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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모종을 자르는 정신나간 산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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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재생에너지 모종을 자르는 정신나간 산자부

[기고] 재생에너지 산업,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서

피크오일(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거대한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다. 사실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늑대 이야기는 1901년 텍사스주의 스핀들 탑 유정에서 석유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이후 1920년대부터 줄기차게 제기되어 왔다. 록펠러는 1937년 죽을 때까지도 갑작스럽게 석유가 사라지지나 않을까, 그래서 그의 재산도 돈벌이도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지나 않을까 늘 걱정했다. 그러나 이런 석유고갈의 늑대 이야기는 곧이어 새로운 대규모 유전들이 속속 발굴되고 추정매장량 자체가 엄청나게 높아짐으로써 그야말로 헛소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로얄더취셸 회사의 셸연구소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는 이전의 어설픈 양치기들과는 달리 오랜 세월 동안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한 뒤 통계물리학 방식을 도입해 정밀한 분석 작업을 시도했다. 1956년 마침내 허버트는 미국의 석유생산은 1966년에서 1972년 사이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석유업계와 정부, 지질학자들 대부분이 또 늑대가 한 마리 나타났군 하고는 허버트의 분석을 인정하지 않았다.
  
  1970년 실제로 미국의 석유생산은 정점에 도달했고 그 이후 알레스카 프루도 베이 석유 개발로 생산량이 조금 늘어난 시기를 빼고는 해마다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정말로 늑대가 문 앞에 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미국은 석유의 절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 온갖 어거지와 거짓말을 갖다 붙이며 이라크를 침략한 까닭도 모두 이 석유 때문이다.
  
  '피크오일'은 여전히 '늑대 이야기'?
  
  전세계 피크오일은 대체로 2007~2015년으로 추산한다. 이미 전세계 50개 남짓한 산유국 가운데 그 절반인 25개 나라 이상(브리티시 페트롬엄[BP]의 통계로는 20개가 안 되지만)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 문제는 석유생산 정점이 언제인가라기보다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바로 그 사실에 있다. 석유뿐만 아니라 철, 구리 등 천연자원의 고갈 또한 피할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에 있다.
  
  석유는 현대 산업문명의 주춧돌이다. 석유가 없는 사회를 한번 생각해보라. 석유는 20세기 초 16억으로 추산되던 세계 인구를 단 100년만에 60억 인구로 늘려놓았다. 석유가 농경지 확대와 식량 증산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음식의 90%는 석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 농업은 씨앗생산에서부터 땅갈기, 가을걷이, 농기계, 농약, 비료, 운송, 보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석유가 투입되는 석유농업이다. 석유가 고갈되기 시작하면 당장 식량위기의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한국경제는 쓰나미에 휩쓸리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이제 더 이상 값싼 석유의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며 석유를 돈주고 사고 싶어도 못사는 일이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석유를 거의 전부 수입하는 석유 순수입국이고 게다가 대부분 중동에서 들여오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 유통은 석유메이저들이 장악하고 있고 이들 석유메이저들은 그 뿌리가 대부분 미국이나 영국이다. 2차대전 당시 일본의 미국 공격은 미국이 인도네시아 석유의 일본 수출을 금지하면서 석유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었음을 상기해보라. 1945년 독일이 항복할 때 단 하루치 석유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그래서 전쟁을 하고 싶어도 더 계속할 수 없었다는 역사를 안다면 에너지 대책이야말로 한 나라의 존폐를 가르는 핵심 가운데 핵심 의제임을 결코 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 현실이 된 에너지 위기…'대안'은 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빙산에 충돌하기 5분전의 타이타닉호 승객들처럼 우아한 음악을 들으면서 기름진 음식을 즐기고 있거나 바다이야기 노름에 빠져 니편 내편 패를 갈라 싸우고 있거나 한편에서는 굶주림에 죽어가고 한편에서는 풍요를 만끽하며 다이어트 열풍이 부는 이상한 세상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미래에 대한 불감증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한가하고 어이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기불감증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처럼 석유확보 전쟁을 선택하는 것은 최악의 재앙일 뿐이다. 이미 1970년대 에너지전환의 기회를 잃어버린 미국은 그 때문에 결국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과 다른 길, 기존의 산업문명 자체를 유지하면서 대체에너지를 준비하는 일부 유럽의 에너지전환과 다른 제3의 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유럽형이든 제3의 에너지대안이든 재생가능 에너지로 에너지전환을 실행하면서 에너지소비를 대폭 줄이는 길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
  
  한국도 몇 년전부터 에너지전환의 시민사회운동이 활발하게 활동을 펴나가면서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보급하기 위한 다양한 정부의 정책이 세워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이 전력매입제도, 즉 발전차액 지원제도다. 민간에서 햇빛, 바람, 소수력, 바이오매스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면 국가가 그 전기를 높은 값에 사주는 제도가 2002년에 법으로 제정되었고 관료주의의 온갖 우여곡절 끝에 3년만인 작년부터 비로소 시행될 수 있었다. 이 제도 시행과 함께 한국의 재생에너지 산업은 새로운 미래산업으로서 이제 막 그 씨앗이 뿌려졌던 것이나 다름없다.
  
