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뇌관' 중 하나인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자동차 세제'가 결국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배기량을 기준으로 5단계로 돼 있는 현행 세제를 단순화하려고 한다"고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800cc 이하(cc당 세액 80원) △1000cc 이하(100원) △1600cc 이하(140원) △2000cc 이하(200원) △2000cc 초과(220원) 등 현재 5단계로 돼 있는 세제를 3단계 정도로 줄인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현재 자동차와 관련된 세금은 12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세금은 특별소비세, 자동차세, 공채 등 모두 3가지로, 이들 세금이 한 해에만 도합 4조 원에 이른다.
미국 측은 한미 FTA 협상에서 이들 세제가 주로 3000cc 급의 큰 차들을 한국에 수출하는 미국을 차별하는 조치라며 이 세제를 폐지하거나 개편하라고 요구해 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 측은 우리 측이 자동차 세제를 없애지 않으면 미국 측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폐지 이행기간을 최장기로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해당 부처인 산업자원부는 조세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미 FTA 협상의 '걸림돌'을 계속 껴안고 가기는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는 최근 '국내 업계들도 세제 개편을 원한다'는 식으로 돌아섰다.
이같은 정부 방침에 따라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세제가 간소화되면, 이는 배기량이 큰 미국산 차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현재 3000cc의 미국산 차에 매겨지는 자동차세는 66만 원이고, 2000cc의 국내산 차에 매겨지는 자동차세는 40만 원이다. 그런데 자동차 세제가 '△800cc 이하(80원) △1600cc 이하(140원) △1600cc 초과(200원)' 등 3단계로 간소화된다고 가정하면, 미국산 차에 붙는 세금은 60만 원으로 떨어지지만 국내산 차에 붙는 세금은 그대로다.
박명재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을 의식한 듯 "특히 지자체들에는 자동차세가 (세수에) 매우 중요하므로 국세로 보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며, 주행세 등으로 보전하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 측에서 먼저 자동차 세제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준 가운데 이에 대한 미국 측 반응이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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