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硏 "서울대병원 '일제 미화'…감사원 감사 청구"

'대한의원 우표'에도 불똥…발행 중지 가처분 신청

친일 청산에 앞장 서 온 민족문제연구소가 서울대병원이 추진하고 있는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 122주년 기념사업'과 관련해, '일제 식민 통치 미화'를 이유로 서울대병원과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민족문제硏, 서울대병원에 감사 청구…'일제 식민통치 미화'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대한의원 100주년을 기념하고 또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것은 일제의 식민 통치를 미화하고 나아가 역사를 심각하게 왜곡할 소지가 많다"며 "이런 문제가 많은 사업과 관련 우표 발행을 중단시키고자 서울대병원과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한 감사를 13일 청구했다"고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감사원 감사 청구서에서 "대한의원은 일제의 통감부가 식민지배 정착이라는 목표 아래 꾸준히 추진한 조선인 회유책의 목적으로 설립됐다"며 "이 대한의원의 설립은 대한제국이 추진하던 자주적인 근대의학의 싹을 말살하고 이를 통감부가 통제하는 식민지 의료체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고 기념사업과 관련 우표 발행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감사원에 서울대병원과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사업과 관련 우표 발행의 역사적 정당성 검토 여부 △학계를 비롯한 내외의 여론 수렴 여부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감사해 줄 것을 청구했다.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우표'에도 불똥…발행중지 가처분 신청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박형우 연세대의대 동은의학박물관장, 여인석 연세대의대 교수, 이재명 변호사 등은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중지 가처분 신청을 1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우정사업본부는 15일 서울대병원의 '대한의원 100주년-제중원 122주년 기념식'에 맞춰 기념우표를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미 연세대 의대 측은 지난 2월 21일 우정사업본부를 대상으로 "지난 2월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한 우정사업본부가 한 달도 채 못 돼 대한의원 100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내용 증명 서한을 보내 우표 발행 중단을 요청했었다.
  
  당시 일제 통감부는 식민지배에 필요한 기반 시설을 만들면서 그에 드는 비용을 대한제국에 빚으로 떠넘겼다. 그 빚으로 만든 대표적인 시설이 바로 대한의원이라는 것. 연세대 의대 측은 "국채보상운동과 그 국채의 원인이 된 기관 설립을 기념하는 우표가 함께 발행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연세대 의대 측의 지적에 대해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3월 2일 공문을 통해 "대한의원은 대한제국이 세운 광제원, 대한적십자병원 등을 모태로 해 설립된 의료, 교육을 통합한 국내 최초의 국립병원으로 의료 근대화에 이바지한 점을 고려해 우표 발행을 결정했다"고 대답했었다.
  
  이런 논란 속에서 서울대병원은 15일 오후 4시 예정된 기념식을 개최한다. 이 기념식에는 서울대 이장무 총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등 3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