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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한국'과의 FTA 반대할 세력, 미국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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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한국'과의 FTA 반대할 세력, 미국엔 없어

[한미FTA 뜯어보기 202 : 美시민사회 시각] FTA 막을 수 있는 건 한국 국민들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국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과연 어디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일까?

한미 FTA 협상이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끝난 6차 협상 기간 중 2명의 미국시민들이 함께 쓴 글 하나가 뒤늦게 눈길을 끈다. '한국의 대중이 한미 FTA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미국 시민사회 진영에서 사실상 최초로 나온, 한미 FTA에 대한 비판적인 성향의 글이다.

이 글의 공동저자인 로리 왈라크와 토드 터커는 미국에서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성과 나프타식 협정을 추구하는 부시 정부에 대한 비판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또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변화가 한미 FTA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시민들 사이에서 '가난한 나라'와 맺은 FTA가 국내의 일자리를 뺏어갔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는지는 몰라도 미국 의원들이 자국 수출업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부자 나라'와의 FTA를 반대한 선례는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는 미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도 한미 FTA에 크게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현재로선 한미 FTA를 막아낼 수 있는 힘은 화려한 민주화 투쟁 경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시민사회에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는 한국 시민사회가 과거에 이룩해 냈던 민주화를 지키기 위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들은 '남은 10주'의 투쟁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로리 왈라크는 미국 최대의 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산하 '글로벌 트레이드 워치(Global Trade Watch)'의 국장이고, 토드 터커는 이 단체의 연구국장이다. '글로벌 트레이드 워치'에서는 나프타식 통상협정이 통상협정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들을 볼 수 있다.

다음은 미국 진보매체 '커먼드림스(Common Dreams)'에 게재된 이 글의 전문을 번역한 것이다. 원문은 http://www.commondreams.org/views07/0117-21.htm
에서 볼 수 있다. <편집자>

설마 盧 대통령이 한미FTA 체결하겠어? 뻥이겠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성사될지 아닐지는 미 의회 의사당이 아니라 서울의 거리에서 결정될 것이다.

부시 정부가 한국과의 통상협정 협상에 나섰을 때, 몇몇 사람들은 '드디어 실패한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 모델과는 다른 방향의 움직임이 일어나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한국은 나프타식 협정에 포함된 정책들을 거부함으로써 불과 몇 십 년 만에 사하라 이남 국가들의 소득 수준에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속한 부자 나라로 떠오르지 않았던가.
▲ ⓒ연합뉴스

다른 말로 하자면, 한국은 국가 주도의 광범위한 경제협력을 통해 현재 부유해진 국가들이 과거에 경제개발을 위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정책들을 이행했고, 그 결과 국민들을 가난으로부터 건져 올렸다. 산업단지들이 조성됐고, 이런 산업단지 개발에는 정부의 보조금이 들어갔다. 수출은 장려됐고, 수입은 관세나 기타 장벽을 통해 제한 받았다. '바이 코리아(Buy-Korea)'라는 정부조달 정책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보장했다. 통화는 관리됐다. 외국인투자는 외국인투자자뿐 아니라 투자유치국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 받았다. 그런데 미국이 자국의 경제개발 기간에 유럽을 견제하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이런 정책들은 나프타식 협정의 지령 아래서는 거의 완전히 금지돼 있다.

게다가 '파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기반을 두어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나프타식 모델의 복사판인 통상협정에는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한국의 번영을 창출해냈던 근본적인 정책들을 금지할 게 뻔한 통상협정에는 응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부시 정부는 미국이 추구하는 통상협정 모델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으로 완전히 경직된 입장을 고수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굳이 면밀하게 조사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특정 농산물을 협정에서 제외해 달라거나, 약값이 치솟는 결과를 낳을 대형 제약회사(Big Pharma)들의 특허권 연장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한국 측 입장이 부시 깡패들에게는 '택도 없는 일'이라는 걸.

