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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로 대통령, 異見이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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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장로 대통령, 異見이 없는 사회

[기고] "NO" 할 줄 아는 참모진이 있어야…

이승만 장로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더불어 초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라 안팎은 온통 진짜 좌파와 우파로 갈라져 국토는 양단되고 사회는 갈등과 혼란으로 들끊었다. 좌파 척결이라는 명분하에 김구 선생을 비롯 숱한 애국지사 독립운동가들마저 비명에 스러졌다. 극심한 좌우대립은 마침내 6.25라는 피비린내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불러들였고 남북한이 공히 초토화되었다. 당시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는 말이 유행되다시피했다. 정당한 반대의사 표시라든가 항의성 대안제시마저 '빨갱이'로 매도되었다. 독재자 이 장로님은 탐욕에 눈이 어두워 3선개헌을 감행하다가 마침내 4월학생혁명으로 해외에서 불귀의 떠돌이 혼령이 되었다.

뒤이어 독실한 천주교인으로 철저한 미국식 민주주의자인 장면 초대총리는 최초의 내각책임제하에서 민주주의 원칙을 고수하다가 우마차도 시위하는 '데모공화국'을 만들었고 그 결과 군사쿠데타를 불러들여 최단명 공화국이 되었다. 그 이후 들어선 3명의 장군 출신 군부독재자들은 국가를 온통 병영화하고 국민들의 입과 귀를 틀어막아 이견이라고는 숨 쉴 자유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그분들의 종말은 모두 비참하게 끝났다. 박정희 소장은 경제라도 비약적으로 일으켜 세웠다는 변명이라도 남겼지만 나머지 두 분 장군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희화화되고 있다.

두번째로 장로님이 대통령이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고 말씀하셨던 반독재의 화신이었다. 군부의 환부였던 '하나회'를 척결하고 금융실명제를 실시한 아주 담이 큰 장로님이였다. 그러나 지나침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선인들의 말대로 너무 통이 크다 보니 우루과이 협상에서 쌀과 금융시장 등을 너무 열어주어 마침내 두 차례나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남미 등 외국을 빈번히 순방, 선심성 원조를 베풀고 다니다가 경제면에서 6.25에 버금가는 IMF(국제금융기구) 환란을 불러들였다. 국가가 부도나고 은행, 기업들이 쓰러지며 물경 180만 명 이상의 실업자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의 채소들은 얼어 터지고 젖소 송아지 값이 3만 원대로 추락했고 우유를 길거리에 쏟아 버리는 사태가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평화적 정권교체로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IMF 위기 극복이라는 뒤치다꺼리와 국가부도 사태를 조기 졸업하는데 국력을 기울이면서 농업부문과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긴축경제를 실시하였다. 시민세력들의 민주, 인권, 평화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40여년간 부귀영화를 누려오던 수구 기득권층들은 자기들의 전과에 지레 겁을 먹고 소금에 절인 배추들 마냥 납작 엎드려 숨만 쉬었다. 일반 시민들과는 달리 그들에겐 암흑기이었다. 뒤에 숨어 인신모략성 유언비어를 수근댔을 정도이다. 한편 남북한 간의 평화와 화해를 얻어 내는데 수천억원의 속칭 '퍼주기'를 감행하였고 그 결과 마침내 분단 50년만에 남북정상회담과 화해협력 무드를 조성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전임정권들의 IMF 조기졸업 후유증으로 생긴 재정적자 위기, 카드깡 위기, 부동산투기 위기 등을 틀어막느라 정권 초기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였다. 부동산 투기 극복에 선전하여 토지공개념이 정착된 듯 보였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을 용인받기 위해 미국 부시정권에게 경제항복문서나 다름없는 한미 FTA를 자발적으로 갖다 바쳤다. 시민, 농민단체들의 이견과 수정반대 주장은 깡그리 묵살되었다. 그러나 위 두 정권 때는 앞의 세 군부독재자 때와는 달리 집회 결사 언로의 자유와 민주, 민권, 인권의 자유는 아마도 유사 이래 가장 의미있는 꽃을 피웠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자동차 운전할 때와는 달리 신호는 좌회전을 켜면서 실제 핸들은 우회전하는, 즉 말로는 진보적인 언사를 서슴치 않고 행동은 보수우파적으로 하는 등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였다. 그러니 무위무능한 정권으로 비치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YS, DJ 정권에 이어 노무현 정권하에서도 형제, 자식들이 부정부패에 빠져들어 정권말기 도덕성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권불삼, 세불십(勸不三, 勢不十)이라는 옛말대로 국민들에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다만 퍼주기 좌파정권으로 낙인 찍혀 정권을 다시 보수세력에게 넘겨주었다.

