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트 하눈 학살사건'은 이스라엘 군이 8일 새벽 가자지구 북부의 베이트 하눈에 탱크 포격을 가해 잠자던 일가족 13명을 포함, 18명이 사망하고 주민 40여 명이 부상한 사건이다. 이 피해 규모는 지난 4년 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상대로 저지른 무차별 폭격에 의한 피해 중 가장 크고 비극적인 것으로 현지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사망자 대부분이 한가족이며 어린이 8명을 포함해 대부분이 여성과 어린이들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 2월 '자살공격 중단'을 선언했던 팔레스타인 무장저항세력들이 '무한 보복'을 선언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 최고지도자 칼레드 마샤알은 8일 다마스커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의 죽음에 답할 것"이라며 "휴전은 끝났으며 이젠 무력투쟁을 자유롭게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샤알의 선언에 따라 하마스 무장저항세력들은 자살폭탄 공격을 앞세워 이스라엘 측에 반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무장조직 이즈딘 알카삼 여단은 마슈알의 선언 직후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강경파인 집권 하마스 지도부는 물론 팔레스타인의 온건파인 파타당 지도부에서도 자살폭탄 테러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는 등 이번 학살 사건을 계기로 팔레스타인 정치권이 모처럼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파타당 출신인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은 전혀 평화를 원하지 않으며 평화를 이룰 기회도 모두 파괴했다"며 "이스라엘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스라엘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는 또 하마스 지도자로 자치정부 총리를 맡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야와 한 목소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 개최를 요청했다. 유엔 안보리는 9일 이번 사건에 대해 논의했다.
이스마일 하니야 자치정부 총리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일에 진력하기 위해 연립내각 구성을 위한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의 협상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스라엘의 입장을 두둔해 온 미국도 이번 사태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은 가자지구의 인명 피해 때문에 매우 슬프다"며 "이스라엘이 이번 사건을 조사한 뒤 이같은 비극이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은 그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지만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사건으로 적대행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을 우려했다. 러시아도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자기 방어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마가렛 베케트 영국 외교장관은 "이번 사건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이스라엘 정부를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반응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스라엘은 이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신속하게 사과했다. 그러나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사건은 기술적인 실수"였다고 강변했다. 이스라엘 남부지역으로 로켓공격을 가해 온 지역을 겨냥했으나, 목표지점으로부터 1㎞ 가량 포탄이 빗나갔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올메르트 총리는 "앞으로도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에 대한 군사 작전은 계속될 것이며, 이같은 실수는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다만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가지지구에 대한 폭격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민병조직원들의 로켓공격을 막는다며 지난 1일부터 베이트 하눈을 점령한 채 대규모 군사작전을 진행해 왔으며, 6일 이 지역에서 일단 철수했으나, 팔레스타인 저항세력과의 교전 중 병사 1명이 사망하자 정확도가 떨어지는 탱크에 의한 폭격을 감행하다가 이번 참극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군이 지난 1일 베이트 하눈을 침공한 이후 이 지역에서만 최소 8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영국의 <BBC> 방송은 "지난 6월 말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에 의해 이스라엘 병사 2명이 납치된 이후 시작된 가자지구에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247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그 중 155명이 민간인이며, 여기에는 57명의 어린이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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