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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학점'? 지금은 죽어요. 쪽팔리고 배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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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선동열 학점'? 지금은 죽어요. 쪽팔리고 배고파서"

['정의란 무엇인가' 대담 ④]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지난 28일 <프레시안>, 김영사, 예스24가 공동 주최한 <정의란 무엇인가> 출간 기념 대담이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강연에 나선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 정의가 실현되려면 '명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사회자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와의 대담 역시 '명랑'하게 흘러갔다.

세대 착취와 자본주의 시스템부터 화학적 거세까지 자유로운 주제로 진행된 우 소장과 김 교수의 대담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거지가 될 자유'가 있는 사회, 없는 사회

김민웅 : '88만 원'으로 돈을 버셨죠? (웃음) 88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요?

우석훈 : 한 달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겠죠. 최근에 청년유니온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하던데, 1만 원으로 일주일 살기 같은 겁니다. 그럼 84만 원 남잖아요. 20대들은 아직 그런 신기한 거에 도전하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만든 말은 아닌데, 요샌 66만 원 세대, 44만 원 세대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66만 원 세대는 중·고등학생 아르바이트고 44만 원 세대는 장애인들이 받는 임금인 것 같습니다. 88만 원 세대는 알바계에서 귀족인 거죠.

김민웅 : 최근에도 2탄 격인 책을 썼는데.

우석훈 : 마찬가지로 20대 이야기인데요, 너무 '쫄아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정이 어려운 건 알겠지만 스펙이라던가, 지나치게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갇혀 있단 느낌이 들었어요. 쫄 필요까지는 없으니까요. 책이 '혁명'이란 말로 시작하는데 그 말을 쓰면 두 가지 반응이 있어요. 잃어버린 단어를 찾았다는 반응이랑 기분 나쁘다는 반응. (혁명을) 안 할 거 알면서 왜 끄집어 내냐는 거죠.

김민웅 : 지금 이야기하는 20대도 언젠간 30대가 되지 않을까요?

우석훈 : 처음 책을 냈을 당시 일본에 아마미아 카린이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일명 '알바계의 잔 다르크'라고 불리는 사람인데, 그가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 20대였는데 지금은 30대가 됐죠. 20대 운동이 자연스럽게 30대 운동으로 흘러간 셈이에요. 지금 한국의 청년유니온을 보면 세대별 노조인데 2·30대 청년을 포괄하고 있더라고요.

김민웅 : 20대의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일까요?

우석훈 : 다른 나라에서도 20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죠.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나라엔 삼성이 없다는 거죠. 한국에서 꼭 가고 싶은 직장을 꼽으라고 하면 수년째 1위가 삼성, 2위가 한국전력이잖아요. 외국과 비교할 때 어려운 건 비슷비슷한데 선택폭이 좁은 문제가 있어요.

김민웅 : 그게 꼭 나쁜 건가요?

우석훈 : 아이비엠, 구글 이런 식으로 가고 싶은 기업들이 100개 리스트가 있고 하면 좋지 않을까요. 한국에선 독점 현상이 강하니 몇 개의 이기는 기업만 살아남고, 20대들도 특정 대학, 특정 고시만 선호해요. 그래서 한국이 나쁜 사회 아닌가요?

김민웅 : 최고가 아니면 그 밑에는 불행한 인생만 있는 건가요?

ⓒ프레시안(최형락)
우석훈 : 일류 일류 하지 않아도 재밌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면 좋겠죠. 근데 최고가 아니면 재미있지 않다고 생각하니깐 문제죠. 책에서는 이걸 개미지옥에 표현했었어요. 내가 생각하는 재미는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도 안 봐도 밥 먹고 살 수 있는 거에요. 백조든 백수든. 왜정시대에 이상이라는 시인이 있었잖아요. <날개>라는 소설을 쓴 천재인데 훌륭하신 분이랑 동거를 했죠. 날개를 보면 마지막에 '날자 날자꾸나'하는데 지금 그렇게 말하면 죽어요. 근데 왜정 때 이상은 밥 먹고 산 거 아닌가요.

지금 20대에게는 그런 말이 먹히지 않아요. 얼마 전에 대학에서 처음 본 건데 둘이서 컵라면을 나눠 먹고 있더라고요. 아무리 가난해도 컵라면을 나눠 먹는 건 처음 봤어요. 세 명이 함께 나눠먹는 것도 봤어요. 그런 거 보면 기성세대로서 눈물이 나죠.

김민웅 : 혹시 <내 깡패같은 애인>이란 영화 보셨나요?

우석훈 : <월간 바둑>에서 감독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나네요.

김민웅 : 거기에 그런 대목이 있어요. "한국 애들 웃겨. 취직 못 하면 다 제 책임인 줄 알아. 그건 정부 책임이야. 쫄지 마."

