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병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1월 당선자 신분으로 척추 추간판(디스크) 수술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병원이다.
"우리들병원, 고가의 편법시술로 환자를 속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고경화 의원(한나라당)은 13일 '노무현과 이상호의 우리들병원 신화'라는 국정감사 자료집을 통해 우리들병원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했다. 고 의원은 "우리들병원은 각각 9만4000원(미세 현미경 추간판 절제술), 4만767원 정도(수핵 자동흡인술)의 본인 부담이 발생하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두 가지 시술을 단순히 병행해 환자에게 약 186만 원의 진료비를 부과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두 가지 시술을 단순히 병행하는 우리들병원의 시술(AOLD : 뉴클레오톰을 이용한 관혈적 추간판 절제술)은 별다른 효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계의 공식 견해다. 대한척추외과학회는고경화 의원에게 보낸 공식 답변서에서 "이 시술을 통해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이론적 배경이나 문헌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경화 의원은 "대학병원에서는 해당 시술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며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을 하는 바람에 환자의 부담만 14배 이상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 시술을 받은 환자는 강남 우리들병원에서만 연간 약 3348명이고, 환자들이 이 시술을 받느라 '낭비'한 돈은 연간 총 57억9204만 원에 달한다고 고 의원은 추산했다.
"盧 정부 들어선 후 감독기관 실사도 전무"
고경화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척추수술 사전심사제'를 보건복지부에 공식 건의해 우리들병원이 주도하는 척추수술 증가세에 제동을 걸려 했던 신영수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은 임기를 약 1년 남겨두고 돌연 퇴임했다"고 지적했다.
우리들병원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단 한 번도 감독기관으로부터 실사를 받지 않았다. 심평원이 이 병원에 대해 현지실사를 한 것은 2002년 7월이 마지막이다. 고경화 의원은 "이 병원이 수많은 비리와 편법을 통해 환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축낸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점을 염두에 두면 이것은 의혹을 살 만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들병원은 건강보험 허위청구 등을 이유로 2003년 12월 12일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도 했다. 2002년 7월의 마지막 현지 실사 때도 서울 우리들병원(업무정지 50일, 과징금 5억276만 원)과 부산 우리들병원(업부정지 40일, 과징금 1억1843만 원)은 제재를 받았다.
고경화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우리들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이 병원은 '대통령이 수술한 병원'이라는 홍보효과를 거두었을 뿐 아니라 감독기관이 감히 손을 대지 못하는 병원이라는 홍보효과까지 거둔 셈"이라며 "이런 사실에는 많은 심평원 직원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들병원 "시술효과 전문가가 인정"…관련 학회는 "사실무근"
이런 고경화 의원의 지적과 관련해 우리들병원 관계자는 "신기술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해당 시술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뿐"이라며 "고경화 의원이 문제 삼은 기술은 대한신경외과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데 대한척추외과학회의 의견만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또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척추수술을 받아 유명세를 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뿐이라면 이처럼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들병원 성장의 원동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그 효과가 좋음을 인정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적인 해명자료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경화 의원 측은 "대한신경외과학회에서 우리들병원 시술의 효과를 인정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대한척추외과학회뿐만 아니라 대한신경외과학회의 다수 전문가도 우리들병원의 시술 효과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 "복지부는 우리들병원과 관련해 어떤 외압을 받거나 행사한 적이 없다"며 고경화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우리들병원, 盧 정부 들어 '급성장'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 우리들병원이 급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전국 5곳 우리들병원의 척추 수술 점유율은 2002년 12.7%에서 2004년 1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우리들병원의 척추 수술은 115.6%나 증가해 전국 평균 61%를 크게 상회했다. 우리들병원이 최근 척추 수술 증가세를 주도해 온 것이다. 현재 우리들병원은 서울 2곳(강남, 강서)을 포함해 광주, 대전, 부산 등 전국 5곳에 이른다. 2004년 3월에는 수도약품을 인수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이상호 이사장과 그의 부인 김수경 수도약품 회장 등 가족이 경영권을 가진 기업은 총 16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상호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가 가능한 몇 안 되는 측근으로 분류된다. 1990년대 초반 부산에서 인연을 맺은 뒤 17대 대통령 선거까지 노 대통령의 핵심 후원자 역할을 해 왔다. 김수경 회장은 자신이 대표로 있는 열음사에서 <그에게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와 같은 노 대통령 관련 서적을 3권 펴내기도 했다. 이상호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추진해 온 병원 영리법인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의료 산업화 정책'의 실질적인 입안자로도 꼽힌다. 우리들병원은 그간 수차례에 걸쳐서 병원 영리법인화가 허용될 경우 '제1호 주식회사 병원'이 될 것을 표방해 왔다. 이런 이 이사장의 구상이 노무현 정부의 의료 산업화 정책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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