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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위츠의 네오콘식 세계은행 운영에 '내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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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포위츠의 네오콘식 세계은행 운영에 '내부 반발'

고위간부 중 절반 떠나…미국 공화당 인사들 영입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 그룹의 일원이자 '이라크 전쟁의 설계자'로 불리는 폴 월포위츠 전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지난해 6월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한 뒤 세계은행의 운영도 네오콘 식으로 함으로써 세계은행 내부에서 반발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미국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월포위츠 총재가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세계은행의 정책과 업무를 이끌거나 미국 공화당 인사들을 세계은행에 끌어들여 주요 직책에 앉히는 일이 되풀이되자, 이런 그의 태도 및 조치에 반대하는 세계은행의 기존 간부들이 이의를 제기하다가 짐을 싸고 세계은행을 떠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월포위츠 총재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1년 반 사이에 세계은행의 이사나 그 이상의 간부 총 29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명이 물러났고, 그 대신 부시 행정부에서 일하던 미 공화당 소속 인사들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예를 들어 페루의 총리를 지낸 로베르토 대니노 고문, 아이언 골드윈 대외업무 담당 부총재, 고빈드 난카니 아프리카 담당 부총재, 크리스티안 푸어트먼 중동 담당 부총재 등이 그동안 월포위츠와의 갈등 끝에 줄줄이 세계은행을 떠났다.
  
  이들 가운데 특히 푸어트먼 중동 담당 부총재는 30년 가량이나 세계은행에서 일한 베테랑이지만, 이라크에 대한 금융지원과 세계은행 직원 파견을 조속히 확대하라는 월포위츠 총재의 압력에 저항하다가 최근 카자흐스탄 담당으로 인사조치되자 사표를 던졌다.
  
  그에 반해 백악관 관리예산국의 부국장으로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을 맡았던 로빈 클리블랜드는 월포위츠 총재의 보좌관으로, 딕 체니 부통령의 대변인이었던 케빈 켈렘스는 세계은행의 대외전략 담당 이사로 각각 임명되는 등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잇달아 영입됐다.
  
  아직 세계은행에 남아 있는 간부들도 푸어트먼과 같은 역량 있는 전문가들을 밀어내고 미국 부시 행정부나 공화당 인사들을 끌어들이는 월포위츠의 처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에 지나치게 개입하려고 하는 월포위츠의 태도가 국제 개발지원 기구인 세계은행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안전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세계은행 직원들을 이라크로 대거 파견하려고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세계은행 이사 3명은 월포위츠의 전횡 때문에 세계 각국으로부터의 기부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세계은행 직원협의회'의 앨리슨 케이브 회장은 "월포위츠 총재가 기존의 경륜 있는 전문가들보다 외부에서 영입된 소수의 미국 공화당 사람들을 훨씬 더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월포위츠가 세계은행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전문성보다는 정치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인 고려를 앞세우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월포위츠는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됐을 때부터 제3세계 국가들과 국제 시민사회로부터 "세계은행을 미국의 이라크 정책 수단으로 이용할 인물"이라거나 "세계은행의 수장으로 부적합한 인물"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월포위츠는 세계은행 총재에 취임한 뒤 처음 몇 달 간은 아프리카의 빈곤 감축을 강조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며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했지만, 그 뒤로는 갈수록 네오콘의 일원으로서의 본모습을 더욱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AP> 통신 등에 따르면 월포위츠 총재는 일요일인 지난 10일 미국 애틀랜타에 있는 한 유대교 예배당에서 '왜 미국인들에게 아프리카가 중요한가'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다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에 반대하는 10여 명의 시위자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이날 시위자들은 월포위츠의 강연이 진행되는 도중에 "당신은 이라크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당신은 전쟁범죄자다"라는 등의 고함을 지르고 나섰다. 이로 인해 강연이 모두 4차례에 걸쳐 중단되는 등 차질을 빚었으며, 시위자들은 모두 경찰과 주최 측에 의해 강연장 밖으로 강제로 끌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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