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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체, 왜 볼리비아서 무모한 작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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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체, 왜 볼리비아서 무모한 작전했나"

김영길의 '남미리포트'<198>체 게바라와 페론 <하>

쿠바언론에 보낸 "나의 친구 체"라고 시작된 페론의 이 편지가 빛을 보게 된 건 페론의 평생 지우이자 페론의 그림자 역할을 했던 호르헤 안또니오가 남긴 자료 덕분이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유렵을 휩쓸던 1942년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날아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페론의 여인(지오바나 델 피오리)의 행방을 끝까지 수소문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제국주의에 대항해 싸운 진정한 혁명가의 모습"

페론은 이 서한의 서두에서 "당신이 주도했던 게릴라 전법은 부족 간 다툼에서도 활용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본적인 전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 이라면서 "그러나 2차대전 이후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기동력의 발달, 볼리비아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하면 당신의 게릴라 전술은 나로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페론은 이어 "쿠바나 콩고 등 다른 나라에서 벌인 당신의 활약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볼리비아 현지에서 게릴라 부대를 결성했던 용기와 설득력 등 당신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신의 볼리비아에서의 게릴라 작전은 무모했고 자살행위에 가까웠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스페인 망명지에서 평생 지우인 호르헤 안또니오(왼쪽)와 함께한 페론. ⓒ프레시안

페론은 또 이 서한을 통해 체의 죽음을 이렇게 추모했다.

"나는 직업군인으로서 밀림지대와 고립된 산악전투에 대해 깊이 연구를 했고 이 부분에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신은 잘 훈련된 정규군을 상대로 불가능한 작전을 수행했고 승리한다는 자부심이 넘쳐났다.

당신의 그 고귀한 희생은 헛되지 않았으며, 볼리비아에서 당신의 전설적인 투쟁의 모습은 세계 방방곡곡에 혁명가의 이미지로 퍼져 나갔다. 또한 당신은 소외계층의 해방을 위해 당신의 젊음과 생명까지도 아낌없이 바친 진정한 혁명가의 대표적인 모습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나는 당신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피하려 하지 않은, 삶의 목적이 분명한 남자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삶의 분명한 목적이 없는 사람은 태어나지 않은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은 비록 짧았지만 당신의 삶의 목적을 충실하게 이행하며 살았던 것이다.

제국주의와 대항해 싸운 당신의 삶은 어느 누구도 지울 수 없는 묘비의 기록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신은 자유로운 사나이의 명예의 표상이었다."


중남미 해방 추구한 두 혁명가

현지학자들은 "페론과 체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두 사람은 중남미 대륙의 진정한 해방을 추구했고, 공동의 적(미 제국주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쉽게 뜻을 같이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며, 페론과 체는 윤리적으로도 혁명을 주도하기에 적합한 인사들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사람의 다른 점을 꼽으라면, 페론주의는 제국주의와 기득권층들로부터 노동자들과 소외계층들을 지키기 위한 혁명으로 노동자들과 페론주의자들을 투쟁의 근간으로 앞세워 민중해방을 주도한 반면, 체는 무장세력을 동원해 기득권층 제거를 목표로 했다는 게 현지학계의 분석이다.

"직업군인 출신인 페론이 비무장혁명을 주도한 반면 의사 출신인 체가 게릴라전술을 동원한 무장혁명을 추구했다는 것이 미묘한 대조를 이루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라틴아메리카의 혁명을 주도했던 혁명가의 삶을 살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라며 현지역사가들은 두 사람 삶을 나란히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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