빌어먹을, 부시 정부가 남아프리카와의 통상 협상을 날려버린 것은 이 나라가 여러 가지 사회 서비스를 사유화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이지 않나. 또 에이즈(AIDS)로 고통 받는 이 나라가 '남아프리카 에이즈 치료 프로그램'을 훼손할 '틀에 맞춘(cookie-cutter) 나프타식 특허권 규정'을 도입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지 않나. 부시 정부는 여러 번의 통상 협상에서 협상 상대국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바에야 '우리 방식, 즉 노상강도가 되는 방식(taking (…) our way or the highway)'이라는 체계적인 접근법에 따라 차라리 협상을 관두겠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다.

한국엔 쌀 시장 개방하라면서 미국은 반덤핑법 죽어도 못 고쳐?

이런 과거를 감안할 때, 또 부시 정부가 남아프리카를 어떻게 대했는지 볼 때 노무현 정부가 한국 시민사회더러 한미 FTA는 나프타식의 협정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르는 것은, 잘 봐줘서, '정직하지 않다.'

부시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놓고 말해 왔던 것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라. 한국 정부가 기존에 체결했던 미국과의 모든 통상협정에서 '이건 꼭 돼야 한다'거나 '이것만은 안 된다'고 주장했던 사활이 걸린 사안들에 대해, 부시 정부는 반복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이들 사안을 분명히 거부하겠다'고 말해 왔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 특히 이 협정에 쌀 시장도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 협정은 미국의 반덤핑법에는 어떤 변화도 가져와서는 안 된다. (이런 미국 측의 이중적인 입장 때문에) 협상이 개시되고 난 후 열렸던 지난 다섯 차례의 본협상에서도 협상은 진전되지 못했다.

가령 쌀을 둘러싼 논란을 생각해보라. 한국의 쌀 농부들이 그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까지 했었는지는 전 세계에 경외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 농부인 이경해 씨가 2003년 칸쿤 세계무역기구(WTO) 각료급 회의에서 '자결'[정치적인 항의의 표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쌀농사가 지닌 깊은 문화적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많은 부자 나라들에서는 쌀이 문화나 생활방식이라기 보다는 비즈니스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 나라의 농부들과 소비자들은 어떻게 이 씨가 그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잠시나마 생각해보게 됐다. 물론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여러 모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토지, 공동체, 그리고 경작주기가 가진 연관성에 깊은 가치를 부여했다.

(한미 FTA) 협상을 좀 더 들어다보면, 한국인들은 쌀이 협정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근거도 분명했지만, 이런 요구 뒤에는 경제적인 논리도 있었다. 즉 쌀은 가장 많은 농업보조금을 받는 품목들 중 하나로, 부시 정부는 모든 통상협정에서 농업보조금에 대한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고 '100퍼센트' 공언해 왔다.

(쌀은 협정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분명한 한국 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부시 정부는 "우리는 한국 측에 우리가 (한국 측) 쌀 시장에 대한 접근을 추구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렸다"는 빠르고도 간략한 답을 내놨다.

역으로, 자국의 통상 세이프가드(safeguard, 일시적인 수입중단조치)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한국 측 주장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을 한 번 살펴보라. 반덤핑, 가격 급상승 방지, 세이프가드 등과 같은 법들은 수입이 갑자기 급증하거나 외국회사가 거의 약탈과도 같은 수준의 덤핑을 한 것으로 포착됐을 때, 이로 인한 피해를 받는 노동자나 업계가 정부에 임시로 수입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서를 낼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이 80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의 수입이 매달 폭등하면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에게 경제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역구제법을 개선해달라는)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애당초 가망 없는 일'이었다. 부시 정부는 다음과 같이 선언함으로서 한국 측 요구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이러한 제안들이 [반덤핑법이나 세이프가드법에 대한]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한, 한국이 제출한 제안들은 최종 협정문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가난한 나라'와의 FTA엔 반대해도 '부자 나라'와의 FTA엔 찬성

정말이지 통상협정에 대한 부시 정부의 이데올로기적인 경직성이나 의회의 통상 정치[그리고 현재 의회 정치를 제약하고 있는 비민주적이면서도 치명적인 결함이 있는 신속처리절차(Fast Track, 현행 Fast Track의 명칭은 무역촉진권한(TPA)이다)]는 한국의 지도자들이 자기네들이 원한다고 주장하는 '주고받기'식 통상협정을 맺을 수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보여줬다.

