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마디네자드, '흔들리는 대통령' 되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마디네자드, '흔들리는 대통령' 되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와 대립, 경제 실패로 궁지

15일 이란에서는 지방선거와 최고지도자 선출기구인 전문가회의(COE) 등 주요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이번 선거에는 2600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참여율은 56%로 예상보다 높아졌다.

정확한 선거 결과는 주말을 지나야 나올 예정이지만,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지난해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했던 보수파와 빈곤층의 표가 상당히 분산돼, 어느 쪽의 승리라고 할 수 없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선출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지녀 서구 언론들은 이란의 핵 정책에 대한 변화와 관련해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15일 <아시아타임스>는 이번 선거를 핵 정책의 변화보다는 물밑에서 이란 내부의 권력투쟁이 첨예하게 진행된 사건으로 분석한 기사를 게재해 주목된다. 시리아의 정치평론가 사미 무바예드는 '이란 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A bitter struggle for power in Iran)'이라는 이 기사에서 이란의 최고권력자인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의 알력을 지적하면서, 향후 이란에서 가장 큰 변화는 혁명 이념이 아니라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란 내부의 치열한 권력투쟁'의 주요내용이다.
▲ 15일 선거에서 투표를 앞두고 자신의 신분증을 내보이는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지방선거와 전문가회의(COE) 등 이번에 치러진 선거에서 더욱 주목되는 것은 COE다. 이 조직은 8년 임기를 보장받는 86명의 아야톨라(시아파 고위지도자)들로 구성된 의회 기구로 종신직인 이란의 최고지도자(그랜드 아야톨라)를 선출하고 그의 활동을 감독하는 막강한 조직이다.

1989년부터 알리 알-하메네이(67)가 최고지도자로 있으나 그는 건강 문제가 있어 이번에 새로 구성되는 COE가 하메네이의 후임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전문가들은 아마디네자드 진영의 후보들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건강을 이유로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하메네이가 퇴진할 경우 아마디네자드의 정신적 스승으로 불리는 모하마드 타흘리 미스바 야즈디(72)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9년 샤 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한 루홀라 호메이니에게 교육을 받은 근본주의 성직자로 현재 COE 멤버이기도 하다.

그는 개혁파 대통령이었던 모하마드 하타미를 겨냥해 서구와의 교류는 이슬람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며 호메이니의 혁명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서구 문화를 쓰레기로 치부하고, 이란에 서구문화가 유입되는 것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8월 자신의 제자인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는 최고 권력에 한층 다가서게 됐다.

야즈디가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된다면, 아마디네자드의 권력을 통제하려 들거나 서구와의 대화창구를 다시 열자는 모든 논의는 그 순간 중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메네이, 아마디네자드 지지 후보 대거 탈락시켜

그러나 하메네이가 지지하는 헌법수호위원회는 아마디네자드에 호의적이지 않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최고지도자가 직접 임명하는 6명의 성직자와 사법부의 지명과 의회의 승인을 거쳐 최고지도자에 의해 임명되는 6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임기는 6년이며 3년마다 절반씩 교체된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이란에서 가장 강력한 헌법기구로 의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대한 최종 승인권과 거부권을 갖고 있으며, 대통령과 COE위원, 의원 등의 입후보자 모두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메네이는 지난해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는 지지했으나, 현안들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점차 등을 돌린 관계가 되었다. 이 때문에 하메네이는 이번 선거에서 혁명수호위원회 전 위원들에게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후보자 493명 중 대부분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지시했다.

혁명수호위원회에 의해 거부당한 후보자 중에는 야즈디의 아들도 포함돼 있다. 또한 이 위원회는 COE에 진출하려는 여성 후보를 모두 탈락시켰다.

이란의 정치전문가들은 86명의 COE 위원 중 17명만 새로운 인물들로 채워지고 나머지 69명의 위원은 하메네이 지지자들로서 연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마디네자드가 COE를 장악하지 못한다면, 그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 이란의 최고지도자 알리 알-하메네이.ⓒ 로이터=뉴시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미국인들은 아마디네자드를 고평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란의 실질적인 권력자는 아마디네자드가 아니라 하메네이이기 때문이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것도 하메네이이며,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사람도 아마디네자드라기보다는 하마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란의 대통령은 행정에 국한된 권한만 가진 지위로 아마디네자드는 사담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가 될 수 없다. 그가 대통령이 된 것도 이슬람 혁명을 주창해서가 아니라 서민들에 대한 공약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마디네자드는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자신이 이란의 최고통치자가 아니며, 의회와 혁명수호위원회, 전문가회의, 그리고 하메네이와 권력을 나눠야 하는 처지라는 사실을 잊고 실천하기 힘든 약속을 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아미르 카비르 대학에서는 젊은이들이 아마디네자드의 초상화를 불태우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휘두르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선거를 의식해 이들을 처벌하는 대신 오히려 "1970년대 표현의 자유가 없던 샤 왕조 하에서 나의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한 시위"라며 포용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1979년 이후에 태어난 이란의 젊은이들은 샤 왕조의 전제정치를 경험하지 않아서 1980년대의 혁명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지 못하다. 그들은 16%에 달하는 실업률을 해결해줄 지도자를 더 원한다.

아마디네자드가 이러한 요구를 채워주려면 연 6%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뤄내야 하지만, 이란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1.9%로 오히려 추락하고 있다.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했다가 등을 돌린 이유는 아마디네자드를 통제할 수 있는 인물로 보았으나, 자신에게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란은 혁명이나 전쟁보다는 정권 내부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변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