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대 초반 당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우익 반군을 비밀리에 지원해 '8년 내전'을 유도, 85년부터 대통령을 지내던 오르테가는 결국 90년 대선에서 패배하면서 권좌에서 축출된 바 있기 때문이다.
오르테가, 차베스와 중남미 독립투쟁 동참 약속
그러나 오르테가는 우파 후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오르테가가 승리하면 니카라과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겠다"는 미국의 협박에도 불구하고, 16년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또한 오르테가는 과거와 달리 우파 진영을 아우르는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대통령의 권한이 대폭 축소되더라도 의회 기능을 개혁해 투자를 활성화할 것"이라며 "경제성장을 위해 민관이 합심하여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510만의 중남미 빈국 니카라과의 경제 부흥을 위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이다.
오르테가는 그를 '형제'로 부르는 쿠바의 카스트로 의장 및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는 "니카라과의 독립을 위해서 함께 투쟁하자"며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에서 물심 양면으로 지원해준 차베스 대통령에게 "볼리바르 혁명의 깃발이 차베스 대통령의 손에 의해 전세계에 휘날릴 날이 올 것"이라며 "오는12 월 3일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꼭 승리해 전인류의 존귀함을 지키고 세계평화를 꼭 이루어 달라"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오르테가가 차베스에 앞서 반미 노선을 내건 선배 격이지만 차베스 대통령이 주창하고 있는 '볼리바리안 대안운동'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차베스도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혁명은 볼리바르 혁명과 그 뿌리가 같다"며 "우리는 힘을 모아 21세기에 신사회주의 건설에 매진하자"고 화답했다.
이로서 중남미에서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네스토르 키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 타바레 바스케스 우루과이 대통령, 미첼레 바첼렛 칠레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등이 집권, 남미를 휩쓸고 있는 좌파바람이 점점 북상하는 양상을 띠게 됐다.
이와 함께 11월26일 치러지는 에콰도르 대선 결선투표에서 좌파인 라파엘 코레아 후보도 반미를 외치며 대권 승리를 장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비록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멕시코의 미겔 로페스 오브라도르와 페루의 오얀타 우말라 역시 강력한 지지세력을 거느리며 중남미 좌파 정치인 대열에 합류하고 있어, 멕시코와 페루 역시 머지않아 좌파정치인 출신 대통령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중남미 좌파바람, 포퓰리즘이냐 민주적 사회주의냐?
중남미 정치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소련이 무너진 이후 전세계적으로 소멸돼가던 사회주의 사상이 중남미에서 되살아나는 희한한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중남미를 휩쓴 좌파바람의 근원은 피비린내 나는 군정의 철권통치와 군부가 끌어들인 강포한 자본주의를 내세운 신자유주의에 대해 민중들이 저항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남미에서 정치적으로 승리를 거둔 좌파 정치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반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 반대를 내세운 것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마치 지난 냉전시절 중남미 전역을 휩쓸던 좌파 바람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당시 과테말라의 자코보 아르벤스,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쿠바의 카스트로,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볼리비아의 체 게바라 등은 중남미에서 사회주의 건설을 주도했으나 아르벤스와 아옌데는 군부쿠데타에 의해 실각하며 살해당한 역사를 안고 있다.
따라서 쿠바 카스트로의 대를 이어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차베스의 행보가 더욱 주목 받고 있다는 게 현지의 정치평론가들은 대체적인 주장이다.
물론 차베스가 내놓은 21세기형 신사회주의가 옛 소련의 그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남미형 신사회주의는 유럽형 사회주의처럼 무장혁명을 집권수단으로 하지 않고 투표를 통한 평화적인 투쟁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또한 옛 소련의 실패를 거울 삼아 신사회주의는 한결 발전된 민주주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소외계층과 토착 원주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중남미 민중들은 유럽의 식민지로서 오랜 착취를 경험했고, 독립 이후에는 정권들과 밀착된 기득권층들의 횡포로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에 고통을 받아 왔는데, 이들이 이제 유일한 대안으로 차베스형 신사회주의를 선택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중남미권의 좌파 바람은 대중선동을 통한 세몰이로 정권을 잡은 무늬만 좌파인 '포퓰리즘'적인 정치세력들에 의한 것이며, 이들 역시 뿌리깊은 부정부패의 고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또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표 몰이와 세 과시를 위해 노동자단체들과 대중운동 세력 등 각종 사회단체들을 정치 세력화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권력에 맛을 들인 각종 사회단체들의 부정 부패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중남미가 냉전시대와는 다르게 건설적으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좌파정부가 들어서도 군부세력이 발붙일 틈이 없다는 것과 외세에 관계없이 국민들이 투표로써 정치지도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했다는 것이 중남미 정치계의 가장 큰 변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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