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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강신호 회장은 얼마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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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전경련 강신호 회장은 얼마나 받을까?

윤효원의 '노동과 세계'〈7〉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개는 세계적 추세

기업을 공개해 주식을 상장한 회사, 다시 말해 상장법인에 대해 사업보고서에 임원들이 받는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증권거래법 개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를 대표한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이른바 '경제인 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주주총회도 모르는 임원 보수의 개인별 지급액
  
  현행 증권거래법은 186조의 2에서 상장법인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는 사업보고서에 '임원 보수'를 기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시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은 임원 보수의 총액만을 주주총회의 결의로 정해 공시할 뿐 임원들의 개인별 지급 내역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
  
  임원 보수의 개인별 지급 내역이 공개되지 않으니 어느 임원이 얼마를 받아가는지는 소비자는 물론 종업원이나 주주 같은 해당 기업의 주요 이해당사자들도 모른다. 임원의 개인별 보수액의 결정은 지배주주 또는 최고경영자가 장악하고 있는 이사회에서 이뤄지는데, 그 과정은 비공개성과 불투명성 그 자체다.
  
  증권거래법의 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임원의 보수가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정해지지 않고 그 구체적이고 자세한 내용이 사실상 비밀에 붙여짐으로써 증권거래를 공정하게 하여 투자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에 도움을 준다는 증권거래법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졌으며, 기업의 공시(公示)가 갖는 사회경제적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경련의 말장난
  
  전경련이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개를 거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행 제도로도 상장법인 등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선임이 의무화돼 있어, 개별 이사의 보수 결정이 지배주주 1인의 영향력에 좌우되어 비정상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개별 이사의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이사 보수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해 유능한 인재의 확보를 어렵게 하고 이사들의 근로의욕을 감퇴시킴으로써 경영이 활력을 잃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수내역 상 차등이 있는 임원 간 및 임직원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노동조합에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해 노사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소모적인 분쟁과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강제로 공개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 보호 문제와 상충하게 된다.
  
  솔직히 말해, 전경련이 드는 이유들은 어느 것 하나 납득하기 어렵다. 전경련이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개를 거부하는 첫 번째 이유로 든 사외이사의 역할의 경우, 이 제도가 도입된 뒤에도 기업의 사회적 투명성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외이사의 대부분이 지배주주나 최고경영자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채워짐으로써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감시기구의 역할을 하기보다 여전히 기업의 주요 사항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의사를 대변하는 기구의 성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의 목적인 지배주주 1인의 전횡 방지에 사외이사 제도가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다.
  
  전경련 강신호 회장은 2억7500만 원만 받을까
  
  이사 보수의 개인별 공개가 이사 보수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해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게 하고 근로의욕을 감퇴시킨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이사회에 참석하는 극소수만이 알고 소비자는 물론 해당 기업의 종업원이나 주주들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사 보수의 공개가 하향평준화를 가져올지 상향평준화를 가져올지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경련의 강신호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동아제약의 경우 2005년에 이사회가 강 회장을 비롯해 모두 9명(사외이사 3명 포함)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 6명의 보수총액은 19억2500만 원이었고 사내이사 1인당 평균 보수액은 2억7500만 원이었다. 만약 이사 보수의 개인별 공개가 이뤄진다면 보수 총액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강 회장의 보수는 '하향'하고 가장 적게 받는 이사의 보수는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강 회장의 보수는 '상향'할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이사들의 보수가 '상향'할지 '하향'할지는 지배주주를 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그리고 전경련은 이사들의 '근로의욕' 운운했는데, 이것도 사람에 따라 증진될 수도 있고 감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이사의 개인별 보수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해당 기업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종업원들의 '근로의욕'은 절로 배가되고 기업의 사회적 신인도가 높아질 것임은 내로라는 경영학 대가들이 이미 설파한 바 있다.
  
  보수의 공개가 임원들 간 위화감을 조성한다?
  