우석훈 : 동의해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배고프지 않고 비 들이치지 않는 곳에서 잘 수 있는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어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말도 있잖아요. 기존의 자본주의 체제에선 인간의 얼굴로 예의는 지키려고 했어요. 프랑스 파리에도 거지는 있죠. 하지만 '프랑스도 거지는 있지 않느냐'라고 물으면 '거지가 되는 것도 자유'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선택지가 있는데 거지가 되는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 일종의 철학적 질문이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명랑'

김민웅 : 우 소장은 자본주의자인가요, 사회주의자인가요?

우석훈 : 빨갱이죠. 공산주의자라고도 하는 게 편할 때도 있어요. 사회주의가 심화하면 공산주의가 오니까요. 일종의 '센 빨갱이'죠. 공무원들 대상으로 얘기할 때도 빨갱이라고 하고 다녔는데 공무원들은 '네가 무슨 빨갱이냐'라는 반응이더라고요. 첨엔 나를 강남 좌파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구라파 좌파라고 해요. '구라'를 쳐서가 아니라 유럽 좌파라고. 자본주의를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서 역사에서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는 건 저의 신념이에요. 다른 사회로 이행한다는 게 논리적으로 가능한 얘기잖아요.

김민웅 :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거 하나를 꼽으면 뭐가 있을까요?

ⓒ프레시안(최형락)
우석훈 : 꼭 하나면 좀 어려운데, 전 '명랑'이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좌파나 우파나 명랑하지 못하고 똑같이 근엄해요. 1980년대 소위 '386세대'라 일컫는 이들의 정서 역시 무겁죠. 인상이나 팍 쓰고 있고. 우파도 마찬가지에요. 이명박 대통령 보면 굉장히 심각해요. 심각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힘들게 만들어오지 않았나요.

전 선천적인 명랑함이란 건 없다고 봐요. 다들 20대에 한 번쯤은 우울증을 겪은 경험이 있잖아요. 요새 한국에서 우울증을 안 겪은 이들은 아버지가 재벌인 경우 아니면 없지 않을까요. 아버지가 재벌이 아닌 이들이 우울함을 극복하려면 명랑이 필요해요. 독일 녹색당 강령을 보면 명랑, 즉 '유머(humour)'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어요. 왜냐면 그 안에서 서로 너무 싸워 앞으론 웃으면서 싸우자는 의미로 강령까지 넣은 거예요. 한 번쯤 슬펐던 사람이 명랑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는 20대는 책을 보자고 하면 우울해지고 밥 먹자고 하면 명랑해지더라고요. (웃음)

김민웅 : 책은 명랑해 질 수가 없지 않나요.

우석훈 : <정의란 무엇인가>는 명랑한 느낌이에요. 일단 샌델의 강의 자체가 재밌죠. 학생들이 덤비게 만들고 웃으면서 반격도 하고. 전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배운 것 역시 롤스까지가 끝이었죠. 롤스의 정의는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껍데기를 선택하는가에 맞춰져 있어요. 그런데 샌델은 더 센 사람이더라고요. 롤스를 이긴 사람이에요. 세상엔 센 사람이 참 많아요. 이름도 '샌델'이더라고요. (웃음)

한국엔 두 가지가 없다, 정의와 진리

김민웅 : 이 책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여러 가지 진단이 나왔죠. 하버드대 교수가 썼다는 데서 인기의 원인을 찾기도 하고, 마케팅에서 성공한 측면도 있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분석이 쉽지 않아요.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한국에서 제대로 한 적이 있나요?

우석훈 : 한국엔 두 가지가 없어요. 정의가 없고 진리가 없죠. 제 생각에 진리는 쓰레기통에 있는 거 같아요. 기자나 피디가 써오면 데스크가 쓰레기통에 버리니까요. 정의는 복잡한 게 아니죠. '이 짓을 하면 지옥 갈 거다'라고 생각되면 정의롭지 않은 거죠. 그렇게 보면 정의의 정의는 우리나라에서 '뭐 말라비틀어진 것'이라나 할까요.

정의란 말이 가장 많이 쓰인 해가 1981년이었어요. '전또깡'이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외치며 민주정의당을 만들 때 모두가 정의를 말했죠. 요새도 한나라당이 정의라는 말을 쓰면 전두환 시절의 이야기로 들려요.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정의의 동의어는 '말라비틀어짐'이고 이는 곧 '밥 안 먹여줌 = 굶어 죽는다'에요. 정의라는 정의 자체가 없지 않았나 싶어요.

