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업자원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기준가격'을 일부 낮춘 것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산자부 신재생에너지팀은 "이번 지침 개정은 그간 수년 간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변화를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정작 환경단체와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염광희 환경운동연합 에너지ㆍ기후변화팀 염광희 간사는 신재생에너지팀의 인식에 내재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보내왔다. 염 간사는 "소규모 발전소 보급 확대를 통해 시민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산자부의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편집자>
산업자원부는 지난 8월 30일 '신재생에너지 발전차액 기준가격 지침'을 개정 고시했다.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발전차액 지원 제도를 운용하기 위해 각 재생가능 에너지 별로 기준가격을 개정해 고시한 것이다. 정부는 재생가능 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할 때 거래되는 시장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액을 보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새로운 기준가격 고시를 보면, 정부의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정책의 방점이 과연 어디에 찍혀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기준가격을 낮게 책정한 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특히 소규모 발전소에 대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정부는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에 있어서도 과거에 대형 원자력 발전소나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듯이 중앙집중적인 대규모 발전소에 대한 선호를 버리지 못한 것 같다. 대규모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새로운 기준가격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기준가격으로는 태양광, 소수력과 같이 일반 시민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발전소 건설은 불가능하다.
소규모 발전소에 대한 '배려' 찾아볼 수 없는 산자부 정책
소수력 발전은 말 그대로 대형 댐을 통한 발전이 아니라 일반 하천의 흐르는 물을 이용해 작은 규모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는 하천 및 주변 생태계에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대형 댐과는 달리 재생가능 에너지로 분류한다. 지난 고시에서는 소수력 발전 전력의 기준가격이 73.69원/kWh였던 데 비해 이번 고시에서는 발전소 성격별, 용량별로 세분화한 4개의 기준가격을 내놨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소수력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가정해보자. 비용을 최소화하고, 주변 환경을 고려했을 때 하천에 이미 설치된 수중보를 활용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문제는 기준가격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것이다. 관련 업체의 의견을 종합하면 최소 90원 가량은 되어야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새로운 고시에서는 72.80원(또는 SMP+10원)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1kWh당 716.4원이었던 기준가격이 부품의 '가격 인하 추세'를 이유로 30kW 미만은 711.25원, 30kW 이상은 677.38원으로 인하되었다. 대용량의 경우 건설비용이 소규모보다 적게 들기 때문에 차등 적용하는 것은 옳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30kW 미만의 소형 발전소다. 개정된 기준가격으로는 손해가 불가피하다.
김영삼 팀장이 앞선 글에서 얘기한 것처럼 정부에서 파악한 1kW 태양광 발전소 설치비용은 940만 원이다. 만약 3kW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행정비용을 제외하고 총 2820만 원이 소요된다. 이 발전소에서 매년 3300kWh의 전력이 생산된다고 가정하고, 연간 최소의 관리비 10만 원과 수익에 따른 세금을 제하면 15년 동안 1.67%의 순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그 15년 동안 발전시설에 문제라도 생기면 소규모 발전 사업자는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겠는가? 발전차액 지원 제도를 담당하는 김영삼 팀장은 본인 집에 3kW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겠는가?
산자부의 재생가능 에너지 정책, 미래 없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전기연구원과 산업자원부는 이번 고시로 기준가격을 '현실화'했다고 자평한다. 무엇이 가격 현실화인가? 정부에서 예상한 목표의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이 건설된 것도 아니고, 독일과 같이 후치담보와 같은 금융지원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재의 국산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의 기준가격과 1대1로 비교해 외국보다는 후하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산자부에 묻고 싶다.
이번 개정된 기준가격은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을 위한 장기적인 '신호(signal)'가 아니라, 소규모 재생가능 에너지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신호로밖에 볼 수 없다. 지난 만 4년 간의 발전차액 지원 제도로 인해 현재 재생가능 에너지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는 고작 65개에 불과하다. 더 강력한 유인책을 구사해도 뒤늦은 판에 기준가격을 하향조정하는 것은 "정부에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의지가 없다"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가 대규모의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 보급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보급 확대는 그야말로 어려워질 것이다. 에너지원의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소비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이 산업체와 일반 시민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문제는 정부나 발전회사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현재 전 세계가 직면한 에너지 문제, 에너지 위기를 간과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에너지 관련 기업이 산업자원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소를 대규모로 건설한다 할지라도 시민들이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볼품없는 전시행정으로 전락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몇몇 지역이 솔라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도해 태양광이나 태양열 시설을 보급하는 사업인데, 지역 주민 중 과연 몇 퍼센트나 이 사업에 대해 알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내가 만나본 많은 수의 지역 주민들은 이 사업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일반 시민의 참여가 없는 정책은 오래 지속되지도 않거니와 그 효과를 기대할 수조차 없다. 진정으로 2011년 재생가능 에너지 5%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또 독일과 같이 전 국민이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산을 위해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면, 이번 개정 고시의 기준가격은 재검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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