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이 왔다. 직장을 바꿔달라고. "왜 바꿔요?" 하고 묻자 이유를 댔다. "한국인 반장님이 때렸어요. 불량 나왔다고." "어디를?" "손 등을 손으로 쳤어요." "언제요?" "한 달 전에요." "진단서 있어요?" "없어요." "그럼 안 돼요." 한 달 전에 경미한 폭행을 당했는데 증거도 없다면 직장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폭행으로 안 되자 그는 다른 길로 침투해 들어왔다. "태국 애들이 왕따 시켜요." "남자들이?" "아뇨. 여자들이." "여자들이 남자를 왕따 시켜?" "아뇨. 여자들이 여자를 왕따 시키는 거죠." "그럼 당신 여자예요?" "예, 나 여자예요. (우리 회사) 태국 사람, 전부 여자밖에 없어요." 짧게 깎은 머리, 허름한 갈색 체크무늬 샤쓰에 헐렁한 바지를 입었으니 천상 남자로 본 것인데 *알고 보니 여자다. 어쩐지 목소리가 가늘더라니.
내가 물었다. "태국 사람 누구누구가 왕따 시켜요?" "*수까(가명)라는 고참이요."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은 안 그래요. 수까 혼자 그러는 거지."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그러면 왕따가 아니지." "그럼 왕따 아니고 뭐예요?" "그건 사적인 문제야." "하여간 도와주세요." "못 도와줘. 사적인 문제는." "그럼 어떡해요?" "둘이서 해결해." "어떻게요?" "붙잡고 싸우든지, 술 한 잔 하고 풀든지."
그녀를 돌려보냈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었다.
*알고 보니 여자 : 남장(男裝)을 해서 남자로 오인했다. 왜 남장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 역할을 하는!
*수까 : 아마 수까라는 여성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남자 역할을 하는 동성애자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 둘이 연적(戀敵)으로 싸운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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