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자격 상호 인정 문제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자 국내 한의학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른바 '전문직'에 대한 미국의 본격적인 개방압력이 가시화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미국 "한의사 시장 개방에 관심 있다"
17일 재정경제부, 통상교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4~7일 미국 몬태나 주 빅스타이에서 열린 한미 FTA 5차 협상에서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문제에 대해 논의하던 중 미국 측이 한의사와 유사한 자국의 자격들을 들면서 한의학 분야도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를 질의했다.
당시 한국은 의사, 간호사, 건축사, 수의사, 엔지니어, 물리치료사 등 10여 개 전문직종의 자격을 양국 간에 상호인정할 것을 제안했고, 미국은 유일하게 한의사 자격의 상호인정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한 수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한의사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의 협의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17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의학 분야가 전문직 자격 상호인정 협의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지원 하에 한의학계가 한의사에 대한 미국 측의 자격요건이 국내에서 요구하는 전문성, 교육이수 조건을 충족하는지와 국내 한의사 인력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한미 FTA 협정문에 한의학 분야가 관심분야로 적시되면 양국 정부는 한미 FTA 발효 후 우선적으로 한의학 분야에 대한 협의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양국의 관련 업계 단체 등이 자격의 상호인정 여부 및 인정할 경우의 조건을 실질적으로 협의해 최종적으로 이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의학계 반발 "한의학 서비스 수준 떨어질 것"
그러나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 논의가 불거지자마자 대한한의사협회 등 국내 이해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8일 "한국은 미국보다 한의학 수준이 높고 한의사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기간도 길다"며 "시장이 개방되면 수준이 낮은 외국 한의사가 대거 들어와 한의학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고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현재 미국은 40여 개 대학에서 3~ 4년 과정으로 아시아의학, 동양의학이라는 명칭으로 침술 치료 등 한의학 관련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 현재 11개 대학에서 6년 과정으로 한의사를 양성하고 있는 국내 한의학계(한의사 수 약 1만7000명)는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중국의 중의사 자격 상호인정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도 크다. 미국의 관련업계 종사자(약 6만 명) 중 상당수(약 2만 명)가 중의사인 상황에서 미국과의 한의사 자격 상호인정이 성사될 경우 중국의 요구를 거부할 근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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