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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불참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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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불참한 진짜 이유

김영길의 '남미리포트'<209>"스페인 들러리 서기 싫어"

5일 폐막된 올해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에 정작 라틴아메리카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중남미 3인방(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룰라 브라질 대통령, 키르츠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예고없이 불참했다. 키르츠네르 아르헨 대통령은 개막식에는 얼굴을 내밀었지만 서둘러 자리를 떴다.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이틀간 일정으로 개최된 올해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에 이들이 불참한 배경에 대해 이를 놓고 남미 외교가는 "예견된 일"이라며 오히려 이들 지도자들의 다음 행보에 관심을 더 두고 있는 눈치다.

옛 정복자들에게 곱지 않는 시선 보내는 중남미 3인방

중남미 3인방은 드러내놓고 표현은 하지 않을지라도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옛 영화에 사로잡혀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을 통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려는 의도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남미 지역을 지난 500여 년간 지배했던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데에 대해 이들의 불만이 컸다는 것이다.
▲ 제16차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

올해는 특히 스페인에서 사바떼로 총리는 물론 후안 까를로스 국왕까지 이 회담에 참석하여 주도권을 행사하는듯한 인상을 풍기자, 차베스와 룰라, 키르츠네르는 이 회담에서 괜한 들러리 역할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판단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남미권 맹주임을 자처하고 있는 브라질은 라틴권 국가들의 회담에서 스페인의 입지를 강화해줌으로써 고립을 자초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브라질은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스페인어가 아닌 포르투갈어를 사용,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 정치,외교,문화적으로 항상 밀리는듯한 인상을 주어 왔다.) 라틴국가들의 인구 분포 또한 스페인어권이 4억 이상으로 2억을 밑도는 포르투갈어 권을 압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룰라로서는 중남미 분위기 상 차베스와 키르츠네르에 밀리지 않으려고 내심 고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까지 중남미에 가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룰라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몬테비데오회담을 외면한 깊은 속내다.

이에 대해 아르헨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은 중남미 국가들과 EU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모임에 불과하다"며 "룰라와 차베스, 키르츠네르 모두 지금은 이베로아메리카 회담의 현안보다는 중남미 통합에 주력할 때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중남미 3인방'의 불참으로 빛이 바래기는 했으나, 이번 정상회담에는 '불평등과 굶주림, 빈곤 추방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자'는 슬로건 아래 46개 항에 이르는 '몬테비데오 선언'이 채택됐다.

몬테비데오에 모인 스페인과 포르투갈, 중남미 20개 국 대표들은 미국 정부를 향해 멕시코 국경지역에 설치될 예정인 1125Km에 달하는 장벽 건설을 제고해줄 것과 대쿠바 봉쇄정책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또한 이번 몬테비데오 회담에서는 중남미의 빈곤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회담장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중남미 민중들이 대를 이은 빈곤으로 인해 3000만 명 이상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조국을 등지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개탄하고, 선진국에 거주하고 있는 라틴권 출신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 사태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해결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회담장의 스페인 대표를 향해 "1년 전 내가 마드리드를 방문했을 때 한 볼리비아인 불법체류자로부터 '마드리드 공항에서 입국허가를 받으려면 5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면서 "당신들은 지난 500년 동안 우리를 착취한 것도 부족해서 오늘날까지 먹고 살기 위해 조국을 등진 가련한 볼리비아인들로부터 500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가"라며 약소국가 국민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몬테비데오 회담에서 특별히 눈에 띈 선언은 파나마운하의 확장공사와 이 운하의 관리에 대한 문제를 공식화한 것이다. 파나마운하의 확장계획은 지난 8월22일 중국을 방문한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국 정부와 협의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필자의 8월28일자 "태평양으로 석유운송 뱃길을 열겠다"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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