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규칙적인 운동의 필요성과 장점에 대한 보고들이 수없이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달리기에 대한 관심도 점차 증가되고 있다. 하지만 규칙적으로 달리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극소수이지만, 하루라도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어 운동을 계속하면 부상을 입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신체적이거나 심리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날의 운동 계획을 절대 바꾸지 못한다.
필자는 얼마 전, 달리기 경력 3년차인 46세의 남자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들어 지속적인 피로감과 근육통 그리고 의욕 저하를 호소했는데, 바쁜 회사일 때문에 훈련 시간을 충분히 낼 수 없어서 기록이 나빠질까봐 늘 걱정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훈련 시간에는 반드시 계획된 훈련을 하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었다.
1년 전 3시간20분대의 마라톤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후에는 갈수록 완주 기록이 후퇴하고 있었는데, 훈련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밤 늦게까지 훈련 내용과 최근의 성적을 생각하다 보면 잠이 안 올 때도 있다고 했다.
훈련 못하면 기록 나빠질까 걱정
그는 훈련을 거르는 날이 거의 없으며, 주중에는 매일 아침 5시 30분경에 10∼15km를 달린 뒤 식사를 하고 출근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주말에는 한 주는 20km 이상 장거리 훈련을 하고, 한 주는 템포런이나 인터벌 훈련과 같은 속도 훈련을 번갈아 실시해왔다. 훈련량을 지난번보다 줄이면 훈련이 부족하여 실력이 줄어들 것을 염려했기 때문에 훈련량을 줄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항상 계획대로 일정한 수준의 훈련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다보니 달리기에 대한 마음도 달라졌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사업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아주 좋은 보약이었지만, 이제는 억지로 달리러 가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쳐야 겨우 숙제하듯이 해치우며 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를 더 증가시킬 뿐 결코 이전처럼 즐겁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훈련과 성적에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성적이 떨어지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몸을 과도하게 혹사시킨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가 오히려 또 다른 스트레스와 과훈련이라는 임상적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실 '과도한 훈련'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보통은 심각한 부상의 위험이나 부상으로 인한 불편함을 무릅쓰면서 하루라도 달리지 않고는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일종의 중독이나 의존적이고 강박적인 정신 상태를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달리지 못할 때의 불안감을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달려야 하는 것이다.
달리지 못하면 불안감 휩싸여
이렇게 생활 스트레스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신체의 기능 저하로 각종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미국의 미시
간대학에서는 해결되지 않는 스트레스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일수록 심혈 관계가 자주 흥분되어 관상동맥 질환이나 고혈압, 뇌졸중 같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남의 말을 불신하고 냉소적인 사람들 또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염증 반응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미국 스포츠의학회에서는 건강을 향상시키면서도 삶의 질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적절한 운동량의 기준을 개발했는데, 주당 3∼5일, 한 번에 한 시간 정도,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과훈련 예방에 필수적인 적당한 훈련을 확립하기 위해선 '훈련의 주기화'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훈련의 주기화에서는 운동 성적의 달성과 훈련의 균형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박적으로 달리는 사람들은 회복기와 필수 휴식일, 최고 성적을 위한 신체적 필요성에 대해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훈련과 식사 그리고 체중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하다. 훈련과 식사 조절은 둘다 체중 관리에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자신의 신체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비현실적인 신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둘의 조합이 식이성 질환을 초래하기도 한다. 엄격함보다는 자유롭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성격이 무의식적인 충동이나 감정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소화하여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성격을 잘 분석하여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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