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현대차 위기?…'재벌 잡으면 큰일난다'는 생각이 문제"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현대차 위기?…'재벌 잡으면 큰일난다'는 생각이 문제"

<FT> "출총제 처방, 권오규 대신 권오승 따라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회삿돈 횡령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을 두고 재계와 보수언론이 앞 다퉈 '현대차의 위기' 또는 '한국경제의 위기'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회장 본인도 '이번 한 번만 봐주면 현대차를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로 키워 한국경제를 도약시키겠다'며 노골적으로 읍소해 왔다.

정 회장 개인의 위기는 곧 현대차라는 재벌의 위기요, 재벌의 위기는 한국경제의 위기란 공식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떠돌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주요 외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재벌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한국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최근 한국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이는 재벌 의존 경제를 강화하는 시대착오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출총제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거꾸로 가는 한국 정부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자 '한국주식회사(Korea Inc.)라는 낡은 생각을 버릴 때'라는 제목의 사설과 5일자 '한국이 재벌의 날개를 꺾으려고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는 재벌이 없으면 국가경제가 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면서 "그동안은 이런 한국주식회사란 개념이 통했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스스로 만든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한국경제가 재벌과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지형이 달라진 상황에서 재벌의 과도한 힘이 유지되면 한국경제의 성장에 걸림돌만 될 뿐이라는 것이다.

이 신문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재벌의 힘이 약화되는 듯 했다가 최근 다시 강화되고 있다"면서 그 증거로 정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해주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과 삼성, 현대차 등 주요 재벌의 총수가 순환출자구조를 이용해 경영권을 3대에게 물려주려고 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 신문은 특히 정부의 출총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 "한국 정부가 재벌의 힘이 강화되는 것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상호출자 관련 규제를 완화해 주는 등 이를 부추기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신문은 "이렇게 규제가 완화되면 5%의 지분밖에 갖지 않은 재벌 총수 일가가 앞으로도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달 임시국회가 정부가 제시한 출총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출총제를 적용받는 회사의 수는 24개 재벌 소속 343개 기업에서 7개 재벌 소속 24개 기업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 2005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안내를 받아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차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 업그레이드 원한다면 권오승 따르라"

<파이낸셜 타임스>는 "(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은 출총제 완화를 기업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주장한다. (…) 또 그는 재벌을 묶으려는 어떤 노력도 이미 (원화 강세와 12월 대선 등으로 증폭된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하강 기조에 접어든 경제를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이런 주장이 과연 얼마나 먹혀들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반면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새로운 규정(출총제 완화)이 한국경제를 더 왜곡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한국 시장에서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경쟁력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 이 기업집단이 시장 기능을 저해할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 권 위원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 신문은 "60개의 회사를 거느린 한국 최대의 재벌 삼성은 한국 주식시장의 25%, 수출의 20%를 차지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신문은 진정으로 한국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원한다면 "재벌도 시장에서 공정하게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권오승 위원장의 노력을 정치권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벌-제조업 경제'에서 '중소기업-서비스 경제'로 이행해야

<파이낸셜 타임스>는 나아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로 '내수 부진'을 지적하며, 이 또한 재벌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왜곡된 우리 경제 시스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경제의 성장은 재벌의 영향력이 큰 수출 쪽에 크게 의존해 왔다"면서 "따라서 원화 상승 기조가 유지되고, 국내 임금이 상승하고, 재벌이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는 현재의 상황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이 신문은 "재벌의 국내 투자도 (생산라인) 자동화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고용창출 효과가 적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많은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제부터라도 한국이 재벌과 제조업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국도 서비스 부문을 더 개발하고, 국내 고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을 성장시키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월스트리트 저널(WSJ)> 아시아판도 6일 정 회장에 대한 판결과 관련해 "그간 한국에서는 기업인의 뇌물 수수와 회계부정에 대한 처벌이 경미했으나, 이번 재판을 계기로 사법부가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에 대한 투자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 일각의 노력에 합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