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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가 '허위 지식인'?…이 책부터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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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가 '허위 지식인'?…이 책부터 읽어라"

[화제의 책] <우리 인물 이야기> 1차분 10권 나와

최근 자유주의연대는 리영희 등을 '허위' 지식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이 보면 깜짝 놀라 불매 운동을 벌일지 모르는 어린이 책이 나왔다. 리영희, 문정현, 이소선 등 현대사에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10명의 일생을 쉽게 풀어쓴 <우리 인물 이야기>(전10권, 우리교육 펴냄).

2007년 상반기까지 총 50권으로 완간될 <우리 인물 이야기>는 평생을 한 가지 일과 뜻을 이루는 데에 바쳐 온 인물들을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릴 의도로 기획됐다. 리영희, 문정현, 이소선 외에도 장일순, 원경선, 채규철, 최민식(사진작가), 공옥진(광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우리 인물 이야기>는 주인공의 삶을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는 편안한 서술 방식을 택했다. 어린이 책이라고 내용이 성기지도 않다. 김성범, 김평, 장주식 등 손 꼽히는 작가들은 직접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만나는 등 치밀한 취재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 <우리 인물 이야기>(전10권, 우리교육, 2006) ⓒ프레시안

잠든 세상을 글로 깨우다

<우리 인물 이야기>는 시리즈의 색깔을 알리는 첫 두 권을 리영희, 문정현에게 할애했다. <잠든 세상을 글로 깨우다>(김성범 지음, 이제호 그림)는 리영희가 직접 어린 시절부터 1980년대까지의 현대사와 자신의 삶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그의 자서전 <대화>(한길사 펴냄)에서 소개된 여러 가지 사연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서술된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다른 전기처럼 일방적으로 리영희를 미화하지도 않는다.

리영희가 진주에 사는 기생으로부터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운 사연은 그 한 예다. 군 복무 중 총까지 쏘면서 한 기생에게 지분댔던 리영희는 "사람을 잘못 보았다"며 "아무리 천하고 힘없는 사람이라도 총으로 굴복시키려 들지 말라"고 오히려 혼이 났다.

이 책에서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은 평생 진실을 알리는 데 힘써 오면서 리영희가 겪어야 했던 개인적 고통을 얘기하는 대목이다. 그는 옥살이를 하느라 어머니 장례를 치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탓에 말년에 병치레를 하는 아버지를 병원에도 데려가지도 못했다.

"나는 평생 글을 쓰고 살았는데, 그 글 때문에 나와 가족은 많이 고통을 받았어. 그러나 나는 한번도 후회하지는 않았단다. 가끔 마음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야.

'내가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바라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이 가질 수는 없다. 진실은 이웃과 나눠 가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나는 그것을 알리기 위해 글을 쓴다.'"

길 위에서 평화를 노래하는 신부

문정현의 삶을 담고 있는 <신부님 평화가 뭐예요>(김평 지음, 손문상 그림)는 1975년부터 2006년까지 현대사의 가장 안타까운 장면을 교차시키며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그 역사의 현장에는 바로 신부 '바르톨로메오'가 있었다.

이 책은 1975년 4월 8일 인민혁명당 사건으로 '사법 살인'을 당한 이들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부터 2006년 평택 대추리 주민과 함께 대추 초등학교를 지킬 때까지 늘 가장 힘없는 자들 옆에서 고난을 마다하지 않았던 문정현의 삶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그간 문정현에 대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나온다. 문정현이 통일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동생 문규현을 북한에 가게 한 데는 1988년 명동 성당에서 스물넷의 나이로 할복자살한 조성만이 있었다. 지금도 문규현의 방에는 언제나 조성만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런 문정현의 삶을 보면서 기꺼이 고난의 길을 뒤따르기로 한 동생 문규현은 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사제란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삶을 담는 거예요. 고통 받는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낮추고 녹이는 것, 이것이 사제의 일이지요. 하지만 한순간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이런 자세로 살아야 하기에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 형님은 살아 있는 예수이자 내 스승이자 동지랍니다."

이번 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그런 문정현의 삶을 뒤돌아보는 게 어떨까? 문정현이 길 위에서 노래하는 '평화'를 아이의 미래에 선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평화가 무엇입니까? 공장에서 억울하게 쫓겨난 노동자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 일하는 것이 평화입니다. 천연기념물인 두꺼비와 맹꽁이가 개발에 밀려서 사라지지 않도록 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이 평화입니다.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성한 사람들 도움으로 가고 싶은 곳을 쉽게 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이것이 바로 평화입니다."
내가 쓰는 인물 이야기

<우리 인물 이야기>를 펴낸 우리교육은 책 출간에 맞춰 초등학교 3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내가 쓰는 인물 이야기' 대회를 연다.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나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나 살아 온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쓰거나 <우리 인물 이야기> 중 한 권을 읽고 느낌과 생각을 자유롭게 쓴 글을 응모하도록 한 것.

2006년 12월 20일~2007년 2월 3일까지 응모할 수 있으며 단체별 개인별로 시상할 계획이다. 응모 방법은 일반 우편(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49-6 우리교육 4층 <우리 인물 이야기> 독서감상문 대회 담당자 앞)이나 전자 우편(bookian@uriedu.co.kr)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 02-3142-6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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