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의 고위 간부가 수백억 원의 비용이 드는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특정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한 번이 아닌 여러 번에 걸쳐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타이에서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여러 차례 접대 받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재완 의원(한나라당)은 28일 "지난 2005년 11월 타이에서 열린 국제수혈학회에 참석한 적십자사 간부가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위한 입찰에 응모한 A사로부터 식사와 관광 접대를 '여러 차례'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 적십자사 직원들이 관련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간 적십자사는 "2005년 11월 14일에 한 차례 2만6000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것 외에는 어떤 접촉도 한 적이 없다"며 "'적십사자 임직원 행동강령'은 3만 원 이하의 음식 또는 편의를 받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이날 박재완 의원의 발표가 사실이라면 적십자사 직원들은 한 차례가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접대를 받은 것이므로 '적십자사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박재완 의원은 이날 타이 국제수혈학회에 참석했던 관계자의 증언을 인용해 "학회에 참석한 적십자사 간부는 2005년 11월 14일 식사를 접대 받았을 뿐 아니라 그 이틀 전인 12일에도 마사지를 포함한 관광과 식사 접대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박 의원에게 이런 사실을 증언한 익명의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타이 방콕의 한 호텔에서 2005년 12월 12일 점심시간 즈음에 A사의 S부장이 적십자사의 S국장에게 큰 소리로 '여기서 뭐 하세요? 다른 사람들 다 기다리고 있어요. (마사지 받으러) 빨리 가요'라고 독촉했다"며 "학회 때문에 타이에 온 관계자들 여러 명이 호텔에 있었는데 참 민망한 장면이었다."
데이터 조작 해명도 '말 바꾸기'로 일관
한편 적십자사는 박재완 의원이 지난 22일 제기한 A사 장비의 B형간염 시험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려 세 차례나 걸쳐 말을 바꿔 빈축을 사고 있다. A사는 적십자사 직원들에게 접대를 제공한 다국적 기업이며, 적십자사는 B형간염 시험 데이터를 수정해 A사 장비의 성능을 서류상으로 향상시켰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 적십자사는 지난 3일 유시민 복지부 장관에게 공문을 발송해 "데이터가 바뀐 것은 오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언론에는 "검사할 때 문제가 확인돼 데이터를 빠뜨린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적십자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또 한 차례 말을 바꾼다. 적십자사는 22일 <프레시안> 보도("적십자사, 데이터까지 조작해 다국적기업에 '충성'")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재검사를 한 후 데이터를 수정했다"고 했던 것이다.
박재완 의원은 "데이터가 바뀐 이유에 대한 적십자사의 말 바꾸기는 복지부, 관련업계, 국회, 심지어 적십자사 직원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적십자사를 거짓말을 일삼는 기관으로 각인시키고 있다"며 "적십자사는 이 참에 '검사 자동화 시스템'에 대해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적십자사 노동조합도 23일 "한완상 총재가 책임지고 '검사 자동화 시스템' 도입 과정의 여러 가지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타이에서 A사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 자동화 시스템'은 초기 도입비만 232억 원이 드는 고가의 장비로 검사시약 구입비를 포함한 연간 운영비는 수백억 원 이상이 들어갈 전망이다. 적십자사는 지난 4월 A사의 장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으나 <프레시안>이 지난 6월 문제를 제기하면서("내 피가 다국적 기업 장비검사에 사용됐다고?", "다국적기업 장비시험에 '시민 피' 바친 사정은?") 논란이 촉발돼, 보건복지부에서 현재까지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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