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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불편한 진실' 외면하는 부시는 들어라"

[인터뷰] 대권 재도전 의사 밝힌 앨 고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위기를 경고하는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Inconvenient Truth)>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전 세계를 돌며 환경 전도사의 활동을 펴고 있는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이 최근 "미국 대선에 재도전할 수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은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표는 더 많이 얻었으면서도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탓에 백악관 입성에 실패했다. 그 후 앨 고어 전 부통령은 환경운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불편한 진실>도 그 연장선상에서 제작됐다.


문화방송(MBC)의 해외시사 프로그램 <W>(매주 금요일 밤 11시 55분)는 최근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을 국내 방송사 중 최초로 독점 인터뷰했다. <프레시안>은 <W>의 양해를 얻어 최윤영 아나운서가 앨 고어 전 부통령을 인터뷰한 내용을 그대로 싣는다. 이 인터뷰 중 일부는 지난 8일 밤 방송됐다. <편집자>

"기후변화 위기, 행동하면 대처할 수 있다"

최윤영 : 한국에서는 왼손잡이가 재주꾼이라고들 말한다. 왼손잡이이면서 교수, 환경운동가, 기업가, 정치가에다 이제는 <불편한 진실>이란 영화에 출연한 영화배우이기까지 한 당신이야말로 그 예가 아닌가 싶다. 여러 가지 일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은 무엇인가?

앨 고어 : 지금은 지구가 처한 환경위기를 해결하는 데 가장 많은 관심과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내가 하는 연설, 영화, 저서 등은 모두 전 지구적 환경위기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한 것들이다.
▲ 최윤영 아나운서와 인터뷰 중인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 ⓒMBC

최윤영 : 영화 <불편한 진실>은 비평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좋은 평을 받았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앨 고어 : 기쁘다.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한 덕분에 칸의 레드카펫을 밟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최윤영 : 이 영화는 '가장 무시무시한 영화로 기억될 영화'라고 광고되었다. 너무 극단적인 표현 아닌가?

앨 고어 : 그렇지 않다. 우선 영화를 홍보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자극적인 문구를 만들어내도록 월급을 받고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말 자체가 틀린 말이 아니라 '진실'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위기는 현실이다.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건전한 사고방식이 있다면 현재의 심각한 위기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연결돼야 한다.

나는 이 영화가 액션영화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액션, 곧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각한 진짜 이유는, 우리가 행동하면 대처할 수 있는 그런 문제이기 때문이다.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직시해야…"

최윤영 : 영화를 통해 알리고자 했던 '불편한 진실'이란 어떤 것인가?

앨 고어 : '불편한 진실'은 이제 우리 인류가 지구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전 세계의 인구는 무려 4배 이상 불어났고, 기술은 몇천 배 이상 진보했다.

이런 변화로 인류문화와 지구생태는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을 매일 7000만t씩 지구의 대기로 배출해내고 있다. 내일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을 배출해낼 것이다.

우리는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 그런데 정작 오염물질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주범들이 변화를 원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생활방식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화를 실천에 옮기기 시작한 사람은 변화함으로써 오히려 불편하기보다는 삶의 질이 향상되었음을 증명해 보인다. 여러 가지 이유로 팔짱 끼고 앉아서 변화하지 않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다. 사람들에게는 변화의 의무가 있다.

최윤영 : 지구 온난화를 멈추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기나?

앨 고어 : 실력 있는 과학자들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우리가 오염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10년도 채 되지 않아 심각한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나 나는 낙관한다. 우리가 적시를 놓치지 않고 행동을 취할 것으로 믿는다.

만약 우리가 그렇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매우 참혹할 것이다. 북극이 녹고, 남극 서부가 녹고, 해수면이 대대적으로 상승하며 열대성 질병이 온대기후 지역까지 옮겨가 많은 사람들이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해양에서는 더욱 강한 파란이 이는 등 모든 면에서 인간이 살아가기에 어려운 쪽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나는 우리에게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 당장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다.

벌써 이러한 일들의 징조가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깨닫고 인식해야 할 상황의 심각성은 아주 긴급하고 절박하다.

"기후변화 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

최윤영 : 어떤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 문제가 테러리즘, 에이즈, 조류 인플루엔자(AI·조류독감) 등에 비해 긴급한 문제가 아니라고도 한다. 이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앨 고어 : 하나의 위기상황을 다른 것과 비교함으로써 우위를 정하고 또 낮은 우위에 있는 것을 묵살해버리는 것을 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테러리즘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논한다고 해서, 테러리즘에 대해서 신경을 덜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변화 위기는 다른 모든 위기상황과 비교해 볼 때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이다. 유일하게 인류를 종말로 몰고 갈 수 있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인류와 지구와의 관계를 완전히 변형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건강한 균형을 다시 회복시켜야만 한다.

"카트리나 재앙, 부시 정부만 교훈을 얻지 못했다"

최윤영 : 부시 정부와 미국의 일반 대중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보는가?

