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편 수확량, 전년 대비 49% 증가
2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올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된 아편은 6100톤으로, 전년 대비 49% 증가했다. 이같은 양은 전세계 공급 물량의 92%에 달하는 것이며, 세계 소비량을 30%나 초과할 만큼 엄청난 규모다. 아프간 양귀비를 원료로 하는 헤로인의 대부분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매매되고 있다.
종전 최고기록은 탈레반이 집권했던 1999년에 세운 4600톤이었다. 특히 지난해는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처음으로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의 재배 면적이 전년 대비 21%, 아편 생산량도 2% 각각 감소해 아프간 정부의 '마약류 퇴치 계획'이 성과를 거두는 듯 했기 때문에 이같은 조사 결과는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마약범죄국(UNODC)의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사무국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충격적인 수치'이며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간 정부와 지난 2001년부터 양귀비 재배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제공한 국제사회를 실망시키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코스타 국장은 "아프간 남부 지방에서 대규모로 마약 원료 재배와 마약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반군과 테러리즘, 범죄와 부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은 파멸이 다가오고 있다는 불길한 징조들"이라고 경고했다.
UNDOC는 이처럼 아편 생산량이 급증한 것은 탈레반이 아프간에서도 주요 생산지인 남부 지역에서 세력을 회복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군들이 마약 거래 과정에 개입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재배자들을 보호해줄 것을 약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UNODC에 따르면 양귀비 재배지는 지난해 26만 에이커에서 59%나 늘어 40만 에이커에 달하며, 아프간 전국 34개 주 가운데 양귀비 재배를 하지 않은 곳은 6개 주에 불과하고, 재배 면적이 줄어든 곳도 북부를 중심으로 8개 주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하미드 가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2일 아프간 경찰과 사법당국을 강화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보다 많은 지원을 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부시 행정부 "아프간 정부가 반군 소탕에 소극적이기 때문" 비난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 지원의 주요 목표에 포함된 양귀비 재배 근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카르자이 대통령이 아편 생산에 관계된 반군 소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프간의 국내 총생산 중 35%가 마약류 거래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도 아프간 정부가 강력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의심받고 있다.
UNODC에 따르면 탈레반은 야간에 농부들에게 "보호를 받으려면 양귀비 재배를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는 전단을 배포해 왔다. 탈레반은 마약을 실은 차량이 그들이 장악한 국경을 통과할 때 보호해주는 대가로 일정한 수입을 챙기고 있다.
코스타 국장은 "또한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를 늘리라고 농부들에게 압력을 가함으로써 정부의 대응을 유발하고, 이러한 정부의 대응 때문에 마약 재배자들이 다시 정부에 반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주 후면 철통 같이 보안을 갖춘 100명 수용 규모의 감옥이 개설되는데, 아프간 정부가 6개월 내에 이 곳을 꽉 채워주길 부탁한다"며 아프간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아프간의 대마약 담당 장관 하비불라 카데리는 "이번 소식이 좋지 않기는 하지만, 아편 생산에 대한 정부의 통제계획에 따른 성과는 향후 3년 후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 몇개월 사이에 수백 명이 마약사범으로 체포되고 기소됐지만, 대부분이 마약 운반자들이었다"면서 고위급 마약거래자와 부패 관료 등 '큰 건'에 대해 조사하고 그들을 붙잡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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