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 연구위원은 이날 오전 '한국외교와 동북아평화 연구회'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국과 중국이 천안함 해법 모색과 함께 6자회담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국도 그 움직임에 가세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천안함 해법 모색으로 비핵화 유도해야"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은 천안함 침몰 직후 한국 정부가 '사건의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6자회담 재개 프로세스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만 해도 이를 적극 받아들였지만 5월 말 2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거치면서부터 천안함 문제와 6자회담 재개 노력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우 지난달 2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천안함 사건 조작을 승인했으며, 이 사건을 걸어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전면 차단했다'고 주장했다"며 "북측도 천안함 사건과 6자회담을 연계할 조짐을 노정했다"고 해석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여전히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재개'라는 기조를 지키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조성렬 위원은 "우리 정부의 대북 최종 목표는 '비핵·개방·3000 구상'에서 보이듯 북핵 문제의 해결로 보인다"며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이제 천안함과 6자회담과 관련한 선후(先後) 논리를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먼저 정부가 대북 조치로 달성하고자 하는 최종 상태가 북한의 핵 포기 유도라는 점을 분명하게 천명하고, 이미 발표한 대북 조치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순서에 대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에 따라 경제 제재 조치의 완화 내지 강화를 결정하고, 이후에 유엔 안보리 논의 결과를 보고 군사 조치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만약 북한이 중국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타진해 올 경우 한국은 이를 거부하여 한·미 갈등의 소지를 만들기보다 엄격한 재개 조건을 부과해 주도권을 잡도록 해야 한다"면서 "이어 6자회담이 재개되면, 이를 남북 대화의 마당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출구 전략 마련돼야"
조성렬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통에서도 그 필요성을 제기했듯 이명박 정부 임기 완료 전까지 남북관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천안함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일단 남북이 마주 앉는 상황이 연출돼야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북한 역시 강경한 반응을 보이면서 지난달 25일에는 '이명박 정부와는 당국간 대화를 일체 단절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성렬 연구위원은 "북한에 여전히 대화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북·중 경협 활성화를 통해 경제 회복에 주력하고 있고, 2012년까지 후계체제를 구축하고자 하고 있어 남북관계 안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면서 "북한은 우리 정부의 대북 조치에는 맞대응하겠지만 선제 도발을 해서 한반도 상황을 악화시키려 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남측이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선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성렬 박사는 그러기 위해 먼저 △북한의 사과·책임자 처벌과 유엔 안보리 조치 종료 가운데 어떤 것이 천안함 사태 종료인지에 대해 국내 여론 및 한·미 양국간 인식이 공유되어야 하며, △어느 시점과 조건에서 6자회담 및 남북대화 재개의 전기를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박사는 이어 천안함 사태로 훼손된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실무 당국자 차원의 논의가 아닌 남북 정상회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성급하게 진행하면 북한이 한국 정부나 국제사회의 의지를 오판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8.15 광복절 경축사를 계기로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는 작업과 △통일부의 대북 조치에서 제외된 영·유아 대상 인도적 지원을 매개로 남북 접촉을 개시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안함에 '판문점 해법' 효과 나올까?
한편 조성렬 연구위원은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대북 압박 조치가 지난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판문점 사건)의 해법과 매우 유사하지만, 두 사건 간에 존재하는 차이 때문에 조치의 효과까지 유사하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위원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미루나무 절단 작업을 하던 미군 병사들과 북한군 사이의 충돌로 미군 장교 2명이 사망한 사건을 거론하며, 당시 한미 양국이 추진했던 대북 무력시위가 효과를 발휘해 결국 북한의 유감 표명을 받아냈다고 상기시켰다.
조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판문점 사건의 해법이 정전체제 하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북 압박 사례인 것은 확실하지만, 당시엔 (천안함 사태와 달리) 가해자가 분명하고 피해자가 미군 장교였기 때문에 미국의 강력한 보복 의사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천안함의 경우 피해자가 한국군이며 가해자를 둘러싸고도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가 천안함 대북 압박 조치의 효과를 낼지 아닐지의 관건이 된다.
이 밖에도 조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대북 조치의 정당성과 유효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펼친 유엔 안보리 천안함 외교전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의 결의 또는 성명이 나올지가 '천안함 해법'의 효과를 좌우하는 또 다른 변수라고 지적했다.
▲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과 2010년 '천안함 사건'의 상황과 해결 과정에서 드러나는 차이점들. ⓒ조성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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