앨 고어 :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카트리나가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이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경고해 온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로써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됐다. 안타깝게도 부시 정부는 그렇지 않다.

최윤영 : 미국의 대다수 에너지 기업들이 산업과 정치 양쪽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앨 고어 :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한다. 석유회사와 석탄회사는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의회, 대통령은 이들 기업의 말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들의 관심사는 일반 국민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내용과는 다른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석유회사나 석탄회사의 이윤이 인류의 미래만큼 중요할 수는 없다.

최윤영 : 미국의 일부 대기업은 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이 여전히 표면적인 녹색 이미지로 대중을 속여 넘기려고 한다.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앨 고어 : 어떤 기업은 실제로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도 그럴 듯한 녹색 이미지로 포장해 선전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몇몇 환경단체는 기업의 이런 점을 지적해 대중에게 진실을 알렸다.

녹색의 이미지를 갖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결국 실제로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함으로써 바라는 바를 성취해야 한다. 다행히도 많은 업체들이 실제로 환경에 더욱 책임을 지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환경보호 신경 쓸수록 기업 경쟁력도 강화된다"

최윤영 : 환경보호와 경제개발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앨 고어 : 환경보호를 통해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것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 자동차 기업은 사업에 손해를 끼칠 것이라는 생각에서 환경보호 책임을 맡지 않도록 의회를 설득했다.

그러나 이제 이 기업은 소비자들이 한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생산된 더 효율적인 자동차를 구입하게 됨으로써 사업에 손해를 보고 있다. 미국 기업은 환경보호가 사업에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이것은 모든 산업부문에 적용된다.

최윤영 : 부통령으로 재직하던 기간 중에 기후변화 위기에 대해 좀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없나?

앨 고어 : 나는 미국 부통령으로서 일본 교토에 갔었고 돌파구를 찾았다. 그러나 미국으로 돌아온 후 의회의 승인을 받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내가 백악관에서 배운 것은 환경보호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바로 책을 쓰고, 영화를 만들고,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환경위기를 경고하는 강의를 하는 이유다.

최윤영 : 한국은 경제규모가 큰 국가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서도 세계 9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한국인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싶나?

앨 고어 : 기후변화협약 교토 의정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아주 강력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빨리 변화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현대 기술이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산업계마다 상황은 약간 다르다. 그러나 교토 의정서에 맞춰 변화하면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같다. 성공한 예는 얼마든지 있다. 한국의 기업이 더 늦기 전에 변해야 한다.

"폐암으로 죽은 누이 계기로 담배 경작 사업 포기해"

최윤영 : 환경에 대한 관심은 아들의 교통사고와 누이의 사망 이후 더욱 깊어졌다고 들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삶이나 환경에 대한 시각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

앨 고어 : 그렇다. 막내아들이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사고로 내 삶의 우선순위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모든 면에서 말이다. 다행히 그 아이는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그 위기와 싸우는 동안 나는 새롭게 시작하는 자세로 우선순위를 다시 정했다.

내가 정치가로서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았다. 그리고 환경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이 문제를 나의 우선 과제로 삼게 된 것이다.

최윤영 : 누이에 관한 사연도 듣고 싶다.

앨 고어 : 1984년 내가 처음으로 상원의원이 되었을 당시 누이는 폐암 투병 중이었고, 그 해 7월 11일 사망했다. 그 때 우리 가족은 오래 전부터 다년간 담배 경작 사업을 해오던 터였다. 테네시 주에서 내가 살았던 지역은 담배로 유명했다.

우리 가족은 그 비극적인 사건 이후 담배 경작을 그만두었다. 과거로부터 그저 습관적으로 해 오던 일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담배 경작의 문제점을 오랜 시간과 아픔을 통해 깨달은 것처럼, 우리 모두의 생활 방식과 기후변화 위기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도 굉장히 어렵다. 기후변화 위기는 우리 모두가 원인을 제공한 것인데도 말이다.

"2003년 이라크 침공은 미국의 실수"

최윤영 : 이제 화제를 바꿔보자. 2003년 이라크 침공에 대해서 반대하는가?

앨 고어 : 그렇다. 나는 그것이 실수였다고 생각하고, 그 당시에도 그에 대해서 밝힌 바 있다. 불행히 진짜로 실수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라크는 미국을 공격하지 않았고 또 침략을 피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부시 정부는 침략을 했다.

최윤영 : 한국인에게 가장 관심 있는 질문이 될 것 같다. 계속적인 북핵 위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앨 고어 : 나 역시 그 문제에 대해서 깊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 한미 간의 우방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이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하다.

최윤영 : 마지막으로 한국인에게 더 해주고 싶은 말은 없나?

앨 고어 : 나 역시 한국의 급격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신장에 깊이 감명 받은 세계인 중 한 사람이다. 디지털 기술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는 지금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기후변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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