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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지오' 온돌마루 밑엔 왜 '유성 접착제'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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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푸르지오' 온돌마루 밑엔 왜 '유성 접착제'뿐일까?

'시공능력 1위' 대우건설, '유해 화학물질 퇴출'엔 "글쎄"

대형 건설업체들이 시공하는 아파트에 사용되는 온돌마루 용 접착제가 아토피성 피부염 등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유해 화학물질 '범벅'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해당 업체들이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친환경 아파트를 표방해 온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은 온돌마루 용 접착제의 이런 문제점에 대한 사내외의 지적을 거듭 무시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이 접착제는 온돌마루를 시멘트 바닥에 밀착시키기 위해 쓰이는 것으로 평당 4㎏ 정도 소요된다.

'건강주택' 표방한 '푸르지오', 알고 보니…

<프레시안>은 25일 대우건설이 업계 관계자에게 지난 7월 5일 보낸 온돌마루 용 접착제 관련 이메일을 입수했다. 대우건설은 이 이메일에서 "대우건설은 한국공기청정협회가 운영하는 친환경 인증(HB마크, 클로버 5개)을 받은 유성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이어 "유성 접착제나 수성 접착제나 (유해 화학물질의) 방출량은 같은 기준이 적용되므로 수성 접착제만을 친환경 제품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수성 접착제만을 사용하게 되면 유성 접착제 생산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접착제 생산업계에 확인한 결과, 대우건설은 현재 모든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유성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이메일 답변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국내 온돌마루 용 접착제의 약 5% 정도를 납품받는다.

2006년 시공능력 평가 1위로 선정된 대우건설은 그동안 '건강주택'을 표방하며 '푸르지오'라는 아파트를 공급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 왔다. 그러나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40~100㎏이 쓰이는 온돌마루 용 접착제로는 유해 화학물질이 다량 포함된 유성 접착제를 고집해 온 것이다.
▲ 온돌마루를 까는 현장. 온돌마루 용 접착제는 평당 4㎏이 쓰인다.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했을 때 무려 40~100㎏의 접착제가 온돌마루 밑에 깔린다. ⓒ프레시안

'친환경 인증' 유성 접착제, 실외서도 사용할 수 없는 것

그렇다면 대우건설의 주장대로 유성 접착제 역시 친환경 제품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서울환경연합이 발표한 아파트 온돌마루 용 접착제의 친환경 인증 실태를 살펴보면 실상은 대우건설의 주장과는 정반대다("아파트 온돌마루 접착제, 유해 화학물질 '범벅'" 참조). 당시 단병호 의원 등의 발표는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를 바탕에 뒀다.

당시 발표를 보면, 대우건설이 사용한다는 '최우수'(HB마크 기준, 클로버 5개) 등급 유성 접착제의 일부는 환경부 산하 친환경상품진흥원의 친환경 인증(환경 마크) 기준을 적용해 보면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함량이 1.606%로 실외용(기준 : 1% 이하)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HB마크의 시험 방법 및 기준을 똑같이 적용해 방출량 테스트를 다시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애초 '최우수'(HB마크, 클로버 5개) 등급을 받은 유성 접착제를 다시 검사해보니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방출량이 자체 기준(최우수 0.25㎎/㎡h 이하)에 크게 못 미치는 '일반 Ⅰ(클로버 2개)' 등급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더 있다.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이 3배 가까이 높은 제품이 정작 방출량은 2분의 1밖에 안 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런 사정 탓에 단병호 의원은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을 기준으로 친환경 인증을 주는 HB마크의 시험 방법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환경부가 공인한 친환경상품진흥원의 친환경 인증(환경마크)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함량, 방출량을 동시에 측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접착제 생산업체들은 인증을 받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HB마크로 신청을 집중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HB마크를 받은 접착제는 166개 제품이지만 환경마크를 받은 기업은 31개 제품에 불과하다.

