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 정부에 국내의 수량, 수질과 관련한 정책 기능을 통합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건설교통부와 환경부의 통합 움직임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물 관리 정책은 수량(건교부), 수질(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다.
OECD는 또 국내의 에너지 사용량,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OECD 평균을 상회한다고 지적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된 권한들이 지방정부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환경보다 개발이 우선시 되는 분위기에도 경종을 울렸다.
"한국도 이제 OECD 회원국 수준의 책임 져야"
OECD는 21일 지난 9년 간(1997~2005년) 한국 환경정책의 성과를 평가한 결과를 발표하고 55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평가 부분은 OECD가 지난 1997년 1차 평가에서 제시한 55개 권고사항 등이 제대로 이행됐는지에 대한 것이다.
OECD의 평가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지난 9년 간 환경정책에서 큰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경제정책 등에서 환경적 정책이 미흡한 것으로 지적됐다. OECD는 "한국은 에너지, 물, 살충제, 비료 사용량, CO₂배출량이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OECD는 이어 "한국은 이제 경제·사회·환경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며 "OECD 회원국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OECD는 특히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을 주문했다.
"수량·수질 물 관리 정책 통합하라"
OECD는 우선 물 관리 정책에서 수량, 수질에 대한 정책 기능을 통합할 것을 주문했다. 건교부(수량), 환경부(수질)로 이원화돼 있는 물 관리 정책 기능을 한 곳으로 일원화하라는 것. 이런 물 관리 정책의 통합은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돼 온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지적에 발 맞춰 건교부, 환경부의 정책 기능 통합이 정부 안에서 강력히 검토되고 있기도 하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미 건교부, 환경부의 통합 방안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주문해 놓았다. 이번 OECD 발표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이밖에 물 관리 정책에서는 중수도 사용과 같은 통합적 도시 물 관리 노력의 필요성,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중심의 수질 관리를 넘어선 수생태계 관리의 필요성 등이 추가로 제기됐다. 이미 환경부는 수생태계 관리 위주로 수질 관리의 재편을 시도했다.
"에너지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성 고려돼야"
산업자원부 중심으로 짜이는 에너지 정책 의사결정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OECD는 "에너지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성 고려가 제한적"이라며 "국가에너지위원회 업무 등에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속 증가하는 에너지 사용량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OECD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저감하기 위한 추가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가격에 환경비용을 내재화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 물질과 CO₂배출량 저감의 성과가 부진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대기 질 관리를 넘어서 전국의 대도시·산업단지에 대한 종합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대기오염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인 교통 부문의 개혁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OECD는 "통행료, 연료 가격 제도 등 교통수요 관리를 강화하고 자동차, 연료, 기반 시설 등에 있어서도 좀 더 환경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방정부 개발 우선시하는 분위기 우려스러워"
지방정부로 권한이 이양되면서 환경보다는 개발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OECD는 "지방정부가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보다 개발을 우선할 위험성이 크다"며 "토지이용 계획에서 환경에 대한 고려가 지방자치단체 별로 매우 상이하다"고 설명했다.
OECD는 "토지이용 계획의 모든 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환경영향평가 등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7월 1일부터 본격적인 개발 전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전략환경영향 평가제도가 도입됐다.
새만금 간척 사업 등으로 국제적으로 '악명'을 떨친 국내의 자연보전 노력의 미흡함도 다시 한번 거론됐다. OECD는 "자연보전 노력이 도시·연안의 개발 욕구, 여가수요 증가와 부합하게 추진되는지 의문시된다"고 꼬집었다.
OECD는 "여러 부처에서 분산 관리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자연환경 보호지역(국토의 10%)은 대부분 낮은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다"며 "부처 간 보호지역 관리 기능의 합리적 조정과 실질적인 보호 강화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오는 12월부터 이행계획 마련할 듯
이런 OECD의 평가 결과와 권고 내용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정부는 권고 사항이 국내 정책에 반영 될 수 있도록 오는 12월부터 후속 이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국내 이행상황은 2008년으로 예정된 OECD 환경장관회의에서 보고된다.
이번 OECD의 권고는 강제성은 없지만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환경정책을 달성하는 일종의 기준으로 간주하고 최대한 국내 정책에 반영시킬 계획이다. OECD는 이런 권고사항 이행에 대한 사후관리를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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