도 같이 없애야 한다. 기자실 문제는 이 대목을 분명히 한 뒤에 논의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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