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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정신' 이어받아 주거권 쟁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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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정신' 이어받아 주거권 쟁취하자

[프덕프덕] 그녀들의 CF를 무한 재생하며

최근에 모 아파트 광고가 화제란다. 톱스타들이 아파트 모델 계약을 했는데, 전제조건이 아파트에서 72시간 동안 살아야 한다는 걸 듣고 깜짝 놀라는 내용이다. 맙소사, 그럼 지금까지 모델들은 아파트에서 살아보지도 않았단 건가? 광고 제품 안 쓰는 모순이 화장품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나 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광고 동영상을 감상한다. 롤러코스터 출신 조원선의 노래가 깔리면서 그녀가 등장했다……재생이 끝났다. 아, 정신 차리자, 다시 재생. "래○○ 모델이요? 저야 영광이죠, 좋아요" 쌍팔년도 시절을 연상하는 낯간지러운 대사도 그녀의 입술을 거치면 희대의 광고 카피가 된다. 잠시 후 등장하는 또 다른 그녀도 질세라 "어머, 실제로 촬영을 살아보면서 하는 거에요?"라며 본인에게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마구마구 불러일으킨다.

조원선의 음악은 이어지고, "자는 거 먹는 거 전부 다요?"라고 그녀가 깜짝 놀란다. 설마 3일 동안 군만두만 나오는 건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며 그녀들이 72시간을 보낼 래○○을 그려본다. 아름다운 아파트에서 아름다운 그녀들이 아름답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게 방영되면 아름답게 추락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도 아름답게 부활할 수 있으려나?

▲ 아…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그녀가 사는 저 아파트를 사기 위해 가는 거다. ⓒ래○○ 홈페이지

톱스타들의 아파트 광고가 한동안 잠잠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파트값이 허공답보를 시전하며 그래프 천장을 뚫고 비상하던 몇 년 전 '멍청아, 문제는 부동산이라니깐'이라고 외치던 저명한 교수와 활동가들이 연예인들에게 아파트 광고에 출현하지 말아달라며 공개 편지를 보낼 때의 일이다.

스타들 몸값 몇 억 원이 제곱미터당 분양가에 얼마나 숟가락을 얹었겠는가. 그들의 편지를 받아든 톱스타, 혹은 톱스타 관계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한류 열풍을 등에 업고 만주벌판을 뛰어다닐 준비를 하던 '○사마' 측은 "건설사들이 톱모델을 쓰지 않는다고 분양가가 낮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사마는 분양 자체가 아니라 건설사의 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고 했다.

편지를 받지 못했다는 얼굴본좌 ○태○ 측도 "연예인과 소속사 중 드라마 출연 결정권은 연예인이 더 크지만 광고는 기획사가 더 크다. 부실시공 아파트를 광고하는 것도 아닌데, 아파트 광고를 대부업체 광고 같은 수준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며 힘을 보탰더랬다.

하지만 이러한 결속에 찬물을 끼얹은 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을 감히 입에 올리기도 불경스러운 송혜교. 그는 언론에 "송혜교도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집값의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편지 내용에 공감했다. 편지를 받은 뒤 아파트 광고 재계약 기간이 돌아왔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아파트 광고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라는 모범답안을 제출했다.

예전에 보았던 한 칼럼을 인용하면, "송혜교의 답변은 한 편의 시다."

송혜교의 점괘가 의미하는 것

톱스타들의 아파트 출연 광고를 만류하는 것은 그들의 몸값 때문에 아파트가 비싸져서가 아니다. 무슨 청바지도 아니고 국민들이 과시욕에서 톱스타가 광고하는 아파트 분양에 목을 맬까? 문제는 아름다운 평상복을 입은 그들이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몇 시간 전에 들어온 아파트 무대 세트를 제집처럼 거니는 모습이 집 없는 자들의 울분과 외침을 고스란히 가려버린다는 데 있다.

송혜교와의 계약이 만료된 건설회사는 1년 후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그에게 돗자리를 깔아줬다. 사람들이 '혜교'가 없는 아파트를 거부해서가 아니다. 톱스타의 꺼풀이 벗겨진 뒤 아파트 '광풍'을 등에 업고 수요도 고려하지 않은 채 소득에 비춰 택도 없이 비싼 거대한 성냥갑들을 밀어내던 이들의 못생긴 얼굴이 드러난 거다.

돗자리를 깔고 앉은 송혜교가 내린 점괘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08년은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영어가 일반명사처럼 각인된 해다. 금융위기가 터졌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영원히 오를 것 같던 집값도 떨어졌다. 강남 재건축을 앞잡이로 세워 재흥행을 노려봤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괜히 신화가 아니다.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건설업계가 살려달라 아우성치다 공적자금을 투여받고, 은근슬쩍 규제가 풀려 부동산 재테크 인기 강사 언론을 등에 업고 다시 '광풍'이 몰아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비난과 헐벗은 자들의 아우성을 마주하는 건 당사자들이 아닌 톱스타의 아름다운 미소일 게다.

'72시간 올드보이' 컨셉트를 선보인 래○○도 얼마 전까진 톱스타 출연을 자제하고 실제 거주하는 행운아들의 사연을 묶은 '다시 태어나도 래○○입니다' 시리즈를 내보냈던 걸로 기억한다. 그녀들을 필두로 유명인사들의 래○○ 체험기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들의 삶에 보잘 것 없는 본인의 삶을 끼워 넣고 즐거운 공상에 동참해야 하나. 어쨌든 고민은 고민, CF는 CF, 다시 브라우저를 열고 동영상을 본다. 아, 아름답다.

(어이없어 실소만 나오는 일들을 진지하게 받아쳐야 할 때 우리는 홍길동이 됩니다. 웃긴 걸 웃기다 말하지 못하고 '개념 없음'에 '즐'이라고 외치지 못하는 시대,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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