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아는 지난 26일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이 분명해지자 즉시 "새로운 에콰도르를 건설하겠다"고 외쳐 정치.경제를 장악한 보수우익계를 긴장시켰다.
중남미 언론들은 코레아의 대선 승리에 대해 '에콰도르까지 좌파정부 탄생' 혹은 '부시의 또 다른 골칫거리' 등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톱뉴스로 전하고 있다.
하지만 코레아의 통치철학은 간단명료하다. 임기 동안 에콰도르의 고질적인 가난을 몰아내고 누구나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인도주의자임을 내세우는 그는 극빈층은 물론 토착 원주민들을 비롯한 소외계층 챙기기에 진력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신체부자유자 출신인 레닌 가르세스(53)를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삼아 부통령에 당선시키기도 했다.
그는 "내가 인도주의자인 것은 정치와 경제는 국민들을 섬기기 위함인 것을 믿기 때문이며, 내가 기독교인인 것은 나의 교육적인 배경이 기독교적이어서"라며, 한발짝 더 나아가 "내가 좌파인 것은 인간은 누구나 공평한 권리를 누리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가 반미와 반부시를 외치는 건 제국주의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코레아는 "미국정부가 나의 조국 에콰도르를 식민지처럼 대하지 않고 동등한 국가로서의 자격을 인정한다면 미국정부와 열린 대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에콰도르에 미군 주둔하려면, 미국에도 에콰도르 군대 주둔 허용하라"
미군의 에콰도르 주둔을 반대하고 있는 코레아는 "미국정부가 에콰도르 군대의 마이애미 주둔을 허용한다면 나도 미군의 에콰도르 주둔을 연장해주겠다"고 할 정도로 미국정부의 일방주의에 반기를 들었다. 현재 에콰도르의 만따기지에는 4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코레아가 좌파노선을 걷게 된 것은 미국 일리노이 대학시절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좌파였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의 영향 때문이었다.
경제학자이자 금융통인 코레아는 <에콰도르 경제의 취약성>과 <에콰도르의 빈곤과 불평등의 감소>라는 두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인터아메리칸 개발은행의 에콰도르지점 책임자를 지내고, 지난해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지만 경제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코레아는 경제 전문가답게 중남미에서 달러 의존도와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해 안데스연합국가들과 남미국가들이 공동통화를 발행하자는 구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차베스의 중남미경제 통합의지와 남미은행 설립 및 남미국채 발행 등의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양국간 통상무역거래시 달러 표기를 없애고 자국화폐 통용거래제도를 합의한 바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는 공동으로 남미 채권 통용을 제도화하기도 했다.
19세기 볼리바르에 의해 시작된 중남미통합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없이도 또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차베스의 구호가 실감이 나는 대목이다.
코레아 역시 중남미 통합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 그가 태어나 성장하고 교육을 받은 에콰도르 제2의 도시 과쟈낄은 스페인제국 통치로부터 중남미 해방과 독립을 상징하는 유서 깊은 도시다.
과쟈낄은 스페인 제국주의에 반기를 든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장군과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틴 장군이 남북에서 해방군을 이끌고 전격적으로 회동, 중남미해방을 이룬 역사적인 장소였다.
중남미해방과 통합을 주도했던 시몬 볼리바르 장군을 우상으로 삼고 성장했던 코레아는 인도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이며 차베스의 절친한 친구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해 왔다. 시몬 볼리바르 장군의 이상을 이어받은 차베스와 합심해서 중남미통합을 앞당기겠다는 것이 정치적인 꿈이라는 것이다.
"코레아 당선은 미국과의 야구게임에서 3루 진출에 해당"
차베스는 28일 "제국주의 미국에 맞선 형제국가인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남미에 이어 중미 지역의 좌파바람은 미국을 상대로 야구게임을 하는 것과 흡사하다"고 비유했다.
차베스는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이미1루에 진출을 했으며. 오르테가 나카라과 당선자가 2 루, 라파엘 코레아 당선자가 3루에 진출해 있다"며 "오는 일요일(12월3일) 마지막으로 내가 (미국을 향해) 만루홈런을 날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코레아는 경제장관으로 있을 때 베네수엘라를 방문해 차베스와 만나 '볼리바리안 혁명'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차베스의 가족들과 하룻밤을 보내는 등 개인적인 친분을 쌓아 왔다.
코레아는 차베스의 정치노선을 따르면서 차베스가 주창한 21세기형 사회주의 노선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코레아는 특히 차베스가 추진하고 있는 토착 원주민들에 대한 무료교육과 의료서비스프로그램(ALBA)에 감동을 받으면서, 차베스를 친구이자 정치적인 선배로 삼게 됐다고 한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이 프로그램을 에콰도르에 접목시켜 에콰도르 전체 국민 50%에 육박하는 원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바꾸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는 결선투표를 앞둔 지난 24일 "차베스의 친구라는 사실이 결선투표 득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차베스가 나의 친구라는 사실이 득표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 면서 "미 대통령 부시는 빈 라덴 가족들과 친구관계였지 않느냐.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친구를 가질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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