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7.28재보선 서울 은평을 지역에 여권 실세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일부 친박계 인사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5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당 지도부가 이 전 위원장의 공천을 추인해 확정지었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견은 없었고, 이 전 위원장 공천은 다른 후보들에 비해 가장 빨리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이 전 위원장의 출마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거리두기' 분위기도 감지된다. 본인의 '텃밭'이지만 패할 경우 한나라당의 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재오와 '선 긋기'?…친박 "공천 신중해야", 친이 "지역 선거로…"
친박계 서병수 의원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지난 총선 때 이미 국민의 심판을 한번 받았는데 2년이 지나 또다시 같은 지역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건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이 전 위원장 공천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국민들이 나와달라고 열렬하게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지역 여론 기반이 유리한 상황도 아니지 않느냐"며 "이 전 위원장에게 쉽게 공천을 주는 것은 한 번 더 국민을 실망시킬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이 전 위원장은 최대한 '조용한 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중앙당의 지원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권심판론 등으로 선거 구도가 확산되면 본인에게 불리하다는 점 때문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인데 당당하게 맞서야지, 조용하게 선거를 치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리지만 친이계 한 핵심 의원은 "이번 재보선은 진작부터 모두 물건너 가는 분위기"라며 "(이 전 위원장) 본인이 조용하게 선거를 치른다는데 그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친이계도 이 전 위원장에게 선거를 맡긴 후, 설사 지더라도 정권심판론 등과 선을 긋기 위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물밑에서 이 전 위원장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을 반드시 당선시킬 것"이라고 공언한 김무성 원내대표와 함께 서울시당위원장인 친박계 진영 의원 등이 이 전 위원장의 당선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위원장은 여권 주류인 친이계 핵심이자 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난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 인사들을 대거 탈락시켜 박근혜 전 대표와는 '앙숙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이 전 위원장은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에 의해 '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렇게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전 대표에게 패한 후 정치적 치명상을 당했었다.
민주 "최대한 후보 확정 늦춰 '드라마' 만들겠다"
민주당은 '이재오 대항마'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이 전 위원장이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데 대해서도 민주당은 "우리가 조용하지 않게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벼르고 있다.
후보군은 있지만 '대항마'의 윤곽은 뚜렷하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장상 최고위원, 윤덕홍 최고위원, 고연호 은평을 지역위원장 등이 당내 경선에 도전했다. 이계안 전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등의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뿐 아니라 야권 전체에도 '이재오 대항마'는 화두다. 지방선거 승리의 기세를 몰아 단일 후보를 내고 이 위원장을 반드시 꺾어야 한다는 입장에 야당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이상규, 국민참여당에서는 천호선 후보가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사회당 금민 전 대표도 출마를 선언했다. 금 전 대표는 진보 학자들, 진보단체, 그리고 진보신당 일부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경선과 야권 단일화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대한 시간을 끌어 후보를 낼 것"이라며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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