  '대안의 싹'을 자르는 단견들
  
  그런데 이같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이제 막 새로운 산업으로서 기지개를 켜고 힘겹게 땅 속을 뚫고 나와 새싹을 피우려고 하는 그 순간에 산자부는 그같은 어린 재생에너지 모종을 싹둑 자르는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 30일 산자부는 신재생에너지 이용 발전전력의 기준가격지침(산자부 고시 제2006-89호)을 발표했다. 한 마디로 햇빛발전의 정부매입 단가가 기존에는 1kWh당 716.4원이었는데, 앞으로는 30kW 미만은 711.25원, 그 이상은 677.38원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동안 산자부가 용역을 주어 조사연구해보니 햇빛발전의 수익률이 꽤나 높아 국가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신재생에너지원간 형평성, 국가의 필요성, 경제성과 개발가능성을 종합 고려하여 특히 햇빛발전의 기준가격을 낮추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없고도 우물안 개구리의 눈높이가 아닐 수 없는, 햇빛산업(태양광 산업) 시장을 아예 죽이는, 이적행위에 가까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산자부가 제시한 각종 조사통계 연구 기법은 흔히 근대경제학이 추구하는 숫자 나열의 경제학 수익분석 모델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경제분석 모델은 이미 한미FTA 영향 분석 모델에서 보았듯 어느 한 가지 변수만 조금 달리 넣어도 그 결과가 판이하게 나오는 계량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수익률 계산과 최근 오히려 상승하고 있는 국제모듈(햇빛발전 전지판) 가격만 고려하더라도 결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햇빛발전이 수익이 많다면 2005년 말까지 15개에 지나지 않는 상업용 햇빛발전소의 숫자는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이란 말인가. 그렇게 햇빛발전이 수익이 많다면 왜 산자부 공무원이나 하다못해 에너지관리공단 임직원 가운데 햇빛발전소 건설에 투자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인가.
  
  게다가 정부의 상업용 햇빛발전 전력매입 대금도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다. 발전차액은 사실 약 2조 원에 가까운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불하고 있는데, 이 기금은 우리가 내는 전기요금 가운데 일부를 떼어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홍보에 수천억 원을 쓰면서 지금까지 햇빛발전, 바람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차액에 들어간 돈은 218억 원에 지나지 않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고 있단 말인가.
  
  한국의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에 '교각살우의 우' 범할 건가?
  
  현재 정부는 햇빛발전소 설치비의 70%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자가용 햇빛발전소 보급사업을 중점 시행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정부 예산을 무상으로 나누어주는 이같은 방식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도 정부의 무상보조금 제도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죽일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의 문제점 때문에 시설 자체가 나중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는 실패를 경험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무상지원 제도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음은 이미 전국 방방곡곡 주택 지붕에 고장난 채 애물단지로 방치되어 있는 햇볕온수 시설(태양열 온수 시설)이 웅변해 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상지원 제도 대신 소형 상업용 햇빛발전소에 대한 지원, 전력 판매대금을 담보로 햇빛발전 시설에 대한 융자를 제공해주는 식 등의 지원으로 발상의 전환을 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 그것이 오히려 예산도 효율 높게 사용하고 햇빛발전 시장도 살리는 정책일 것이다.
  
  그럼에도 산자부는 햇빛발전시장을 오히려 죽이는, 고개를 들어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과 화석연료만 고개 숙여 내려다 보는 거꾸로 된 이상한 정책을 집행하려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도대체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에 대해, 에너지전환에 대해 산자부가 과연 어떤 준비나 하고 있는지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산자부의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노력을 폄하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햇빛발전의 기준가격이 앞으로 점차 내려가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시장이 막 생성되는 지금은 아니라는 말이다.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은 시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로 나서서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하는 방식이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전환에 가장 효과가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따라서 산자부는 시급한 에너지전환의 시각 아래 오히려 시민들 속으로 내려가는 소형 햇빛발전소의 확대 보급을 위해 소형의 경우는 기준가격을 좀더 높이고 중대형은 인하 시기를 몇 년 뒤로 미루는 특단의 정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산자부가 진실로 햇빛발전 시장의 확대발전을 생각한다면 햇빛발전 기준가격 대폭 인하 같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정책을 집행해서는 안된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산자부의 고시 개정, 즉 햇빛발전 기준가격을 낮추는 일을 취소하거나 최소한 몇 년간 유예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의 재생가능에너지 새싹을 자라게 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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