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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 '엽서'의 의미를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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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 '엽서'의 의미를 왜 모르는가"

[단독공개] 대한의원의 정체 보여주는 엽서들

논란이 됐던 서울대병원의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사업이 지난 3월 15일 기념식에 이어 6일 '대한의원 개원 100주년 심포지엄'을 끝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이태진 교수(사학과)는 "대한의원은 일제 식민지 정책의 잔재가 아니라 대한제국 의료 근대화 정책의 산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서울대병원의 인식에 대해 수차례 반론을 펴온 연세대의대 박형우, 여인석 교수(醫史學)가 한 번 더 반론을 보내왔다. 이들은 연세대의대 동은의학박물관에 소장된 다수의 대한의원 개원 기념엽서를 분석하면서 대한의원의 성격이 일제 식민 통치의 전초 기지였음을 역설했다. <편집자>


서울대병원의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촉발된 대한의원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그 논란의 핵심은 대한의원을 일제 식민 통치의 전초 기지로 볼 것이냐 아니면, 대한제국의 성과물로 볼 것이냐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과 일부 사학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대한의원에 대한 미화 시도는 같은 서울대 교수들에 의해서조차 서울대가 대한민국의 국립대학으로서 존재할 최소한의 이유마저 부정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이미 여러 학자에 의해 입증된 대한의원의 식민지적 성격에 대한 논의를 되풀이할 의도는 없다. 다만 1907년 대한의원 개원 기념식에 즈음하여 발행된 일련의 기념엽서들을 통해 대한의원의 성격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엽서를 보라

최근 대한의원 개원 기념식 엽서가 두 장 공개된 적이 있는데 서로 상반된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대한제국 인장이 찍혔다는 개원엽서는 대한의원이 황실 사업이었음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공개되었고(<동아일보> 2006년 12월 29일자), 원장 사토 스스무의 사진이 실린 엽서는 대한의원의 식민지적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증거라는 측면에서 공개되었다(<프레시안> 2007년 3월 2일자, ☞관련 기사 보기 :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이 두 장의 엽서 이외에도 대한의원 개원 기념식을 축하하는 엽서들이 다수 발행되었다. 이 엽서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선 이 엽서들은 대한의원의 '개원'이 아니라 '기념식'을 위해 발행된 것이다. 대한의원은 1907년 3월 15일 개원하였으나 실제 대한의원 개원 기념식은 사토가 원장으로 취임한 후인 1908년 10월 24일 거행하였다. 형식상이라도 내부대신이 겸직하고 있는 시기에 이를 기념하는 행사는 없었고 사토가 원장으로 있는 시기에 개원식을 했던 것이다.

이 엽서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발행되었다. 대한의원 개원식을 기념하는 엽서, 일한인쇄주식회사에서 증정한 엽서, 그리고 일반 판매용으로 추정되는 엽서 등이 보인다.

대한의원 개원식을 기념하는 엽서에는 시계탑 건물, 사토의 사진, 진료실 광경 등이 들어 있는데, 이 엽서들은 제작에 있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다른 엽서들과 달리 요철로 제작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계탑 건물이 들어 있는 엽서의 상단 중앙에는 간호부의 모자가 표시되어 있고 중간에 시계탑 건물의 사진이 있으며 하단 중앙에 한자로 '大韓醫院開院式紀念'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 ⓒ프레시안

얼마 전 <프레시안>을 통해 공개되었던 사토의 사진이 들어 있는 엽서는 중앙에 훈장이 달린 정복을 입고 있는 사토 사진이 들어 있는데 네 귀퉁이에 일본의 상징인 벚꽃 문양이 들어 있다. 또한 양 옆에는 별이 하나씩 있는데 사토의 계급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병실 사진이 들어 있는 엽서는 해바라기 도안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것은 당시 일본에서 만들어졌던 엽서들에 식물 문양의 도안이 흔히 사용되었던 점과 일치한다.
▲ ⓒ프레시안

▲ ⓒ프레시안

다음으로 일한인쇄주식회사에서 발행한 엽서는 사진이 들어 있지 않고 도안이 들어 있다. 한 장에는 대한의원이 음영으로 표현되어 있고, 아래쪽에 나팔꽃 도안이 있다. 하늘은 바람이 부는 것 같이 도안되어 있는데, 이것도 당시 일본에서 흔히 사용되던 일본 민화, 즉 우끼요에(浮世繪) 풍의 도안이다. 간호사의 모습이 담겨 있는 또 다른 한 장 역시 우끼요에 풍인데 이는 러일전쟁 승전을 기념해 일본에서 발행된 엽서에 나오는 간호사의 모습과 거의 일치한다.
▲ ⓒ프레시안

▲ 대한의원 개원 기념엽서(왼쪽), 러일전쟁 승전 기념엽서(오른쪽). ⓒ프레시안

이 두 종류의 엽서에는 기념인이 찍혀 있다. 이 기념인이 대한제국 황실의 인장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지금도 많은 관광지에는 기념 도장이 있는데, 일제 시기에도 이런 도장이 유행했었다. 실제 사용된 엽서에 보면 우표에 현재도 사용되는 일반적인 일부인이 찍혀 있을 뿐인 것으로 보아 우체국에서 만든 기념 일부인이 아니며, 황실의 인장은 더욱 아니다. 엽서에 찍혀 있는 기념인은 단순히 대한의원 개원식을 기념하는 것일 뿐이다.

대한의원은 '그들'의 병원

마지막으로 발행 주체는 알 수 없는 엽서들이 있다. 이것들은 대한의원의 사진을 담고 있는데, 기념인에 '大韓醫院落成式紀念'으로 되어 있다. 양옆에 태극 문양이 있지만 아래쪽에는 명치연호가 들어 있다. 가운데에는 십자가가 들어 있어 병원을 의미하고 있다.
▲ ⓒ프레시안

당시 일본에서는 각종 사진과 도안을 넣은 그림엽서 발행이 크게 유행했는데 대한의원 개원 기념엽서의 발행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기념엽서에 사용된 사진이나 도안의 내용, 또 도안의 양식 등을 보건데 대한의원은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그들의 병원이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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