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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2000원 아까워 '아토피 접착제' 고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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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2000원 아까워 '아토피 접착제' 고집하나?

[온돌마루 접착제 사용 실태] 50대 건설사 중 친환경 사용은 8곳뿐

아토피성 피부염 등 환경성 질환을 유발하는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하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에 대한 소비자의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형 건설업체 대다수는 다량의 유해 화학물질을 내뿜는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유성 접착제보다 상대적으로 유해 화학물질 함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평당 2000원에 불과하다.

▲ 온돌마루를 시공하는 모습. 바닥에 접착제를 부어 고루 편 다음 그 위에 온돌마루를 재단해 붙여나간다. 40평대 아파트에서 현관과 화장실을 제외하고 거실, 부엌, 방 등 실내 대부분에 온돌마루가 깔린다고 보면 30평 정도의 면적에 모두 120kg의 접착제가 바닥에 깔리는 셈이다. ⓒ프레시안

50대 건설업체 중 친환경 접착제 사용은 단 8곳뿐

<프레시안>이 2007년 상반기 아파트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대(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대형 건설업체 중에서 바닥에 온돌마루를 깔 때, 화학물질 함량이 적은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기로 한 업체는 8개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4개 업체는 온돌마루용 유성 접착제의 위험성이 지적되기 전부터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던 업체들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20006년 9월 이전부터 아파트 입주자의 안전을 위해서 수성 접착제를 사용한 기업은 삼성물산(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2위), 대림산업(5위), GS건설(4위), 포스코건설(7위) 등 4개 업체다. 나머지 4개 업체는 대우건설(1위), 롯데건설(8위), 현대건설(3위), 현대산업개발(6위) 등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을 비롯한 4개 업체는 지난 9월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 서울환경연합 등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지적하자 뒤늦게 수성 접착제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단 의원과 서울환경연합은 시중에 '친환경 접착제'로 유통되고 있는 유성 접착제가 휘발성유기화학물(VOCs)과 같은 화학물질 '범벅'이라는 사실을 고발했었다(☞관련 기사 보기).

이렇게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문제점이 지적되자 대우건설은 지난 10월 자사의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 현장에 온돌마루 시공과 관련한 지침을 보내 수성 접착제 사용을 의무화했다(☞관련 기사 보기). 현대산업개발도 지난 11월 "수성 접착제 사용으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며 수성 접착제 사용을 선언했다.

건설업체의 추가 부담…단 5만 원

여전히 SK건설(9위), 금호산업(10위) 등 대형 건설업체는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건설업체가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면서 하위 건설업체도 눈치만 보는 모양새다. 특히 30위 이하의 건설업체들이 주로 수주를 받는 대한주택공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2월 말 현재 전국 215곳)에서 수성 접착제는 찾아 볼 수 없다.
유성 접착제? 수성 접착제?

온돌마루용 접착제는 크게 유성 접착제와 수성 접착제로 나뉜다.

유성 접착제가 접착제의 주원료를 유기용제로 희석한 것이라면 수성 접착제는 유화가공(Emulsion) 처리를 해 물, 알코올 등으로 희석한 것이다. 특히 수성 접착제는 물과 섞기 때문에 유해 화학물질의 함량, 방출량이 유성 접착제에 비해 많이 감소한다.

단병호 의원, 서울환경연합의 지난해 측정 결과 수성 접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은 0.043~0.083%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유성 접착제 중에서 함량이 가장 적은 것(0.209%)과 비교해도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렇게 유해 화학물질의 함량이 적다 보니 방출량 역시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건설업체들이 유성 접착제를 사용하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의 몫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사용량은 입주자의 상상을 초월한다. 온돌마루를 시멘트 바닥에 밀착시키고자 쓰이는 이 접착제는 평당 4㎏ 정도가 소비된다. 온돌마루를 까는 면적에 따라서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40~100㎏이 쓰이는 것이다.

이들 건설업체가 유성 접착제 대신 수성 접착제로 사용하면 비용이 많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수성 접착제의 가격은 1㎏당 1700원 정도로 유성 접착제(1㎏당 1200원)보다 500원 비싸다. 즉, 유성 접착제 대신 수성 접착제를 쓸 경우 30평 아파트 1채를 기준으로 2만~5만 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의 연간 아파트 공급량이 1만~1만5000채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한 건설업체가 유성 접착제를 수성 접착제로 전환할 때 추가로 드는 연간 비용은 고작 5억 원 정도다(1만 채×5만 원=5억 원). 30평 아파트 1채의 평균 분양 가격이 2억1000만 원(평당 700만 원 기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추가' 부담이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의 액수다.

눈에 안 보이는 데 왜 돈 쓰나?…입주자의 '감시' 필요해

그렇다면, 이렇게 미미한 추가 부담에도 왜 건설업체들은 수성 접착제 사용을 꺼릴까?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2006년 시공 능력 평가액 기준 10위 안에 든 대형 건설업체의 현장 담당자로 그가 속한 업체는 여전히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고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계속 화학물질이 다량으로 포함된 유성 접착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게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마감재는 입주자도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접착제처럼 온돌마루 밑에 깔리는 마감재는 거의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선 생색도 안 나는데에다, 돈도 더 드는 수성 접착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결국, 건설업체들이 유성 접착제 대신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도록 하는 데는 입주자의 관심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이후, 유성 접착제의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온돌마루용 접착제의 종류를 묻는 입주자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이런 관심이 높아질수록 유성 접착제의 '퇴출'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간 온돌마루용 접착제 문제에 소극적이던 환경부의 태도 변화도 건설업체를 긴장케 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12월 29일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에서 "유해 화학물질 방출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유해 화학물질을 함유하지 않는 대체재의 생산이 가능하다면, 접착제의 화학물질의 함량을 관리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그간 접착제의 화학물질 함량을 규제하는 안에 반대해 왔었다. 그러나 이 기고에서 필요하다면 화학물질의 방출량뿐만 아니라 함량 관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화학물질의 함량 관리가 이뤄지면 수성 접착제에 비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 화학물질 함량이 최소 10배 이상 많은 유성 접착제의 퇴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광고'보다 더 중요한 것

최근 <프레시안>은 현대산업개발의 내부 공문을 입수했다. 이 기업은 2006년 9월부터 유성 접착제의 문제점이 계속 공론화되자, 2006년 11월부터 자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수성 접착제를 온돌마루용 접착제로 쓰고 있다. 특히 이 기업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는 <프레시안>의 이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여론 환기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관련 기사 보기).
▲ 현대산업개발이 수성 접착제 사용을 선언한 내부 공문. ⓒ프레시안

특히 이 기업은 수성 접착제 사용으로 이미지를 높이는 것과 함께 앞으로 온돌마루를 깔 때 유해 화학물질의 발생이 아예 없는 '비접착식 공법'을 개발하고 적용할 필요성도 제기해 주목된다. 일부 대형 건설업체가 겉만 번지르르한 광고에 치중하고 있을 때, 건설업체가 진짜 신경을 써야 할 대목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 것이다.

<프레시안>은 앞으로도 이 문제의 여론 환기를 위해서 정기적으로 건설업체의 아파트 건설 현장의 온돌마루용 접착제 사용 실태를 조사해 소비자에게 계속 알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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