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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고 없이 주택담보대출 억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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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예고 없이 주택담보대출 억제 돌입

은행 대출창구 꽁꽁 막혀…실수요자들 피해 우려

정부가 시중은행들에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규제하겠다는 뜻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하고 은행들이 이 방침에 따르기로 하면서 선의의 실수요자들이 주택구입용 대출을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들에 최저 1000억 원에서 최고 6000억 원까지 은행별로 설정된 1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분 한도를 지키라고 지시했다.
  
  이런 조치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나 다름없는 것으로, 서민 실수요자들과 금융권의 반발로 '11.15 부동산 대책'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6월에도 창구지도를 통한 총량규제에 나섰다가 서민 실수요자들의 반발에 부닥쳐 한 달 만에 이 규제를 철회한 적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식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했다가 다시 반발에 부닥치게 되는 상황을 피해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총량규제를 실시하는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이런 조치는 금감원에서 월권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어나고 있다. 현행 한국은행법은 시중은행에 대해 대출 총량규제를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 "총량규제 지시한 적 없다…대출 자제는 당부했지만"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한 것과 동시에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에 들어갔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방안 중 가장 강도 높은 금융조치로 꼽히는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는 금융당국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을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액수 이하로 제한하기로 하고 그 증가분을 은행별로 할당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번 조치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빅3' 대형 은행들에는 각각 5000억~6000억 원의 대출한도가 부과됐고 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 등 나머지 은행들에는 각각 1000억~3000억 원의 대출한도가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시장에 퍼지자 김중회 금감원 부원장은 17일 "대출총량 규제나 대출한도 설정과 같은 창구지도를 실시한 적이 없다"면서도 "이틀 전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시중은행장들과 개별적으로 면담을 갖고 무분별한 대출증가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지난 9월부터 각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이에 대응해 금융감독 차원에서 대출을 자제하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에 1조3032억 원이었던 은행권 전체의 주택담보대출 총량은 9월에는 2조5611억 원, 10월에는 2조7574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특단의 금융조치'를 실시할 것임을 시사함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가(假)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집값 잡는다고 집 없는 서민만 고생시키네'
  
  금감원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은행별 주택담보대출은 신한은행이 6915억 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국민은행 6355억 원, 우리은행 3975억 원, 농협 2817억 원, 하나은행 1721억 원 순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미 금감원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대출한도를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은행들이 17일부터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들 은행은 이미 승인이 떨어진 주택담보대출이나 실수요용 대출은 계속하겠지만 신규로 대출을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날부터 시중은행 창구에는 시민들의 항의전화와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상당수의 시민들은 이번 조치로 인해 서민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며,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결국 서민만 고생시킨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의 사실상의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가 은행들의 무리한 대출과 시장의 주택 가수요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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