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단 중남미에서 반미동맹 전선을 구축하며 유엔 안보리 진출을 노린 베네수엘라의 목표를 좌절시켰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유엔무대에서 미국을 상대로 차베스 대통령의 영향력을 넓히고 반미세력확보에 상당한 실리를 챙겼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양상이다.
비록 투표에서는 밀렸지만 미국이 공개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과테말라와 무승부를 기록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 "이번 안보리투표를 통해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고 "80% 이상의 중남미 국가들이 베네수엘라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진출 성패를 떠나 지금까지의 성과로 보아 일단 베네수엘라의 안보리 진출시도는 성공한 것"이라고 자평한 차베스는 자신이 추진중인 중남미 통합의지가 미국의 공개적인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예전보다 더 힘이 실렸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이 일부 언론들도 "세계를 무대로 미국과 맞붙은 유엔 안보리 표 대결은 마치 라이트급 복싱선수가 슈퍼헤비급 선수와 혈전을 벌인 것 같은 게임이었다"며 베네수엘라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고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고 강조했다.
차베스는 또 미국 정부는 오는12월 대선에서 자신의 승리가 확실해지자 대선기간 중 사회불안을 야기시키고 자신을 암살하기 위한 '붉은 해돋이 작전(Operación Amanecer Rojo)'을 추진 중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작전은 여론조작은 물론 과격시위대를 투입해 선거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공작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야권 후보가 득세하고 있는 술리아주 마라까이보 시의 디 마르띠노 시장은 "대선기간 중 사회불안을 부추기기 위해 학생과 군인들로 위장한 반정부시위대 조직과 대학생 암살 등을 부추길 광범위한 시나리오가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의회도 "선거를 무효화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공작들이 진행되고 있다"며 "외교분과위원회 차원에서 면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유엔이라는 세계무대에서 미국과 힘겨운 샅바싸움을 무승부로 끝낸 베네수엘라는 이번에는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장으로 그 무대를 옮겨 지난 50여 년간 쿠바를 향한 경제제재 조치 거부와 미국이 보호하고 있는 쿠바민항기 테러범 루이스 뽀사다 까릴레스의 신병인도를 이슈화할 전망이다.
영어권 국가를 제외한 중남미 20개 국과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회원으로 둔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은 지난 1970년대 초 라틴권 국가들의 외교,정치,경제,사회 등의 상호 연대와 협력을 위해 창설됐다.
금년으로 제16차를 맞는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은 3~4일 양일간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에서 개최됐다.
이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몬테비데오에 모인 라틴권의 1800여 명의 기자들은 벌써부터 우루과이 발 반미 강풍을 거세게 느낀다며 이베로아메리카 정상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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