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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장관, 의약품을 FTA 양보카드로 쓰지 마세요"

[한미FTA 뜯어보기 157] 암환자의 공개편지…희귀·난치병 환자단체들 "FTA 반대" 한목소리

삶을 이어가려면 고가의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는 희귀·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에 나섰다. 이들은 "환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의 건강을 위해 한미 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신장암환우회 등 5개 환자단체와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8일 서울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한미 FTA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어 이날 하루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의 문제점을 홍보하는 활동에 나섰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한미 FTA는 미국 제약회사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의 환자와 가족들이 부담하는 약값을 올리는 것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가 한미 FTA를 계속 밀어붙이려면 결국 의약품 시장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의 요구가 관철된다면 약값 폭등과 의료비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 한미 FTA는 환자와 그 가족의 피해를 대가로 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전 국민에게 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한미 FTA를 통해 국민의 건강을 내주는 대신 도대체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국민의 건강할 권리'를 고려한다면 지금 즉시 한미 FTA 협상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GIST(위장관기저종양)라는 희귀 암을 앓고 있는 환자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읽어 눈길을 끌었다. 유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 때 "한미 FTA도 협상이기 때문에 미국 측의 요구를 안 받을 수는 없다"며 의약품 관련 협상 과정에서 양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

다음은 희귀 암 환자가 유 장관에게 보낸 편지 전문.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께

안녕하십니까?

여러 가지 어려운 사회적 이슈들로 혼란한 시기에 환자들과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고생하고 계시는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는 GIST라는 희귀 암을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GIST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치료약이 없어서 오로지 수술로 치료하다 생을 마감해야만 했던 무서운 병입니다. 다행히 '글리벡'이라는 신약의 등장으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료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글리벡은 완치제라기보다는 완화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글리벡에 내성이 생기는 경우에는 수술요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다행히 완치라는 일말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새로운 신약들이 속속 임상과 시판에 들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또 다른 절망과 함께 왔습니다. 바로 비싼 약값의 문제입니다.

그래도 암 환자에 대한 환자 본인 부담금 감소 정책과 최근 화이자의 항암제 '수텐' 약값 결정 과정을 보면서 우리 정부의 환자에 대한 처우 개선 약속이 잘 지켜지고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최근 유시민 장관의 한미 FTA 관련 발언을 보고 심히 걱정이 됩니다. 장관께서는 FTA 협상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 말 뜻을 쌀과 같은 이슈에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약품 관련 이슈는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산업자원부 장관이나, 정보통신부 장관 같은 분들이 얘기하셨다면 넘길 수 있는 이야기였겠지만, 환자의 촌각을 다투는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고 계시는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기에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FTA 체결이 우리나라에 득이 될 지, 아니면 해가 될지에 대한 기준은 없습니다. FTA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의 어느 한쪽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제약 관련 이슈들이 FTA 협상의 지렛대 역할로 전락하여 주고받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유시민 장관의 지난번 발언이 제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셔서, 병과의 싸움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안심시켜 주십시오. 만약 장관님의 발언이 제가 우려하는 바와 같은 의미의 발언이라면, 애절하게 부탁드립니다. 부디 의약품 관련 협상들을 FTA 협상과 별개로 해 주십시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편이셨던 장관의 소신을 지켜 주십시오.

저와 같은 환자들의 생명은 촌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잘못된 협상을 되돌리기 전에 수많은 환자들이 비싼 약값으로 치료시기를 놓쳐 가족을 뒤로 하고 죽을 수 있습니다.

잘못된 의약품 관련 협상은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의 생명을 더 단축시키는 살인 범죄 행위입니다. 잘못된 협상을 추진하는 이들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 살인자들입니다. 부디 우리 환우들의 걱정과 근심을 덜어주시고 희망을 보여주셔서 병과의 싸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2006년 11월 28일

희귀 암을 앓고 있는 한 환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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