일부 건설업체는 2005년부터 유성 접착제 '퇴출'

대우건설의 주장은 이미 2005년부터 일부 대형 건설업체들이 유해 화학물질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성 접착제로 전환해 온 사정을 염두에 두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프레시안>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유성 접착제를 100% 퇴출시킨 기업은 2곳이다. S기업은 2005년 4월부터, D건설은 2006년 2월부터 모든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G건설, P건설은 최근 들어 부분적으로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가장 먼저 유성 접착제 퇴출을 선언한 S기업은 모든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수성 접착제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후, 접착제 생산업체로부터 "현장에서 유성 접착제를 공급한 것이 적발될 경우 납품을 중지하겠다"는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S기업 자체적으로 불시점검까지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성 접착제나 친환경 인증 접착제를 사용한다고 하고서 현장에서는 단가가 싼 유성 접착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S기업처럼 불시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접착제를 사용한다는 아파트 현장에서도 실제로는 더 질 낮은 접착제가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싼 맛'에 '위험' 알면서도 유성 접착제 쓴다

그렇다면, 왜 소비자의 반발을 무릅쓰고 대우건설 같은 대형 건설업체가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는 것일까? 대우건설은 다른 유성 접착제 생산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그러나 상당수 유성 접착제 생산업체는 수성 접착제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답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유성 접착제 사용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는 단가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업체 직원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는 유성 접착제를 사용하며 2006년의 시공능력 평가에서 10위 안에 든 기업의 현장 담당자다.

"사실 품질 좋은 수성 접착제도 있기 때문에 현장 담당자로서는 수성 접착제로의 전환을 바란다. 문제는 의사 결정권이 있는 고위직의 인식에 있다. 거의 모든 건설업체가 수성 접착제를 쓰지 않고 있는 마당에 먼저 나서서 단가가 높은 수성 접착제를 사용할 까닭이 있느냐, 이런 게 바로 고위직의 인식이다."

이런 고백은 시공능력 평가에서 상위 30위 안에 든 건설업체들을 확인한 결과 4곳 정도만이 수성 접착제로의 전환을 시작한 사실로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단병호 의원과 서울환경연합이 지난 11일 충격적인 내용을 공개한 뒤에도 대다수 건설업체는 불똥이 어디로 튈지 눈치를 보면서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한 시공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체가 수성 접착제 사용을 못 박지 않으면 사실상 값싼 유성 접착제 사용을 권유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건설업체가 △수성 접착제 사용을 못 박고 △올라간 단가 만큼을 예산에 반영하고 △더 나아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업체, 눈앞 이익만 보지 말고 멀리 보라"

이런 지적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유성 접착제든 수성 접착제든 '최우수'(HB마크 기준, 클로버 5개) 제품을 쓰는 게 원칙"이라며 "대우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유성 접착제도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아래 도급업체가 굳이 수성 접착제를 쓴다면 우리가 말릴 이유가 없다"며 "일부 다른 업체에서 수성 접착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알고 있고 대우건설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상대적으로 유해 화학물질이 덜 포함된 접착제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내 공기 질을 포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우건설은 친환경 자재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설계, 시공 과정에서 실내 공기 질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단병호 의원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대형 건설업체가 수성 접착제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계속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며 "대우건설 같은 대형 건설업체가 아파트 입주자의 건강보다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단 의원은 "앞으로 10월에 있을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건축자재 친환경 인증 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칠 예정"이라며 "근본적으로 유성 접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 함유 기준을 설정해 규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단 의원의 구상이 현실화되면 건설현장에서 사실상 유성 접착제가 퇴출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유성 접착제와 수성 접착제, 얼마나 차이 나나?

온돌마루 용 접착제는 크게 유성 접착제와 수성 접착제로 나뉜다. 유성 접착제가 접착제의 주원료를 유기용제로 희석한 것이라면, 수성 접착제는 유화가공(Emulsion) 처리를 해 물, 알코올 등으로 희석한 것이다.

수성 접착제(10시간)는 유성 접착제(1시간)보다 완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이 더 들기 때문에 단가가 더 높다. 그러나 수용성 접착제는 물, 알코올 등으로 희석한 탓에 유해 화학물질의 함량과 방출량이 적다.

단병호 의원과 서울환경연합의 측정 결과, 수성 접착제의 휘발성유기화합물 '함량'은 0.043~0.083%로 유성 접착제 중에서 가장 함량이 적은 것(0.209%)과 비교해도 10분의 1 수준이었다.

휘발성유기화합물의 '방출량'도 마찬가지다. 수성 접착제의 방출량은 0.005~0.047㎎/㎡h로 '최우수' 등급(HB마크, 클로버 5개)을 받은 3개 제품이 1.992㎎/㎡h, 0.313㎎/㎡h, 0.025㎎/㎡h로 제각각인 것과 대조적이다.

가격은 유성 접착제는 1㎏ 당 1200원, 수성 접착제는 1㎏ 당 1700원으로 500원 차이가 난다. 유성 접착제 대신 수성 접착제를 쓸 경우 30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2만~5만 원 정도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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