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이렇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열병합 발전소는 나무를 땔 때 발생하는 뜨거운 가스를 이용해 물을 데운다. 이렇게 데워진 물은 총 연장 8㎞의 관을 타고 이동해 지역의 각 가구에 열을 공급한다. 물을 데우는 것은 물론이고 처음 투입된 에너지의 약 15%는 전기를 생산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그렇다면 네카스울름의 열병합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나무는 어디서 온 것일까? 발전소 기술 책임자 지그베르트 에펜베르거 씨는 "그대로 두면 모두 썩어 없어질 나무를 수거한 것"이라며 "벌목 과정에서 나온 자투리, 숲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폐목 등이 주로 땔감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조각난 나무 자투리 1㎥는 통상 약 80ℓ(전기 750㎾h)의 석유가 발생시키는 에너지에 맞먹는다.
가축의 똥오줌으로 전기 생산
석탄, 석유에 밀렸던 나무가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나무뿐만이 아니다. 독일의 괴팅겐 근처 윤데에서는 가축의 똥오줌이 소중한 에너지 자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곳에서는 가축의 똥오줌과 옥수수, 보리 건초를 섞어서 썩힐 때 나오는 메탄(CH₄)가스를 태워 전기를 생산한다. 또 이 때 발생하는 열로 물을 데워 마을의 난방을 해결하고 있다.
윤데의 이런 시도를 주도했던 게르트 파펜홀츠 씨는 "이 발전소에 건초와 가축의 똥오줌을 공급하는 농가는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메탄을 포집하고 남은 찌꺼기를 유기 비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h당 최고 17.5센트를 지불하고 20년간 전기를 안정적으로 팔 수 있는 것도 부가적인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수십 년간 에너지 자원으로 사용되지 않던 가축의 똥오줌, 건초, 나무 등이 이렇게 주목받게 된 데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의 영향이 크다.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이들을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 자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초, 나무를 태울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이미 성장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그만큼 흡수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이산화탄소의 추가적인 배출이 없다는 것이다. 가축의 똥오줌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그 자체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태워 없애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일이다.
이런 사정 탓에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화석연료 대신 가축의 똥오줌, 건초, 나무는 물론 식물에서 유래한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매스(biomass)'를 사용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로 윤데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한 괴팅겐 대학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렇게 가축의 똥오줌, 건초, 나무 등 '바이오매스(biomass)'를 사용하면 한 마을당 연간 3300t의 온실가스의 감축이 가능하다.
유럽재생가능에너지협회(EREC)는 2010년까지 바이오매스, 풍력, 태양광, 태양열 등을 통해 온실가스를 3억2000만t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에서 바이오매스는 1억7600만t으로 전체의 55%에 해당한다. 풍력(9900만t), 태양광(220만t)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감축에 바이오매스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풍력, 태양광으로는 역부족…바이오매스가 필수적
바이오매스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이오매스는 별다른 전환 과정 없이 바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기존의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당장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석유 생산 정점에 대비해야 하는 유럽연합(EU)으로서는 큰 전환 비용이 들지 않는 바이오매스는 가장 좋은 미래 에너지 자원이다.
EREC의 자료를 보면 1995~2020년 사이에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 바이오매스는 10%(2000년), 21%(2010년), 24%(2020년)로 단연 그 비중이 높다. 풍력, 태양광 발전이 크게 증가해 재생가능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의 3분의 1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바이오매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바이오매스의 또 다른 장점은 저장이 용이한 것이다. 풍력, 태양 에너지의 경우에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기 어렵다. 바이오매스는 일단 저장했다가 겨울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난방 연료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저장을 했다가 온도 변화에 따라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난방 연료로 사용하기에 제 격인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 탓에 EU의 바이오매스 이용은 최근 수년간 급속도로 증가했다. 가축의 똥오줌, 건초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소규모 발전을 하는 곳은 독일에만 3500곳(2005년)이나 된다. 이 중에서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0곳이 2005년 한 해 동안 지어진 것이다.
바이오매스, 또 다른 환경오염?
물론 바이오매스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환경단체 분트(BUND)도 그 중 하나다. 분트의 바이오매스에 대한 비판은 특히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수송 연료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 단체는 열병합 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를 태울 태, 나오는 일산화탄소(CO), 산화질소(NOx) 등 오염 물질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대해서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며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에펜베르거 씨는 "네카스울름의 열병합 발전소에서도 나무를 태울 때 나오는 약간의 오염 물질은 거의 100% 걸러지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은 거의 없다"며 "네카스울름의 환경단체도 이를 문제 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역시 열병합 발전을 통해 난방을 하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보봉의 안드레아스 델레스케 씨도 "바이오매스를 태울 때 나오는 오염 물질은 양도 적을 뿐만 아니라 완벽하게 걸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며 "바이오매스의 사용을 주저할 때 타 없어지는 석유, 천연가스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델레스케 씨는 "풍력, 태양광 발전의 급격한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바이오매스는 화석 연료의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개인적으로 바이오매스를 태양 에너지와 똑같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똥 귀한 줄 모르는 한국 최근 스웨덴의 '2020년 석유 제로(0) 선언'의 핵심은 바이오매스의 확대였다. 2020년까지 난방 연료로 석유를 나무, 건초 등으로 대체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유럽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는 큰 기술 전환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의 효율적인 이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재생가능 에너지 중에서도 바이오매스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신·재생에너지 법에 바이오매스가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전체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이대로라면 2011년에도 바이오매스의 비중은 현재 수준과 비슷할 전망이다. 이상훈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의 추정을 보면 가축의 똥오줌과 기타 음식물이 썩는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가 연간 13억4000㎥이고 여기서 연간 2600G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며 "가축의 똥오줌을 활용한 발전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2600GWh는 원자력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의 20~50% 수준이다. 이상훈 실장은 "이런 식으로 가축의 똥오줌을 처리하면 양질의 퇴비를 얻을 수 있어서 발효가 덜된 똥오줌을 들판에 뿌릴 때 생기는 악취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며 "정부가 생산된 전기를 상당 기간 높은 가격으로 구매한다면 이런 움직임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농림부, 환경부는 이런 목소리에 큰 관심이 없다. 이미 농림부, 환경부는 2013년까지 총 2조 원을 조성해 가축의 똥오줌을 비료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9월 28일 공포된 '가축 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을 보면 가축의 똥오줌을 비료로 사용하는 방안만 명시돼 있을 뿐 에너지 정책과의 연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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