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5차 협상 나흘째인 7일 농업 분과, 투자 분과, 서비스 분과, 지적재산권 분과 등 대부분의 분과에서 협상이 종료됐다. 협상 마지막 날인 8일에는 한미 양국 협상단 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표준(TBT) 분과, 경쟁 분과, 노동 분과 등 세 분과의 협상만 열린다.
7일 사실상 협상 마지막 날인 듯한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분과 협상은 별다른 사고 없이 원만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오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협상 분위기가 좋다"고 전했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대표와 김종훈 우리 측 대표는 각각 8일 오후 4시와 저녁 9시에 이번 5차 협상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갖는다. 우리 측은 이 브리핑에서 이번 몬태나협상의 진척상황은 물론 지난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별도로 열린 정부조달 분과의 협상 결과와 8일 미국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리는 섬유 분과의 협상 결과도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 "쌀은 개방 제외" 입장에 미국 "쌀도 개방해야" 강조
'미국산 쇠고기의 잇단 국내상륙 좌절'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농업 분과에서는 이번에도 우리 측의 초민감 품목인 쌀과 쇠고기의 관세철폐 이행기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배종하 농업 분과장은 이날 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관세철폐 이행기간이 '기타(양허 제외 포함)'로 분류된 민감품목(235개)에 대한 협상은 솔직히 어렵다"면서 "우리 측 입장은 쌀, 쇠고기 등 민감품목은 (관세철폐) 예외로 한다는 것이며, 이런 민감품목은 (협상) 최후단계에서 다뤄질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쌀은 FTA 적용 예외로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나는 오히려 FTA에서 개방 예외는 없고 완전한 개방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히고 있다"면서 "쌀에 대한 논의도 어느 시점에서는 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커틀러 미국 측 대표는 이 인터뷰에서 한미 FTA 체결을 위해 한국 측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反FTA 원정시위대 "협상 마지막 날, 눈길에서 삼보일배"
한편 '한미FTA 5차협상 저지 원정투쟁단'(단장 오종렬 한미FTA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은 이날도 천막농성, 협상장 앞 침묵시위, 김종훈 우리 측 협상대표와의 면담, 촛불시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한미 FTA에 대한 국내의 반대 목소리를 전했다.
원정시위대 25명 가운데 5명은 이날 협상이 시작된 시각인 오전 9시보다 10분 일찍 한미 양국 협상단이 출입하는 협상장 출입구에 나란히 서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한미 FTA 협상을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가슴에 단 원정시위대를 만난 한국 측 협상단은 이들의 시선을 피해 협상장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침묵시위 15분 만에 협상장인 빅스카이 리조트 측에 의해 쫓겨났다.
이어 이날 오전 11시 오종렬 단장을 포함한 원정시위대 대표단은 김종훈 우리 측 협상 수석대표와 비공식 면담을 가졌다. 이 면담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원정시위대가 김종훈 대표에게 협상 진척상황에 대해 질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원정시위대 측은 전했다.
또 전날인 6일 저녁 8시를 기해 시작된 원정시위대의 천막농성도 이날 하루종일 계속됐다. 이날은 특히 기온이 평소보다 더 떨어져 원정시위대는 혹한과 싸워야 했다. 원정시위대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부장은 "천막농성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외에서 많은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원정시위대는 이날 저녁 빅스카이 리조트 안 눈밭 위에서 촛불시위를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원정시위대는 협상 마지막 날인 8일 오후에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곳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협상장까지 '삼보일배'를 하는 것으로 원정시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원정시위대가 삼보일배를 하기로 한 길은 현재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다.
원정시위대, 미 민주당 의원들 상대로 로비도 할 계획
원정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이번 원정시위가 끝난 후 미국 워싱턴으로 이동해 미국 민주당 의원들과 통상정책 담당 보좌관들을 만나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원정시위대의 이창근 국제부장은 "한미 FTA 협상이 진척됨에 따라 국내외의 한미 FTA 반대 투쟁 외에 미 의회를 상대로 한 한미 FTA 비준 저지 작업도 한층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의원들을 상대로 한미 FTA, 특히 무역구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 간에 이견이 드러난 사안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입장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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