ⓒ프레시안(최형락)

책의 내용을 보면 확실히 미국 스타일이에요. 유럽에선 정의란 단어를 쓰지 않죠. 저스티스(Justice)보다는 아마 페어니스(Fairness)라는 말을 쓸 거에요. 제가 그동안 지적한 것 중 하나가 40~60대에 비해 20대가 힘들다는 건데, 인터제네레이션 이쿼티(Intergeneration Equity)라고 해요. 번역하면서 착취란 말로 바꿨죠. '이쿼티'의 문제가 정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죠.

세대 간 착취 문제에서 민중들이 스스로 억울하다고 느껴야 뭐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1986년에 선동열이 방어율 0.99를 찍었어요. 당시에 선동열 학점이란 게 있었죠. 학점이 1점도 안 된다는 건데 내가 아는 바로 그런 학점 받은 사람이 더 잘 먹고 잘살고 있어요. 삼성 부장도 있고 한전 이사도 있죠.

지금 대학생 학점이 1점이 안 되면 걘 죽어요. 학교도 잘릴 거고 쪽팔려서 죽거나 굶어 죽겠죠. 지금 20대가 '당신 세대는 그런 점수 받아놓고도 취직했는데 우리는 5퍼센트 정도만 당신들처럼 취업하는 건 부당한 거 아니냐'고 말해야 정의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겠죠.

미국에서는 흑인 문제건 다른 차별 문제건 부당함을 이야기할 땐 어디 못 도망가게 앉혀 놓아야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한국은 너무 착해요. 20대도, 여성도 마찬가지에요. 착한 사람들이 못돼져야 해요. 청와대에 계신 어떤 분도 고위 공직자 정의 이런 말을 하잖아요.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특정 사이트 가서 글 남기고 그런 게 필요해요.

김민웅 : 그런 게 명랑한 건가요?

우석훈 : 재밌잖아요! 여기 오면서 들었던 느낌이 이런 강연이 규모가 될수록 잘된다는 거예요. 소박하게 50명 모아서 하면 오히려 안 되더라고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광장에서 집회를 못하게 막으니까 대형 강연회가 일종의 집회 대용품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듣고 계신 분들도 재밌으니까 온 것 아닌가요. 그런 식으로 재밌는 걸 찾다 보면 청와대가 불편해할 만한 정의에 대한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민웅 :
공동체적 가치와 개인의 자유가 충돌할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우 소장은 어떤 사회 변화를 바라는데 그런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를 생각해 봤나요?

우석훈 : 딜레마 별로 없고요, 4대강 사업 같은 이슈는 비교적 명확하잖아요. 하는 놈이 나쁘다. 새만금도 나쁘다, 골프 치는 놈은 부잔데 좋은 놈은 아니다, 기자는 안 보면 되는 사람, 피디는 센 놈, 교수는 인사해야 하는 사람, 학생은 밥 사주는 사람. 다 있어요.

진짜 어려운 문제는 이런 고민이죠. 초등학교·중학교에 공기청정기를 달아야 한다는 논쟁이 있었어요. 구로공단 근처 학교 같은 덴 미세먼지가 심해서 아이들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거든요. 보면 다는 게 당연한데 제기되는 반론이 학교마다 전부 달면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 전체적으로는 더 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거예요. 차라리 안 달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거죠.

전 그런 반대편에 대고 '미친 XX'라고 했어요. 추가 발생하는 건 조금인데 학생들 문제는 당장 급한 거 아닌가요. 딜레마는 그런 반론을 편친 이가 환경단체의 높은 분이라는 거죠. 우리 편이라고 지켜주고 싶은데 속으로는 돈 먹은 거 아니야, 이런 생각했어요. 새만금 논쟁 때도 총리실에서 찬반이 동수였는데 한 사람이 투항해서 찬성 쪽으로 돌아섰어요. 그 하나로 역사가 바뀐 건데, 그 사람 지금도 왕따 취급받으면서 잘 못살아서 가슴이 아프지만 당시 2~3년 동안은 죽이고 싶었어요. 작은 사안이면 비판하면 되는데 일이 커지면 딜레마가 되죠.

"4대강 사업, 불법은 아니죠. 법을 고쳤으니"

김민웅 : 패널 공통 질문인데요, 화학적 거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우석훈 : 스웨덴도 통과시킨 법이니 극우파만 주장하는 건 아니죠. 하지만 거시경제학적으로 보면 하나마나에요. 어느 나라를 봐도 유아 성폭행범의 절반 이상이 친부 관계에요. 특수한 경우에만 언론에 나오는 거죠. 전체 20만 건이라고 치면 10만 건 이상이 친부가 저지른 것이고 0.2~0.3퍼센트만 경찰에 잡혀요.