이는 만약 나프타식 협정을 맺자는 미국의 제안이 사장(死藏)된다면, 또 마땅히 그래야 하겠지만, 한국의 활기찬 시민사회 운동과 더불어 (통상무역 협정의 방향을 전환시키기 위한) '첫 삽을 뜨는 일(shovel work)'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 최근의 선거는 나프타식 협정이라면 무조건 찬성했던 7명의 상원의원과 30명의 하원의원들을 공정무역(fair trade)을 지지하는 의원들로 바꿔 놨다. 바로 이런 변화 때문에 부시 정부는 콜롬비아, 페루와 체결한 나프타식 협정을 미 의회가 거부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이들 나라와 재협상을 해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이런 변화를 하는 데 있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이데올로기적 유연성'을 보이기보다는 차라리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싸우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회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들, 즉 미국 수출업자들이 군침을 흘릴 만한 시장을 가진 나라들과의 통상협정에 반대하게 만든 좋은 선례는 아직까지 미국에는 없다.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와 CAFTA(중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는 광범위하게 일어났지만 이는 저개발국(LCD) 국가들과 맺는 협정이 개발에 반하는 것(anti-development)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빈곤퇴치 단체들, 종교단체들, 원주민 대표들, 협정 상대국 출신의 캄페시노(campesino, 라틴아메리카의 농장 노동자)들은 (협정 상대국에) 미 농산업체들의 상품이 쏟아져 들어가는 것과 공공서비스와 적절한 가격의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이 붕괴되는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 대항해 싸워야 했다. 미국의 노동자들과 소규모 제조업자들도 이런 협정은 미국인들에게 돌아갈 일자리의 오프쇼링(off-shoring, 해외이전)을 쉽게 만드는 외국인투자자 규정을 도입하려는 초국적 기업들의 로비 결과라고 봤다.

하지만 이스라엘, 캐나다, 싱가포르 그리고 호주와의 협정은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는, 국내규제에 대한 간섭이 매우 큰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표 차이로 의회를 통과했다. 심지어 통상 회의론자로 분류될 수 있는 많은 의원들마저도 의회 선거 당시 많은 돈을 기부했던, 든든한 백을 가진 수출업자들에게 엄청난 횡재를 가져다줄 협정에 반대하기란 정치적으로 매우 힘들다는 걸 알게 됐을 터이다. 게다가 미국의 노동자와 농부들이 그 (나프타 식) 모델 아래서 고통 받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내용을 담은 (협정문의) 조항들이 상대방 국가의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정당성 논란'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부자 나라들 사이에서는 경쟁이 계속되게 하라'는 논리가 팽배하다.

남은 10주가 관건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한 가지 간단한 진실을 보여 준다. 한미 FTA가 중단될 수 있는 방식은 한국 민초들의 정치적인 압력이 민주적으로 선출됐다는 노무현 정부로 하여금 나프타 식 '시키는 대로 하든지 관두든지' 협정에 동의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신속처리절차(Fast Track)는 FTA를 막으려는 한국 운동가들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준다. 현재의 신속처리절차 규정에 의해 (부시 정부에 주어진) 통상 협상 권한은 2007년 6월 30일 만료된다. 이 규정에 의해 한미 FTA 협상은 4월 1일 전에 (협상이) 완료돼 미 의회에 보고돼야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한국의 시민사회가 앞으로 남은 10주 동안 충분한 압력을 가할 수만 있다면 FTA라는 위협이 격파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한미 FTA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는 한국 시민사회에 주어져 있다. 한국 시민사회는 그들의 정부를 압박해 협상 테이블을 떠나게 할 수 있다. (미국 내) 한국 동포사회(디아스포라, diaspora) 또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그들의 언론과 한국에 있는 정치적 커넥션을 이용해 나프타식 협정이 미국과 FTA를 맺은 상대방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의 국민들 대다수에게 미친 해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한국에 민주주의를 가져온 시민들에게 있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와 농민운동을 자랑하는 시민들에게 있어, 만일 그들이 과거에 이룩했던 것들을 지키고자 한다면 한미 FTA를 중단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번역=노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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