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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에 '주고받기'에… 한미 FTA 어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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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칭'에 '주고받기'에… 한미 FTA 어찌될까?

[한미 FTA 뜯어보기 175 : 전망] 노무현-한나라-보수언론, 암묵적 FTA 연합

2006년을 뜨겁게 달궜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해를 넘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한미 FTA 협상은 전형적인 '비대칭' 협상의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한국에서 번갈아 열린 다섯 차례의 협상에서 미국 측은 자국의 요구사항을 강하게 밀어붙인 반면 우리 측은 미국의 요구를 하나 둘 수용하기만 하고 우리의 협상목표는 거의 관철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에 '2007년 3월 이전에 협상을 완료한다'는 한미 양국 정부의 일정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에 반입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것이 계기가 된 양국 간 쇠고기 마찰이 첫 적신호였다.

게다가 지난 12월에 열린 5차 협상의 무역구제 분야 협상에서 우리 측이 제시한 요구사항에 대한 미국 측의 수용 거부, 그리고 이로 인한 무역구제와 자동차·의약품 간 빅딜 분위기의 퇴색으로 한미 FTA 협상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쇠고기, 반덤핑, 자동차, 의약품 등 한미 양국 간 4대 통상마찰 분야가 협상 전체의 원활한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어쨌든 협상은 계속된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마감시한은 3개월 앞으로 다가왔고, 새해 들어 한미 FTA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서는 △협상의 결렬 또는 무기한 연기 △핵심 쟁점을 제외한 낮은 수준의 FTA 체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에 의한 타결 등 3가지 시나리오가 이야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대 가열, 본격적인 대선 국면의 개시, 관련 부처 간 이견 등이 한미 FTA 협상을 어렵게 할 전망이다. 재계의 찬성이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협상에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한미 FTA 찬성론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반대 진영의 활동에 대한 정부의 '물리적 억제'가 강하고, 관련 정부 부처들이 각각 자기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이 결렬됐다는 비판을 듣게 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하며, 현재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대선주자들이 대부분 한미 FTA에 찬성하고 있는 상황은 한미 FTA가 결국에는 체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특히 곧 본격화될 '대선 레이스'에서 대권주자들이 한미 FTA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한미 FTA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12월 말 "한미 FTA를 2007년 3월 말까지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난 12월 김근태 의장과 천정배 의원이 '올해 3월까지 협상을 끝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여권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한미 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동영 전 의장은 12월 8일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최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FTA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국내 쪽 사정보다는 미국 쪽 사정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과 한국이라는 양국의 관계가 특수하기 때문에 양쪽 사정을 대등하게 놓고 볼 수 없다는 점도 있지만, 미국 민주당의 상하 양원 장악으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과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미국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FTA 전반에 대한 반대론 또는 신중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30여년 간 미국 정부가 추진해 온 무역자유화 정책이 미국인의 일자리와 먹을거리를 빼앗아갔다는 일반적인 위기의식의 반영일 뿐 한미 FTA라는 특정 협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 아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한미 FTA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다만 한미 FTA로 인해 무언가를 잃거나 얻을 것이 분명한 지역구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또는 찬성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이를 구실로 미국 측은 한국에 대해 더욱 더 강경한 협상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든 간에 앞으로 3개월 동안 한미 FTA 협상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새 의회에서 '한국 측이 쇠고기, 자동차 등에서 크게 양보하지 않으면 한미 FTA를 체결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이에 상응해 국내에서는 '노무현-한나라당-조중동'의 '암묵적인 FTA 대연정'이 미국 측에 양보할 여지를 만들어내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에도 지난해의 비대칭 협상이 확대, 연장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은 어떻게 굴러갈까?

현재 한미 FTA가 부닥친 가장 큰 난제는 무역구제가 아니라 쇠고기다. 미국 측이 무역구제에서 사실상 양보를 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오면서 이 분야의 협상 성공을 장담해 왔던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협상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오히려 한미 FTA와는 공식적으로는 상관이 없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이라는 문제가 한미 FTA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달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6차 협상 이전에 열릴 예정인 쇠고기에 대한 기술적 협의가 주목된다. 국내 시민단체들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의원들은 이 기술적 협의에서 수입 쇠고기에 대한 위생검역 조건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농림부는 한미 FTA 협상단의 압력을 받아 위생검역 조건을 완화해줄 가능성이 높다.

이 기술협의에서 쇠고기 문제가 해결될 경우 한미 FTA 협상은 6~7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6~7차 협상에서는 무역구제와 자동차 및 의약품, 농업과 섬유, 그리고 기타 분과들에서 본격적인 주고받기가 이뤄질 전망이다. 각 분과 내에서도 여러가지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다.

특히 우리 측이 자동차 작업반에서 배기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자동차 세제를 자동차 가격 등을 기준으로 하는 세제로 개편하겠다고 하면, 미국 측이 무역구제 분과에서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는 미국 측이 먼저 무역구제 분과에서 양보를 하고 나서 우리 측이 자동차 세제에서 양보하는 순서로 일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개성공단산 상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해 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한 협상은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측이 아주 미미한 수준의 양보를 해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지난 12월 27일 "개성공단의 원산지 표기 문제는 한미 FTA와 별개로 본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한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노동 분과의 협상도 의외의 복병이다. 미국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위원장 내정자인 찰스 랭글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 지도부는 'ILO(국제노동기구) 노동기준'을 한미 FTA 협상에서도 관철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동노동 보호, 사용자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변경 금지, 파업요건의 강화 등 노동기준을 강화하는 협정을 체결할 경우 삼성을 포함해 국내 재계가 이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미 FTA의 가장 폭발적인 쟁점 사안이면서도 한미 양국 협상단 당사자들은 물론 양국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절차)'에 대한 협상은 조용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우리 측은 '수용' 관련 분쟁을 국내 구제절차로 처리하도록 하고 '간접수용'에서 부동산 정책, 조세 정책, 경쟁 정책을 유보해 달라고 요구해 둔 상태이지만, 실제로 이런 요구를 관철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정부는 이 사안을 다른 것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밖에 투자, 서비스, 금융서비스, 지적재산권 등 이른바 신(新)통상분야에서는 미국 측이 원하는 것을 부르면 우리 측은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고 응하는 식으로 비교적 원만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분야의 협상진척 내용은 다른 분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미 FTA 6차 협상은 오는 15일부터 닷새 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다. 7차 협상의 시간은 2월 중, 장소로는 미국의 워싱턴이나 버지니아가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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