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호루라기' 불면 '보수 매파'가 승리할 것"

안상수-정두언 VS 홍준표-남경필 등 비주류…관건은 '李心'

이명박 대통령이 '이심(李心)은 없다"고 했지만 한나라당 전당대회의 전선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모양새다. 즉 청와대와 가까운 안상수 전 원내대표, 정두언 의원을 필두로 한 '친이 주류'에 홍준표 전 원내대표, 남경필 의원 등 청와대와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비주류'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

이같은 구도는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 대통령이 친정 체제를 강화하느냐, '쇄신'의 모양새를 취하느냐 하는 것과 맞닿아있는 문제다.

지금은 '청심'에 가까운 주류들이 맹공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표결할 것을 주장하는 안상수, 정두언 의원 등이 강경한 자세로 당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 본회의 상정을 위한 '100인 서명' 역시 주류를 지지할 친이계 명단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종의 '정치 공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인식의 기저에는 "여기에서 밀리면 레임덕"이라는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가 호루라기 불면 '보수 매파'가 '보수 혁신' 이길 것"

'강성 친이'로 유명한 안상수 의원은 24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야당 원내대표를 하며 대선,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고, 여당 원내대표를 하며 처리하지 못한 여러 민생 법안을 잘 처리해 정권을 안정시켰다"고 자신의 '강점'을 내세웠다. 정두언 의원은 세종시 재투표를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다.

안 전 원내대표는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제안한 '보수 연합'에 대해 긍정하며 "진보 세력은 단합하고 보수세력이 분열하면 반드시 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패배를 쇄신파처럼 '보수의 패배'로 보지 않고, '연합의 부재'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혁신 보다는 '정체성 사수'를 우위로 두겠다는 것으로 '보수 매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외에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이계는 주로 '보수 매파'들이다. 전교조 명단 공개를 밀어붙였던 초선의 조전혁 의원, '주류 책임론'을 내세운 초선의 정미경 의원 등이 그렇다. 이 외에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전여옥, 이은재 의원 등도 모두 '매파'에 속한다.

반면 홍준표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선거패배의 본질은 지난 1년 동안 정부여당이 독주를 해온 데 대한 반감의 표출"이라며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안다면 당이 청와대의 집행기구로 전락이 되어서 청와대 지시나 청와대의 세운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였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보수 혁신'을 내세우며 부쩍 안 전 원내대표와의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이 외에 중도 성향의 남경필 의원 역시 '보수 혁신'을 기치로 안상수 의원을 맹공격하며 "청와대에 노(NO)라고 할줄 알아야 한다"며 '대등한 당청 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 '쇄신파'인 '초선의원쇄신모임'의 리더 격인 김성식 의원도 현재 출마 여부를 재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강성 친이계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친박계 의원들 역시 '당 쇄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미 이혜훈 의원이 이날 출마 선언을 했고, 서병수 의원, 이성헌 의원 등이 당권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

당료 생활을 오래했던 한 초선 의원은 "좋은 모습이라고 할 순 없지만, 한나라당은 '합의 추대' 전통이 있는 당이다. 즉, 박빙의 승부보다 막판에 '대세론'을 타고 어느 한쪽으로 확 기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즉 '청심'에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든지, '비주류' 의원들 일부가 힘을 받든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면 주류 측으로, 청와대가 호루라기를 불지 않으면 비주류 측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