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에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과 주주총회 의결권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외환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타이 정부는 9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기업법안' 개정안을 승인했다.
타이 통신회사, 싱가포르에 넘어간 후 국민여론 악화돼
프리디야손 데바쿨라 타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이날 각료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개정안이 시행되면 타이 내 기업의 소유 지분율이 50%를 넘는 외국인 투자자는 1년 안에 주식을 매각해 소유 지분율을 50% 이내로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탁신 치나왓 전 총리 일가가 지난해 1월 타이 통신회사인 '친 코퍼레이션' 지분 49.6%를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에 매각한 뒤, 타이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자국 내 기반산업을 외국기업에 매각했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프리디야손 부총리는 또 "주주총회의 의결권이 50%를 넘는 외국인 투자자도 (개정안 시행 시점으로부터) 2년 안에 의결권을 그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 개정안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1년 안에 자신이 투자한 타이 기업의 보유 지분율을 공개해야 한다. 또 타이 기업의 경영자는 타이 국적을 가진 사람으로 제한된다.
이날 각료회의에서 승인된 '외국기업법안' 개정안은 지난 9월 쿠데타 주역들의 모임이자 국정 최고 자문기관인 '국가안보평의회'(CNS)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법적 효력을 지니게 된다.
<신화통신>은 타이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관련 내용을 홍보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이 개정안을 즉각 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타이 정부 "국가경제 체질 강화 위해 단기적 손해 감수할 것"
타이 정부가 도입하려고 하는 이 외환규제는 타이의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나 천연자원 및 전통문화 보호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기업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이날 <로이터>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도 영국의 유통업체 테스코와 노르웨이의 통신회사 텔레노아 등 일부 회사들이 이 개정안의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과 일본의 제조업체와 건설업체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타이가 지난번 '외화자금 의무 보호예수 조치'를 도입한 것으로도 모자라 더 강도 높은 규제로 외국인 투자자를 몰아내려고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타이 정부는 지난 12월 신규 외국인 투자액이 2만 달러를 넘을 경우 투자액의 30%를 타이 중앙은행에 1년 간 이자 없이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고, 그 전에 인출할 경우에는 예치액의 3분의 2만 지급받도록 하는 강도 높은 외환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타이 증시의 SET 지수는 이날 17.07(2.7%) 하락한 616.75를 기록해 2004년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반발과 시장의 동요에도 불구하고 타이 정부가 이런 일련의 외환규제들을 도입하는 배경에는 높은 경제성장률, 높은 금리, '정치적 불안요소'였던 탁신 칫나왓 전 총리의 축출 등으로 타이에 범람하고 있는 투기성 외자를 관리·감독해 국가경제의 체질을 강화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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