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동시에 실시된 이란의 지방선거와 이란 최고의 정치기구인 전문가회의(COE) 위원 선거(정원 86명)에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지지세력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17일 중간 개표결과 COE 테헤란 선거구(COE 위원 16명 선출)에서 보수온건파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COE 현 위원장인 알리 메슈키니를 제치고 압도적인 차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이란 국영TV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스승으로 알려진 타키 미스바 야즈디는 6위에 머물렀다.
라프산자니와 야즈디는 고령으로 위원장직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는 알리 메슈키니의 뒤를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들로 이번 선거에서 모두 당선은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라프산자니가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될 경우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권을 가진 COE 차기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프산자니는 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늘 강력한 세력을 지닌 정치인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지난 1989~1997년 두 번에 걸쳐 대통령을 지낸 거물이다.
다른 선거구에서도 보수온건파 후보들이 대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선거 결과는 아직 개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나, 테헤란의 경우 시의원 선거에서도 보수온건파인 모하마드 바케르 칼리바프 시장을 지지하는 후보들이 시의원 15석 중 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라프산자니 등 보수온건파가 득세한 배경은 개혁파(민주화와 개방 요구)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다. 개혁파 진영은 당선이 힘든 선거구에서는 후보를 포기하는 등 보수온건파 당선에 협조했다.
<AFP> 통신은 "라프산자니와 개혁파인 하타미 등 두 전직 대통령이 나란히 투표장에 나타난 장면은 보수온건파와 개혁파의 동맹관계를 잘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투표 참여율은 예상보다 훨씬 높은 60% 전후로 나타났는데, 아마디네자드가 지난해 대선 때 내건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과 강경 일변도의 대외정책 등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선거 결과는 아디네자드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는 보수온건파들이 힘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지속해 온 이란의 핵정책과 서구권과의 대결 정치에 상당한 변화가 닥칠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강경보수파인 알-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대립관계에 있긴 하나 여전히 대외정책을 좌우하는 실질적인 권력자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란의 정책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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