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한 게 없었던 것이 문제였던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이 임기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등장한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은 시작부터 지금까지 헛발질의 연속이다. 공모사업이 아니었던 독립영화전용관, 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 사업은 불공정한 공모 심사를 해서 물의를 일으켰고 마스터영화 제작지원사업에서는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영화 <시> 빵점 사건'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독립영화제작지원 심사에 위원장이 개입하여 특정 영화(그 영화 중 하나는 자신이 출연하기로 한 영화였다)를 선정하라는 압력을 넣는 불법을 저지르기에 이른다. 실용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은 먼 이야기다. 게다가 불법의 중심에 있던 조희문 위원장은 물러나기는커녕 지금도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도 모자라 다른 사고를 또 쳤다. 이번에도 대형 사고다. 그 사고의 내용은 영화발전기금 운영예산안이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영화발전기금에 대해 좀 알려드려야겠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내는 관람료에는 영화발전기금이란 것이 포함되어 있다. 관람료의 3%를 모아서 기금을 만들고 그 기금을 한국영화발전에 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관객들이 내는 돈을 모아 한국영화발전을 위해 쓰는 참 아름다운 기부인 셈이다.
그런 영화발전기금의 2011년 운영예산안을 영진위에서 확정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분도 헛발질에는 조희문 위원장 못지않은 분이다)의 결재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심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게 이만 저만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문제는 기금의 설립, 운영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예산안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한국영화의 다양한 발전에 기여해 왔던 영진위의 핵심 사업들이 큰 폭으로 삭감되거나 폐지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 제작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예술영화, 독립영화, 마스터영화 제작지원과 기획개발비 지원 등 대표적인 직접지원 사업들은 완전 폐지되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그리고 투자조합 사업 및 출자액의 규모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른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만들어 왔던 제작지원제도의 전반이 흔들리다 못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독립·예술영화 발전에 토대를 만들어 왔던 예술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사업과 영화단체들의 사업지원 부분이 모두 크게 감소하였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다양성사업 부문은 총 63억 가량 감소하였고 2010년 대비 55%가 축소되어 있다. <워낭소리>를 관람하고 나서 독립영화 발전을 위해 대단한 것을 할 것처럼 떠들어대던 대통령과 문광부장관은 어디로 갔나? 이건 헛발질을 넘어 대놓고 하이킥을 날리는 거다. 빵꾸똥꾸가 따로 없다.
식감한 문제가 또 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영화발전기금은 관객들의 관람료에서 모아지는 기금에 정부출연금이 더해져 만들어 진다. 관람료에서 부가세를 빼고 남는 금액은 극장과 영화제작·투자사의 수입이 되어 영화제작에 재투자되는 것이다. 그 관람료의 3%를 기금으로 만든 것은 관객(국민)들의 돈을 모아 영화 발전에 쓰자는 것임과 동시에 영화계가 가져가던 수입의 일부를 떼어내어 기금으로 만드는 취지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는 영화계가 출연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영화발전기금의 합리적인 운용을 위해 영진위와 영화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계를 속 빼고 자기들끼리만 북치고 장구치고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결과는? 한국영화발전은커녕 퇴보를 가져올지도 모르는 괴물이 나왔다. 그래서 영화인들은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영예산안을 영화퇴보기금이라고 부른다. 이건 비아냥거림이 아니다. 절박한 심정의 토로이다.
영진위와 문광부는 지금이라도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영예산안을 폐기하고 영화계와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은 이름 그대로 영화발전에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조광수 : 청년필름 대표. <해피엔드> <올드미스 다이어리> <후회하지 않아> <은하해방전선> 등 제작.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사이?>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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