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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지켰다더니…협정문 분석할수록 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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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은 지켰다더니…협정문 분석할수록 가관"

심상정 "약값 적정화 방안 무효화하는 독소조항 발견해"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을 지켰다고 선전해 왔지만, 지난 25일 공개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정부는 사실상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 '한미FTA 특위' 위원인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은 27일 "한미 FTA가 비준된다면 과도한 약값 부담으로 국민 건강보험이 존폐 위기에 몰릴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보건복지부의 '약값 적정화 방안'이란 식약청에서 시판을 허가한 의약품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해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미국 측은 한미 FTA 협상에서 이 제도가 미국 제약회사들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한국 측은 싱가포르에서 별도 협상까지 열어가며 이 제도의 도입을 허락받는 대신 미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이 왜 이런 각주를 넣는 데 동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심상정 의원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을 시행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협정문 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 2조 '혁신에의 접근'에 작은 글씨로 덧붙은 각주에 근거한 것이다.
  
  이 각주에는 "의약품 처방전 개발 및 관리는 정부조달에 관여하는 보건의료 기관을 위한 의약품 정부조달의 한 측면으로 간주한다. 의약품의 정부조달은 이 장의 규정이 아닌 제17장(정부조달)이 규율한다"고 나와 있다.
  
  심상정 의원은 '의약품 처방전(Pharmaceutical formulary)'과 '정부조달에 관여하는 보건의료 기관'이, 한국 입장에서는 각각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과 약값을 심사·평가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경우, 약값 적정화 방안은 한미 FTA 5장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특정' 규제가 아니라, 17장 '정부조달'의 '일반' 규제를 받게 된다. 심 의원은 "한미 FTA가 준용하는 '정부조달 협정'에는 기술규격 이외에는 조달대상물품을 규제하는 별다른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식약청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은 보험가격 결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보험급여목록에 등재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심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며 "특히, 정부조달은 비위반 제소(non-violation complaint, 협정을 위반하지 않아도 투자자의 기대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한 경우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적용대상으로, 포지티브 리스트 제도 역시 비위반제소의 적용대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호주 측 협상가로 미-호주 FTA 의약품 협상에 참가했던 토마스 파운스 의학박사는 "나는 왜 한국인들이 이 각주를 넣는 데 동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 각주에 따라) 미국의 대형 (제약)회사들은 자동적으로 자사 의약품을 (포지티브 리스트에) 등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열리면, 이 각주는 꼭 제거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건의료 기관'이 아니므로 건강보험 약값 적정화 방안은 앞으로도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정부의 기능을 직접 위탁받아 수행하는 법정 공법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정부 기관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란 지적이다.
  
  심상정 의원은 "국민의 약값 부담을 덜겠다며 정부가 현재 시행중인 제도를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에 맞춰 무효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는 단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협정문을 분석할수록 앞으로 한국의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하는 독소조항이 속속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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