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일본, 제4기 극장국가로 변신중"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일본, 제4기 극장국가로 변신중"

[화제의 신간] <단도와 활>…한반도를 향한 제3의 화살

<단도와 활>(채명석 지음, 미래 M&B 간)은 일본의 한반도 침략을 경고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 자체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지형을 각각 단도와 활에 비유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은 한반도를 일본 열도의 옆구리를 겨누고 있는 '단도'로 인식해 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일본 열도야말로 한반도를 위협하는 '활'이라고 반박한다.

이제 일본은 '세번째 화살'을 쏘아댈지 모른다는 것이다. 책의 탄탄한 내용과 저자의 이력을 감안하면 이같은 주장을 쉽게 떨쳐 버리기 어렵다.

"일본이 말하는 '보통국가'는 정치·군사대국"

저자 채명석(57)은 현재 '자유아시아방송'의 도쿄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최근 현장에서 지켜본 일본 사회의 급변하는 모습을 이 책을 통해 생생히 전하고 있다.

전남대 무역학과를 나온 그는 25년째 일본에 거주하면서 일본의 역사에 대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쌓아 왔다. 그는 1979년 일본에 2개월 간 단기 연수를 갔다가 문화적 충격을 받고, 본격적인 유학에 들어가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국제경제학)을 마치기도 했다.

일본의 최근 움직임은 사실 심상치 않다. 저자는 일본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키워드로 세 가지를 동원한다. '아이마이사(애매모호함)' '혼네와 다테마에(겉마음과 속마음) '극장국가(모방에 의해 경영되는 국가)"가 그것이다.

저자는 "일본은 지금 신칸센의 속도보다 훨씬 빠른 빛의 속도로 변해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평화헌법의 족쇄를 풀고, 천왕을 정식 국가원수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한 '제4기 극장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저자는 "제4기 극장국가의 키워드는 정치·군사 대국을 의미하는 '보통 국가'라고 정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 정치도 '혼네의 정치', 즉 '강자의 정치'로 변환하는 중이다. 한국과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주변국의 눈치를 보아가며 과거사를 사죄하는 척 하는 '다테마에 정치', 즉 '약자의 정치'를 전면 부정하려는 집단이 바로 일본의 네오콘으로 불리는 '세습 정치가'들이다.

저자는 '탈아론(脫亞論)'의 충직한 계승자이자 곱슬머리를 한 '변종 총리' 고이즈미가 퇴진하면 한일관계가 다시 미래 지향적인 관계로 복원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도 버릴 것을 충고한다.

'포스트 고이즈미'의 유력한 후보들인 아베 신조, 아소 타로, 다니가키 사다카즈 등이 모두 세습정치가이며, 탈아론의 신봉자들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일관계의 정상화'는 턱없는 소리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앞으로 직면할 상황은 "남(한국, 중국)이 이래라 저래라 해서 말을 듣는 척 하는" 다테마에 정치가 아니라 일본의 정치,군사,경제력에 걸맞는 파워를 과시하려는 '혼네의 정치'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저자는 "일본의 근원적인 지각변동을 감지하지 못한 채 일본의 양심세력과 손잡고 한일관계를 풀어간다는 한국 정부의 대일 정책은 한마디로 탁상공론일 뿐"라고 일갈한다.

일본의 혼네를 모르는 '단기 양성 친일파들'
▲ <단도와 활>(채명석 지음, 미래 M&B 간) ⓒ프레시안

저자는 "일본과 일본인들의 혼네, 즉 속내를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제의 식민통치는 축복이었다'는 전직 모 대학교수나, 일본을 몇 번 둘러보고 친일파를 선언한 모 대중가수 같은 '단기 양성 친일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헌법 개정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은 주된 방향이 결정된 상태는 아니지만,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상징 천왕을 정식 국가원수로 복원시키자는 전면 개헌파가 날로 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머지 않아, '전범 국가'의 족쇄를 풀고 천황을 정식 국가원수로 하고,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한 '보통 국가'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게다가 '비핵 3원칙(핵의 보유, 제조, 반입 금지)'이란 말은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최근에는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전수방어 원칙(무력행사를 금지한 현행 헌법에 입각하여 방어에만 전념한다는 원칙), 무기수출 3원칙(1967년 4월 사토 내각이 결정한 원칙으로 공산권, 유엔 결의에 의한 무기수출 금지국,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원칙)도 손 빈 강정이다.

이같은 일본의 변화의 종착역을 추적하기 위해 저자는 '국가로서의 일본'이 어떤 습성을 갖고 있는지를 '극장극가'라는 개념으로 분석했다.

'극장국가'는 원래 19세기 말 발리 섬의 정치 질서에 관한 연구를 책으로 엮은 클리포드 기어츠의 <국가>(1980)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국가의 기능이 외래 사상의 연출 표현에 충실하도록 정치적 질서가 형성되어 있는 나라"다.

극장 국가에는 반드시 '모범적 중앙'이 존재한다. 그 모범적 중앙에 위치하는 발리 섬의 왕은 권력적으로 군림하기보다는 극을 상연하는 빈도, 풍부한 내용, 교묘한 극적 표현을 이용하여 농민의 충성을 동원하는 존재다.

극장 국가의 구성원, 즉 국민들은 모범적 중앙(왕이나 지도자)이 극을 연출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며 맹목적으로 충성을 바치는 존재다. 말을 바꾸면 모범적 중앙이 전쟁극을 상연하면 전쟁에 열광하고, 연애극을 상영하면 연애에 열광하는 식이다.

일본의 교토대학 전직 교수 야노 도오루가 1982년에 펴낸 <극장국가>는 기어츠의 이론을 원용해 일본도 천황(모범적 중앙)을 정점으로 한 극장국가라고 갈파한 책이다.

즉 일본사를 크게 나누면 한국과 중국의 정치 문화를 모방하여 율령제 국가를 연출한 시기(제1기 극장국가 시대)와 메이지 유신을 전후해 서양 문명을 모방하여 근대화를 연출했던 시기(제2기 극장국가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천황제가 성립한 고대 일본은 극장국가적 특징이 가장 두드러진 시기였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후 일본은 요시다 시게루 총리가 내건 '경무장, 경제 우선'이란 기치 아래 애오라지 미국을 모방하여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이 시기가 '제3기 극장국가 시대'다.

"일본의 변신, '신칸센의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중"

저자는 "극장국가의 이론을 빌리면, 일본이 현재 경제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것은 더 이상 '모범적 중심', 즉 모방할 스승이 외국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을 능가하는 새로운 모범적 중심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일본은 경제적으로 재도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기어츠에 따르면 극장 국가는 국가 운영의 시나리오를 제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스스로가 각본, 각색, 연출한 '대동아 공영권 구상'이 파탄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의 고이즈미 정권이 애오라지 부시 정권만을 추종하는 '대미 일변도'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도 국가 운영의 시나리오를 제 힘으로 그려 낼 수 없다는 증명"이라면서 "일본은 현재 (2차대전 종전 이후 맥아더 사령부가 만들어준) '평화헌법'이라는 구호 아래 '평화 국가'를 연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이 지금 모색하고 있는 '제4기 극장 국가 시대'의 유력한 구호는 '보통국가'다. 보통 국가란 상징 천황을 정식 국가원수로 하고, 자위대가 아닌 정식 군대를 갖춘 나라이며, 또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한 정치군사 대국이다.

저자는 "일본은 기회가 오면 핵무장도 불사할 나라"라면서 "전범 국가에서 보통국가로의 전환 속도가 '신칸센의 속도'인지 아니면 '빛의 속도'인지는 머지 않아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