그 결과 토건재벌회사 회장 출신의 세 번째 장로님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권토중래(捲土重來)란 말이 새로울 만큼 이명박 보수정권은 시작부터 '잃어버린 10년'을 되뇌이며 특정 기득권층과 부패 재력가, 땅 부자들을 되살려 놨다. 그리고 오로지 대미 일변도의 사대주의적 정책들을 쏟아 내었다.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 탄생했고 무엇이든 노무현 정권 때 것이 아닌(anything but Rho) 방향으로 정책들을 선회하였다. 명분은 좌파척결이었다.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을 죄다 몰아내고 심지어 민간기관의 괜찮은 자리들마저 자기 사람들로 갈아 채웠다. 대통령 취임 두달도 안 돼 방미하여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특별대우(캠프데이비드 초대)를 받은 고마움 때문이었던지 광우병 의심 미국산 쇠고기를 연령과 부분 제한없이 무조건 완전개방하기로 양보하였다. 자기자신과 자식들의 건강 생명을 제일 우선시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분기하여 근 두달간이나 촛불시위가 계속되자 장로님 이 대통령께서는 두달새에 두 번씩이나 대국민 사과를 하였으며 30개월령 이하의 쇠고기와 부산물만 수입토록 미국과 재협상하였다.

이로 인해 반대파 축출의지가 분출했는지 일부 광우병, 세종시, 4대강사업 등에 반대하거나 성명서에 서명한 교수 또는 시민단체들을 블랙리스트화하여 정부 각 부처 각 기관의 위원직이나 연구비, 보조금 지급에서 배제하였다. 4대강 하느라 농림수산업 예산의 절대액마저 유사 이래 최초로 줄어 들 전망이다. 공산주의가 몰락한 현대 지구상에서 4대강을 반대한다고 수많은 신부, 주교, 승려, 목사, 교수, 선생, 농민, 시민단체들을 좌파로 지목하여 목을 죄고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일 것 같다. 오죽했으면 삐딱하다고 방송에서 밀려나게 된 유명 코미디언 방송인이 자기는 '절대 좌파가 아니라'고 호소하는 진짜 코미디가 연출됐을까 싶다.

반면, 대선 때는 알싸하게 먹혀들었던 '747(매년 7%의 경제성장에 1인당 4만달러의 소득, 그리고 세계 제7위 경제대국)' 경제살리기 공약은 임기 중반에 이른 현재 겨우 1-3%의 성장에 개인소득은 2만 달러에서 1만8000달러로 떨어졌고 GNP가 세계 제11위에서 15위 국가로 전락하였다. 중산층은 줄어들고 부유층과 빈곤층만 늘어나고 있다. 실업자 수도 더 늘어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이것도 소위 좌파들 때문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사항은 우리 사회가 이견(異見)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 체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6.25 이후 "말이 많으면 빨갱이"라고 낙인찍었듯, 광우병 사건이든 세종시 또는 4대강살리기든 이견을 내거나 대안을 제시해도 그 사람은 좌파라는 인식이 사회에 팽배해 졌다. 특히 정권과 재벌기업과 유착관계에 있는 극우보수언론들이 정부정책에 조건부 반대 또는 조건부 찬성 등 가타부타 토를 달고 나서는 사람 또는 집단을 좌파로 몰아 부치고 있다. 심지어 정부더러 각종 불이익을 주라고 종용할 정도이다. 이처럼 정부와 사회전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부자만 잘 살게 된 나라의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틈바귀에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고 하마터면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까지 갈 뻔 했다.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의 카스 R. 선스타인 교수는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후마니타스 발행, 2009)라는 저서에서 "생각이 모두 한 방향으로 쏠리는 사회는 위험하고, 생각이 다른 사회는 건강하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위 보수집권층이 노래하는 '일사불란'한 사회가 더 위험하고 불안하다는 것이다. 이견을 드러내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로 무조건 동조하거나 쏠리는 사회는 집단편향성을 일으켜 마침내 히틀러의 나치즘과 같은 극단적인 불행한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진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견을 존중하고 권장하기 위한 민주적 장치를 일부러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장로님의 대통령 임기는 며칠 후면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지방선거를 계기로 청와대 보좌진도 개편했고 곧 내각 개편도 있을 것이라 한다. 절대 왕조 독재체제하에서도 감히, "아니 되옵니다. 전하!"라는 신하의 반대 목소리가 허용되었고 사간원, 사헌부 등의 직간, 직소도 용납되었었다. 이견이 허용되는 사회체제이었기 때문에 조선왕조는 500여 년이나 지속할 수 있었다. 정부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때 '소통문제'도 중요하지만 직간, 직소가 활발히 일어나 최종 의사결정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견을 흡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기독교 장로님이 집권하는 기간만이라도 헐벗고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을 돌보는 예수님 같은 진짜 민주 평화 화해의 나라를 만들었으면 싶다.

"대통령님, 그렇게 무리하게 임기 내에 2-30조원씩 4대강 토건업에 쏟아 부어 환경생태계와 뭇생명체와 유기농업인들을 죽여서는 아니되옵니다"라는 직간을 서슴지 않는 장차관들과 막료가 대통령 주변에 포진돼 있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 나라가 한참이나 잘못돼 운영되어도 침묵으로 동조하거나 대통령께 아부하기 위해 반대편을 탄압하는 각료와 막료는 이승만 장로 대통령이 방귀를 뀌니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맞장구치던 그 유명한 장관이나 다름없는 간신(奸臣)무리라 말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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