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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일리수 댐'은 서구의 음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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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일리수 댐'은 서구의 음모인가?

세계적 문화유적지 파괴, '수자원 쟁탈전' 등 논란 가열

올 여름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 물난리가 빚어지자 댐을 더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과 물길 관리만 잘 해도 환경을 파괴하는 댐을 추가로 건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맞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역사적인 착공식을 가진 터키의 '일리수 댐' 은 그야말로 국제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터키 일리수 댐, 고대유적지 수몰 초래

일리수 댐은 이미 24년 전인 1982년 구상되어 설계까지 마친 상태였으나, 댐 건설 지역이 세계적인 문화유적지이자 다양한 생물의 보고라는 점에서 환경 파괴 논란에 휩싸여 구체적인 건설작업이 진척되지 못했다.

게다가 일리수 댐의 건설 문제에는 앞으로 석유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수자원의 확보를 위한 서구 열강의 음모가 깔려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바람에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되어 왔다.
▲ 터키 일리수 댐이 건설되는 고대 도시 하산키프 일대. ⓒAFP

실제로 일리수 댐이 세워지는 티그리스 강이 이라크 및 시리아와의 경계선에 걸쳐 있어 이들 나라들이 "터키가 수자원을 독점하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서는 바람에 지역 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근호에 따르면 일리수 댐이 건설되면 우선 티그리스 강 유역에 있는 하산키프 지역이 수몰된다.

하산키프는 수많은 정복자들이 거쳐간 터키의 고대 도시다. 이 때문에 로마, 아랍, 몽골, 오스만 제국 등의 문화유적이 곳곳에 있다. 일리수 댐이 건설되면 기원전 수천 년부터 이 곳에 있는 유적들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터키 정부는 낙후된 터키 남동부 지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일리수 댐 건설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유적과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주말 에르도간 터키 총리가 참석한 착공식 현장 주변에도 댐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4000명이나 몰려들기도 했다. '하산키프 보존운동'이라는 단체의 에르칸 아이보가는 "진짜 보물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터키의 고대 유적지 보존운동가로 잘 알려진 지네프 아훈바이는 이 때문에 "하산키프를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터키 정부는 문화유적들은 해체해서 유적 공원으로 이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훈바이 등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약속을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이 지역의 고대 유적들은 해체작업을 시도할 경우 깨어지기 쉬운 석재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훈베이는 "하산키프 자체가 독특한 자연유적지이기 때문에 공원에서 재창조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는 다른 댐 건설 반대론자들과 함께 이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연합(EU) 인권위원회에 댐 건설을 중지시켜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쿠르드족 제거하기 위한 건설이라는 의혹도
▲ 일리수 댐이 건설되는 티그리스 강 유역은 시리아와 이란의 국경에 걸쳐 있어 국제적인 갈등도 일으키고 있다. ⓒDER SPIEGEL

댐 건설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도 적지 않다. 터키 정부는 낙후된 쿠르드 지역을 발전시키는 방책의 일환으로 일리수 댐을 건설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댐 건설로 수몰되는 지역에서는 주민 1만5000명이 이주해야 하며, 5만 명이 땅과 재산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댐 건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 쿠르드족이라는 점을 들어 터키 정부가 분리 독립을 요구하는 쿠르드족을 제거하기 위해 댐 건설을 추진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또한 댐이 건설되는 티그리스 강 유역 가운데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을 따라 흐르는 길이만도 32km나 돼 지역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물 가뭄에 시달리는 이들 나라들은 터키가 티그리스 강물을 독점하려고 한다며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실천적 지식인으로 유명한 노암 촘스키는 중동 수자원의 공급지인 터키 남동부에 거대한 일리수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의 배후에 미국과 영국 등 서구열강이 있으며, 석유뿐 아니라 수자원까지 장악해 아랍의 숨통을 틀어쥐겠다는 음모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같은 갖가지 논란에 따라 일리수 댐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건설업체들 중에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들도 적지 않다.

스위스의 UBS와 영국의 발푸어 비애티 등은 환경파괴 논란을 이유로 발을 뺐으며, 대형건설업체 쥐블린이 참여하고 있는 독일에서도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과연 이 댐이 모든 논란을 뚫고 완공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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