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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도시인을 위한 농업 이야기·7] 생태도시의 필요성과 그 조건

지난 6일 국제연합(UN)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를 보면, 2080년대에는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 기온이 3℃ 이상 높아져 지구 생물의 대부분이 멸종한다. 또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아시아에는 홍수와 산사태가 크게 늘어난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환경부는 지구 온난화 추세가 계속될 경우 2050년에 한반도 기온은 3℃ 오르고 강수량은 17%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태풍이 지금보다 훨씬 자주 한반도를 강타하고 심한 더위가 닥치며 평균 해수면도 연간 0.1~0.6㎝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5~6℃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기존 산림 생물들이 대부분 멸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벼를 비롯한 농업 부문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81~2090년 사이 평균 벼 수확량은 1971~2000년에 비해 14.9% 줄어든다.

이 같은 환경 대재앙 속에서 인류는 생존할 수 있을까. 생존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매우 비참한 모습이 될 것이다. 아마도 생존하는 것 자체가 고통일지 모른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한 과제이며 이 문제를 배제한 그 어떤 미래 청사진도 공허할 수밖에 없다.

생태계 복원은 삶을 둘러싼 제반 조건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인구의 절대 다수가 거주하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로 거듭난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세계인이 아바나를 주목하는 이유

쿠바는 소련 붕괴와 미국의 경제 봉쇄에 의해 최악의 경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원료와 기계 공급의 차질로 공장의 80%가 문을 닫았고 노동자의 40%가 실업자로 전락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절대적인 식량 부족이었다. 1991년에 이미 쌀은 바닥이 났고 콩은 50%, 분유는 22%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쿠바가 선택한 것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아울러 도시 스스로 필요한 식료품을 공급하는 도시농업을 정력적으로 추진했다. 쿠바는 유기농업으로의 전면적인 전환을 전 국민의 토론을 거쳐 국민투표에 부쳤으며 93%의 지지로 확정지었다.

이런 전환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은 풍부한 과학기술 인력이었다. 쿠바 인구는 라틴아메리카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하면서도 과학자 비율은 11%에 이르고 있었다. 과학기술 인력이 전격적으로 투입된 결과 매우 정교하면서도 창조적인 유기농법들이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었다.

종전의 농약 대신 생물농약과 천적이 이용되었고 내성 품종의 지배와 함께 돌려짓기(윤작), 섞어짓기(혼작), 피목작물 재배 등이 도입되었다. 또 화학비료 대신 생물비료, 지렁이 퇴비, 기타 유기질 비료와 천연 인산과 가축 분뇨 등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전략적 전환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도시농업의 성과는 괄목할만한 것이었는데 1999년 전체 쌀의 65%, 채소의 46%, 오렌지를 뺀 과일류의 38%가 도시에서 생산 공급되기에 이르렀다. 덕분에 위기에 처했던 시절 45%에 수준에 머물던 식량자급률은 10년 뒤 95%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아울러 녹색약품의 재배가 확산되면서 붕괴되었던 의료체계도 상당 정도 복원할 수 있었다.

이러한 도시농업의 성공과 함께 아바나를 생태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었다. 석유 공급이 빈약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차량 중심에서 자전거 중심의 교통 혁명이 이루어졌다. 또 태양열 에너지를 비롯한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비율이 증가했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시민 전체가 1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아바나는 환경오염 요인이 크게 줄어드는 대신 곳곳에 수풀이 우거지고 텃밭이 조성되는 지속가능한 생태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한층 진화된 21세기형 도시가 탄생한 것이다.

도시농업과 시민이 참여하는 생태도시 가꾸기

의심할 여지없이 생태도시는 모든 도시가 지향해야 할 좌표가 되고 있다. 매우 불충분하기는 하지만 우리나라도 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들이 도입되고 있다. 푸른도시, 녹색도시, 초록도시 등 갖가지 꼬리표를 단 정책들이 중앙행정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에 의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생태도시를 향한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도 청계천 복원공사였다. 비록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청계천 복원공사의 정치적 성공은 관료 사회로 하여금 생태도시의 관점을 수용하도록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행정 중심의 접근은 자칫 시민을 피동적 존재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 행정기관에서 제공한 생태 환경을 그저 관람하고 즐기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삶의 조건과 양식을 총체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바로 여기서 도시농업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도시농업을 실천함으로써 생태주의적 관점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고 그 방향에서 자신의 삶과 주변 환경을 관찰하게 된다. 그만큼 의식과 삶의 양식을 생태주의적 방향으로 변모시키는 데 효과가 큰 것이다. 이로부터 도시농업은 시민 각자가 일상적 실천을 통해 생태도시를 만드는 한 주체로 나서도록 만든다.

이런 점에서 녹색도시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사업은 가급적 도시농업의 관점에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서울시는 남산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비용의 절반을 시에서 부담해가며 '푸른 옥상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푸른 옥상을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이왕이면 '옥상 농원'을 조성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시농업은 처음부터 생태농업으로 출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좁은 도시 공간 안에서 농약과 비료를 쏟아 붇는다면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농촌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생태농업의 의미를 깨닫도록 하는 지속적인 교육을 전제로 하면서 도시에서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생태도시가 되자면 여기서 한참 더 나아가야 한다. 우선 환경오염의 주범인 도로교통 중심의 교통 시스템에 대한 재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개발 이익을 추구하는 토지 소유 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처방도 나와야 한다. 생태도시는 불가피하게 전반적인 사회혁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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