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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간부 잘라! 아니면 당신이 사표 내'

산기평 전 원장 '폭로'…'파업사태' 한편에선 '돈잔치'

산업자원부가 산하 기관의 노사 갈등을 부추겼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동조합 간부를 해고시키라는 지시를 산하 기관장에게 전달하고, 해당 기관장이 말을 듣지 않자 그가 기관장에서 물러난 후에도 불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현재 해당 기관은 노사 갈등으로 지난 2003년부터 기관 운영이 파행을 겪고 있다.

산자부 "눈엣가시 노조간부 해고" 지시

<프레시안>은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 주문영 전 원장이 지난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진술서를 2일 입수했다. 주 전 원장은 이 진술서에서 "(2003년 4월 22일 사표를 낸 후) 오영호 당시 산업기술국장(현 청와대 산업정책 비서관)으로부터 몇 번 전화를 받았다"며 "내부 고발자 등 문제가 있는 노조간부 3명에 대하여 원장 직권으로 해고하라는 내용이었다"고 증언했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주문영 전 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지난 30일 제출한 진술서. ⓒ프레시안

산업기술평가원은 산자부로부터 집행되는 약 2조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당시 이 기관의 노조는 "산자부가 연구개발비를 집행한 후 그 대가로 기업으로부터 받은 기술료 450억 원을 부당하게 전용했다"고 폭로해 산자부와 1년 가까이 날을 세우던 상황이었다. 산자부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경영진에 노조 간부 해고를 종용한 것.

그러나 주문영 전 원장은 산자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주 전 원장은 "해고 조치를 취하기에는 명분이 없었고 7일밖에 남지 않은 임기를 염두에 두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해고를 시키려면 정상적인 인사·징계위원회를 개최한 후, 해고 대상자에 대한 이의신청 기회 부여 등 법적 절차를 밟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오 국장은 떠나면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며 막무가내였다"고 덧붙였다.

주 전 원장은 이어서 "(오 국장은) 기한 내 처리하지 못하면 2003년 6월 3일자로 취임하기로 되어 있던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 원장 발령을 낼 수 없다고 압박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주 전 원장은 노조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임 임기 3년을 못 채우고 중도하차한 뒤, 또 다른 산자부 산하기관인 전기전자시험연구원 원장에 취임할 예정이었다.

주 전 원장은 "결국 (해고 지시를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 국장의 강요에 따라 전기전자시험연구원에 취임하면서 선(先)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받는 해프닝이 이어졌다"고 고백했다. 주 전 원장은 실제로 2003년 6월 3일 전기전자시험연구원장에 취임하면서 2년만 임기를 채우겠다는 내용의 선 사직서를 냈다는 것.

이런 선 사직서는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전기전자시험연구원 이사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2003년 5월 31일 열린 전기전자시험연구원 이사회에서는 정관에 3년으로 보장돼 있는 원장의 임기를 자의적으로 2년으로 하는 것에 대해 일부 이사의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이사회에 참여한 산자부 과장은 "주무부처의 요청이니 의견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문제제기를 일축했다는 것이다.

269일째 파업 사태…노조 이탈 직원은 법인카드로 '흥청망청'

주문영 전 원장이 퇴임하자마자 노사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뒤를 이은 김동철 전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경영개선을 내세우며 노조간부 3명을 전격 해고했다. 이때부터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경영진과 노조를 지키려는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 시작됐고, 이 갈등은 지금도 3년째 계속되고 있다.

노사 간의 계속된 소송으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산업기술평가원이 지출한 소송비용만 9350만 원이나 된다. 노동위원회, 법원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족족 경영진이 또 다른 소송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비용이 급증한 것이다. 2006년 2월부터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11월 2일 현재 269일째 파업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노사 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2003년 당시 100여 명에 달했던 노조원은 현재 22명만 남은 상태다. 이렇게 노조를 이탈한 직원들은 최근 업무추진비를 흥청망청 쓴 정황이 드러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공휴일에 할인마트 등에서 사용한 법인카드 금액이 1억3800만 원에 달했고, 심지어 스타벅스에서 쓴 커피 값만 800만 원이나 됐다.

주문영 전 원장은 진술서에서 "산자부가 산하기관의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해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현재 1년 가까이 파업 사태가 진행 중인 산업기술평가원의 문제점과 그 원인을 시급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막대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그 해결책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영호 등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 나와…"그런 일 없었다"

한편 이런 주문영 전 원장의 증언에 대해서 오영호 전 국장을 비롯한 당사자는 "그런 일이 없었다"는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10월 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오영호 전 국장은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의 관련 지적에 "주 전 원장의 증언은 사실과 다르다"며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이런 논란 끝에 정진섭 의원(한나라당) 등은 "주 전 원장의 증언이 개연성이 충분하다"며 엄현택 서울지방노동청장에게 오 전 국장의 산하기관 노조간부 해고 지시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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