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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귀한 줄 알아야 농업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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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귀한 줄 알아야 농업이 산다"

[도시인을 위한 농업 이야기·2] 농업 위기와 환경오염

한국 농업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몇 가지 징표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하다. 식량 자급률 24%. 이 정도의 자급률은 그나마 쌀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촌에서 아이 울음이 그친 지 오래 될 만큼 농업 노동력 재생산도 붕괴됐다. 앞으로 농업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고령층이 자연사하면 농업도 자연 도태될지 모른다.

한국 농업의 위기는 몇 겹으로 형성된 다층 구조다. 맨 위층에는 개방 농정으로 인한 초국적 농업 자본의 시장 잠식이 존재한다. 값싼 수입 농산물의 공세 앞에 국내 농업은 맥없이 무너져 왔다. 그 아래에는 부적절한 농업 정책이 빚어낸 부적절한 농업 시스템이 존재한다. 맨 아래층에는 농업 생산의 발전이 가로막히는 '지속가능성의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

농업이 1만 년 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원인

현재 한국 농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열세 배나 많은 농약을 사용할 만큼 화학농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른바 관행농업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농업은 오랜 기간 지력을 약화시켰다. 그 결과 1970년대 후반부터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됐다.

이런 농업 지속 가능성의 위기는 농업의 존폐 여부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근본적 위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농업의 근본 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이 대목에서 근대 이전 농업은 어떻게 해서 같은 토지를 이용하면서도 1만 년 이상이나 유지될 수 있었는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자연현상의 근본은 '순환'에 있다. 예를 들어 물은 강ㆍ바다→수증기→구름→비→강ㆍ바다, 이런 식의 순환을 반복한다. 농업은 이 같은 자연의 순환 원리를 생산 활동에 온전히 적용했다. 토지에서 양분을 흡수해 농사를 짓고 이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먹을거리를 해결하고 배설물을 다시 토지에게 돌려줌으로써 지력을 유지하는 순환 구조를 형성한 것이다.

옛말에 기회자장삼십(棄灰者丈三十), 기분자장오십(棄糞者丈五什)이라는 말이 있다. 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 30대를, 분뇨를 버리는 자는 곤장 50대를 치라는 이야기인데 이는 재와 분뇨가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되는 농사의 필수적 요소였음을 말해준다. 그만큼 전통 농업은 순환에 의존한 농업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대 이후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순환 구조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력의 위기, 자연 방제 능력 약화 등으로 생산성이 정체되는 현대 농업의 위기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근대 농업의 위기가 어떻게 잉태되었는지 살펴보자.

양분 순환 체계의 파괴

근대 농업이 근본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보다 직접적인 원인의 하나로 도시화를 꼽을 수 있다.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산업화, 도시화가 급속히 추진되면서 점차 많은 인구가 도시에 거주하게 되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인구의 8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할 만큼 도시화 정도는 극에 이르고 있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의 배설물과 각종 유기물질은 흙으로 되돌아가지 못한 채 강물로 배출돼 왔다. 이 점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발생시켰다. 농촌에서는 양분순환 체계가 파괴되면서 지력 회복 없이 일방적으로 토지가 수탈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반면 도시에서는 오염물질이 퇴적되는 상태에 놓이게 됐다.

오늘날 도시에서 배설물, 유기물질을 정화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도, 수질오염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애를 먹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이렇듯 농업에서의 양분 순환 체계의 파괴와 도시의 환경오염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통합적으로 해결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암시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도시화와 유사한 현상이 축산업 내부에서도 일어났다. 농가에서 소규모로 동물을 사육할 때 동물의 배설물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유기물로 공급되었다. 그러나 축산업이 기업화되면서 축산과 농지가 분리되었고 그에 따라 동물 배설물의 토양으로의 회귀가 차단되었다. 도시에 거주하는 인간의 배설물과 마찬가지로 축산업에서 배출하는 막대한 동물 배설물도 양분이 아니라 심각한 오염물질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도시화와 축산업의 기업화로 양분 순환 체계가 파괴되면서 약화된 지력을 화학적 방법으로 보충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져 왔다. 바로 화학비료가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비료는 자본에 의해 상품 형태로 공급되면서, 또 기계화를 촉진시키면서 자본에 의한 농업 지배의 지렛대로 작용했다.

최근 유전자 조작 작물을 통한 기업의 종자 지배는 그 절정이다. 본디 종자는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것으로서 종자가 지닌 능력은 사유화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나 자본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허를 획득함으로써 종자를 사유화ㆍ상품화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농업 생산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 조작된 종자를 구입한 농민은 불가피하게 같은 회사에서 제조한 농약을 구입해야 한다. 또 유전자 조작으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작물이 등장하면서 그에 맞게 개발된 새로운 수확 기계를 도입해야 한다. 초국적 농업자본은 종자가 갖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농업 생산 전반에 대한 지배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다.

진보인가 퇴행인가

자본에 의한 농업 지배는 농업 생산에 필요한 공산품과 농산물 사이의 부등가 교환을 통해 자본의 농민 수탈을 구조화한다. 동시에 지속적인 화학농업은 지력을 약화시킴으로써 토지를 수탈하게 된다.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농업은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산업이 된 것이다.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분석하면서 이런 현상을 지적했다.

"자본주의적 생산은 (…) 인간과 흙 사이의 순환적 상호 작용을 교란시킨다. 즉 인간이 먹을거리와 옷감으로 소비하는 흙 속의 성분을 다시 흙에 되돌려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은 토양의 비옥도에 영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연 조건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자본주의 농업이 거둔 발전은 단지 기술적인 발전으로서, 노동력과 지력을 착취한 것에 불과하다. 반대로 일정 기간 동안 지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되레 장기간 동안 지력을 파괴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근대 이후 인간은 화학화, 기계화 덕분에 농업 생산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에 대해 환호해 왔다. 이러한 발전을 과학의 승리요 인류 진보의 의심할 여지없는 징표로 받아들였다. 자본주의 착취 구조의 종식을 목표로 했던 사회주의 나라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과학의 능력으로 자연을 지배하면서 원하는 것을 마음껏 끌어낼 수 있다고 하는 오만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미 경험의 세계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듯이 그러한 태도는 결국 자연이 인간을 버림으로써 인간 생존에 치명적인 위험만을 초래할 뿐이다. 사고의 근본적 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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