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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는 맘대로 하고, 약자는 그저 당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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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는 맘대로 하고, 약자는 그저 당할 뿐"

<인터뷰> 촘스키가 본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

헤즈볼라-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유엔 안보리 휴전결의안이 지난 14일 발효 이후 1주일도 못돼 무용지물이 되어가고 있다. 19일 이스라엘 특공대가 헬기를 이용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본부를 습격한 것을 시작으로 또다시 이스라엘-헤즈볼라의 교전이 격화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시리아 등 외부세력의 무기가 헤즈볼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같은 공격을 계속할 것이며, 이것은 자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보리 휴전결의안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 결의안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공격할 권리가 없다.

왜 유엔 결의안은 이같은 불평등한 내용을 담게 됐는지, 중동의 유력지 <알-아흐람 위클리>는 최근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와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근본적인 모순을 짚었다.

다음은 촘스키가 이라크 언론인 알-무프티와 나눈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원문보기) <편집자>

-이스라엘에게는 자위권이 주어진 반면 아랍 국가들에게는 이같은 권리가 부정되는 이유는 뭔가?

"투키디데스(<펠로폰네스전쟁사>를 쓴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는 일찍이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다. '강자는 맘대로 하고, 약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 국제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많은 아랍 국가들이 이번 사태는 헤즈볼라가 일으킨 전쟁이며, 헤즈볼라의 잘못이라면서,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의 성명 뒤에 미국의 압력이 있으며, 지금도 그런 압력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랍연맹 긴급각료 회의에서 알제리, 레바논, 시리아, 예멘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헤즈볼라를 비난했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듯, 그들은 기꺼이 '여론에 공공연히 도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나중에 꼬리를 내렸다. 여기에는 중동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됐다.

압둘라 국왕은 '이스라엘의 오만으로 평화 방안이 거부된다면, 전쟁을 선택하는 길만이 남게 되며, 중동에 어떤 결과가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군사력에 의한 불장난의 유혹을 느끼는 나라를 포함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전쟁과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그리고 나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들이 주로 우려하는 것은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과, 당혹스럽게도 아랍세계에서 헤즈볼라만이 잔혹한 공격을 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 주류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은 이스라엘의 1391 수용소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 장관, 그리고 서방 매체들이 주장하듯이, 이번 전쟁에 법적 또는 도덕적 정당성이 있는가?

"부시와 라이스의 주장은 무시해도 좋다. 그들은 레바논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침공에 직접 관계된 자들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잣대로 보면 이번 전쟁에 어떠한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정당성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이스라엘이 레바논 주민들을 납치해 이스라엘 내 감옥에 보냈다는 사실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들이 있다. 특히 1391수용소처럼 악명높은 비밀감옥들도 있는데, 1391수용소는 그 존재가 우연히 노출됐으나 재빨리 잊혀졌다. 미국에서는 주류언론들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레바논이나 다른 나라들이 보복을 위해 이스라엘을 쳐들어가 이스라엘의 대부분을 파괴할 권리를 가졌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병사를 납치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범죄인 (이스라엘의) 시민 납치라는 오래되고 추악한 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데도, '우리 편'이 저지른 경우에는 미국과 영국에 의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지난 6월 25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병사 한 명을 납치한 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의 초기에 그 같은 사실이 매우 극적으로 공개됐다. 하마스의 납치행위에 대해 서방세계에서 분노하는 모습들이 대대적으로 보여지고,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응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그러나 전날인 24일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에서 2명의 주민을 납치했다. 의사와 그의 동생인데, 이들은 이스라엘의 감옥 어디론가 보내졌다. 이 사건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으며, 주류언론에서 약간 언급이 있었다고 해도 주목받지 못했다. 두 납치사건의 선후관계로만 봐도 이스라엘 병사 납치에 대한 분노는 비웃을 만한 사기극이며, 그 이후 그들의 행위에 대한 한 줌의 도덕적 정당성마저 훼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가자에서 매일 벌여 온 대학살을 정당화할 구실을 갖고 있는가?

"상상 속에서는 어떠한 구실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잊혀진 서안지구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곳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국가적 권리를 말살하기 위한 공작의 최종단계에 있다. 이같은 공작들은 또다른 사기극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잊혀져 온 것으로 (이스라엘에 의해) 점령된 골란고원이 있다. (원래 시리아의 영토였으나 67년 6일전쟁에 의해 이스라엘이 점령한) 이곳은 미국의 암묵적 지지 속에 이스라엘이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결의안을 위반해 이스라엘이 사실상 병합했다."

-이라크인으로서 나는 레바논과 가자 지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쟁은 중동 지역을 재편하려는 부시 행정부의 계획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본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과 프랑스가 중동지역의 세력권을 분할한) 사이크스-피코 협정에 의한 국경선을 다시 그리겠다는 것 아닌가?

"그들 대부분이 사이크스-피코 협정에 대해 들어본 적이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들은 중동 지역에 대해 그들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있다. 그 계획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의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을 통제하려는 전통적인 노력이다. 미국의 계획에 따르지 않는 국가들은 전복되거나 공격 목표가 된다. 과거 역사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헤즈볼라의 공격은 독자적으로 이뤄졌다"

-부시가 추정하듯, 이란과 시리아가 이번 전쟁의 배후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난 7월 12일 국경 부근에서 발생한 이스라엘군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은 최소한 이란과 시리아의 승인 하에 이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다. 하지만 헤즈볼라에 대한 가장 진지한 분석가들 중 많은 이들은 공격 결정 자체는 헤즈볼라가 독자적으로 내린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지금의 레바논과 가자, 그리고 앞서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괴행위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의 역할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유엔 안보리는 국제 열강들, 특히 미국이 설정한 틀 내에서 행동한다. 미국은 통상 영국, 특히 영국의 한 유력지가 '팍스 아메리카의 졸개'라고 비꼰 '블레어의 영국'에 의지하고 있다.

유엔은 2차대전 직후 한동안은 몇 가지 명백한 이유들로 인해 대체로 미국의 지배 하에 놓여 있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지배계층에서도 유엔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1960년대 중반 들어서는 탈식민지와 전후 복구가 이뤄지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그 이후 미국은 각종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압도적으로 거부권을 많이 행사했으며, 영국이 두 번 째로 많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같은 변화에 따라 미국에서 유엔에 대한 지배계층의 지지가 급격히 감소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유엔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는 현저하게 높게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에서 여론과 공공정책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 중의 하나다.

이처럼 유엔이 안고 있는 중대한 한계에 더해, 미국은 스스로 수용할 수 있는 유엔 결의안과 조치들을 만들어낼 힘을 갖고 있다. 다른 열강들도 이기적인 동기를 갖고 자신들이 할 일을 찾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작다. 투키디데스의 공식이 여기서 또다시 적용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오만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에도 투키디데스의 공식이 적용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미국에 있는 그들의 보호자가 허용하고 지지하는 만큼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새겨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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