전체 건수의 1퍼센트 미만을 거세한다고 해결이 되진 않아요. 논쟁 여부를 떠나 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친부가 성폭행한 경우도 집안이 어려워지는 등의 공통된 배경이 있죠. 최근 벌어진 사건도 재개발 지역이나, 가난한 집에서 벌어진 것 아닌가요. 거세하든 말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데 우린 박수를 칠 거고. 전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좀 더 구조적으로 보면 6개월 전에 프랑스에서 논쟁이 붙은 일이 있었는데 남편이 부인을 자꾸 폭행해서 전자 팔찌를 채워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어요. 그런데 법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건의 빈도수를 고려한 비용과 편익 측면에서 효과가 얼마나 있느냐는 거죠.

어쨌든 범죄를 예방한다고 할 땐 사회가 살기 편해질 거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범죄의 근원적 해결 없이 강제적인 처벌을 강화시켜서는 문제를 못 풀어요. 거세가 아니라 사형을 부활시킨다고 생각해봐요. 사형제가 아니니깐 피해자가 다치더라도 살아 있었던 거지 사형당할 거였으면 범인이 죽였겠죠. 패널티를 높이면 범죄가 줄 것 같지 않아요.

김민웅 : '악법도 법'이라는 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죠?

우석훈 :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보면, 1년 전에 방식으론 절대 그렇게 할 수 없었겠죠. 하지만 불법은 아녜요. 법을 고쳤으니. 법을 자의적으로 고쳐가며 할 땐-악법도 100년 정도 지켜서 관습법이라 하면 알아듣겠는데-불법은 아니고 부당한 거죠. 저는 그래서 법에 대한 이야길 잘 안 하고 헌법을 자주 봐요. 헌법에 있는 기본권에 맞추면 이명박 정권의 정당성을 인정 못 하죠. 제가 어디 가서 '나 빨갱이'라고 하는 건 헌법이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에요.

김민웅 : 자본주의가 정의로울 가능성은 없을까요?

ⓒ프레시안(최형락)
우석훈 :
자본주의가 어쨌든 노예제 사회와 봉건제 사회 뒤에 온 거니 보다 낫겠죠. 조선 말기에 10명 중 9명이 사람이 양반이었어요. 저는 드물게 중인 출신인데, 중인 족보를 위조할 리 없으니 족보도 진짜겠죠. (웃음) 총리실 근무 시절에 조선 시대였으면 제가 그 위치에 못 갈 거로 생각했어요. 자본주의가 되면서 저는 나아진 셈이죠. 예전에 마포에서 새우젓 팔던 집이었는데.

좋아진 건 맞고 상대적으로 우수한 측면이 있지만 잘못 이해하면 굉장히 무섭게 돼요. 이명박 대통령이라 부르는 사람의 손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고 있잖아요.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분들이 아이큐가 얼마나 될까요?

김민웅 : 아이큐가 문제가 돼요?

우석훈 : 그 사람들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 거 아닐까요. (웃음)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자나 국민이나 잘해야 하는 건데, 지금은 이상하잖아요. 매직인데 불에 안 타고, 폭탄이 터졌는데 형광등이……. 자본주의에서 잘 안 벌어지는 일이에요. 한국에선 가능하죠. 이걸 우리가 착해서 그런 건지 통치하시는 분이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건지 둘 중 하난데요, 전자라고 봐요.

자본주의는 앞으로 100년 더 가기 어려워요. 석탄·석유·우라늄 같은 자원이 30~120년이면 끝나요. 여러분이 살아 있을 때는 자본주의겠지만 여러분 손자는 다른 세상을 볼 걸요. 지금은 큰 자동차, 큰 아파트를 찾지만 그땐 그러고 싶어도 어차피 안돼요.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움직여야 하죠. 지금 옷의 상당수가 석유로 만들잖아요. 그거 입을 날 30년 남았어요. 차 몰고 다닐 날도 30년이고. 그땐 지금과 같은 형식의 자본주의가 아니고 중앙통치 방식일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른 것일 거예요. 주식도 없어질지 몰라요.

대담이 끝난 후 우 소장은 청중들의 질문을 받았다. 한 20대 여성이 "아까 공산주의자라고…"라고 말하자 그는 "앞에다 명랑이라고 달죠. 명랑을 나누자는 뜻에서"라고 끼어들어 관중을 또 한번 폭소로 이끌었다.

우 소장은 20대가 고려 시대의 노비 만적을 닮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20대가 '쫀' 것은 간이 아니라 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만적처럼 (상관인) 부모님과 싸우고 나설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 소장은 질의가 끝난 후 "하고 싶은 얘기가 하나 있다"고 했다.

"별건 아니고요. 요새 드라마 <전우>가 시작했던데, 보셨나요? 전 궁금해서 요새 찾아보고 있는데, <전우>같은 걸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사회는 미친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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