  전경련이 드는 세 번째 이유는 오히려 임원 보수의 개별적 공개가 빨리 이뤄져야 함을 보여준다. 전경련은 보수 내역 상 차등이 있는 임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된다고 주장하는데, 이 말은 두 가지 점에서 우습기조차 하다. 첫째 이유는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볼 때 개별 보수액을 공개한다고 위화감이 생기는 게 아니라, 나보다 일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 얼마를 받는지를 내가 모를 때 위화감이 생길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위화감 조성과 관련된 전경련의 주장이 우스운 두 번째 이유는 현재 이사회에 참석하는 임원들조차 다른 임원들의 보수가 얼마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사회에 참석하는 임원들도 모르는 개별 임원의 보수를 도대체 누가 결정하고 알고 있다는 말인가. 개인별 보수 공개로 임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개별 임원의 보수 결정이 주주총회도 아니고 이사회도 아닌 지배주주 1인이 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기야 그 비밀을 누가 알겠는가. 현대 자본주의 기업의 꽃인 주주총회의 참석자도 모르는 데 말이다.
  
  기업정보 유통의 후진적 관행을 고집하는 전경련
  
  임원의 보수 공개가 노조에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재계를 대변한다는 전경련이 현대 사회의 핵심 원리인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나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개별 기업에게 노조는 해당 기업의 종업원들로 구성된 자치단체이자 이익대변 조직이다. 종업원들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임원들의 보수를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사실 임원들과 더불어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종업원들이야말로 어느 임원이 일을 잘하고 능력 있으며, 어느 임원이 일을 못하고 능력이 없는지를 주주나 소비자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수많은 경영학 교과서와 처세술 서적들은 종업원들에게 신망을 받고 인기가 있는 임원이야말로 기업의 보배라고 말하지 않던가. 임원들은 종업원들의 보수를 아는데, 종업원들은 임원들의 보수를 모르는 기업정보 유통의 비대칭성과 후진성을 사수하려는 전경련의 시대착오적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국에서는 의회가 대기업 임원의 퇴직금까지 챙겨
  
  마지막으로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시는 개인의 중요한 정보가 강제적으로 공개되도록 함으로써 사생활의 비밀 보호 문제와 상충하게 된다는 전경련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전경련이 시비를 거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에서 기업의 임원들에게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는 그들의 집이 얼마짜리고 소유한 부동산이 얼마나 되며, 몰고 다니는 차가 국산인지 외제인지, 성적 취향은 이성애를 선호하는지 동성애를 선호하는지, 사상이 공산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종교가 기독교인지 불교인지, 나온 학교가 '일류'인지 아니면 '이류'나 '삼류'인지 따위가 아니다.
  
  오히려 해당 기업 임직원 전체의 집단적인 노력과 주주들의 사회적인 투자, 그리고 소비자들의 경제적인 구매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에서 어느 임원이 얼마나 가져갔느냐 하는 고도로 공적(공적)이고 사회적인 성격의 것들이다. 이조차도 모든 기업에 대해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기업을 공개(!)하여 주식을 상장한 회사들에 대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상장(上場)이란 시장에 명패를 내건다는 뜻이다. 해당 기업의 증권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면 그 기업의 경제적 평가가 높아지고 사회적 신인도도 좋아진다. 그리고 이에 비례하여 기업 스스로 사회적 책임성과 투명성을 개선할 것을 요구받는다.
  
  사실 임원 보수의 개인별 공개는 기업 투명성의 첫 단추로 이미 여러 세계적 기업들에서 시행하고 있다. 전경련이 기업 활동의 모범국으로 홍보하는 미국에서는 개별 등기임원의 보수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이고 의회가 나서서 대기업 임원의 퇴직금까지 챙겨본다. 지난 봄 엑손모빌의 전직 총수 리 레이몬드가 4억 달러에 달하는 퇴직금을 챙겨 갖고 나가자 미 의회는 엑손모빌에 퇴직금의 세부 내역을 요구했고, 엑손모빌은 의회의 요구에 순순히 따랐던 사례도 있다.
  
  감동적인 도요타의 임원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그 인상률이 전체 노동자의 임금은 물론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을 훨씬 상회했다. 2005년 삼성전자 임원들의 보수 평균액은 37억9천만 원이었는데, 사내이사에 한정할 경우에는 보수 평균액이 81억5천만 원에 달한다.
  
  재계가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하는 일본 도요타는 임원 보수를 지난 23년 동안 동결시켰다가 올해에야 올리기로 했는데, 2005년 임원 26명의 보수 평균액이 우리 돈으로 4억 원을 밑돌았다. 한국의 친재계 언론들이 칭송하는 도요타자동차 노동자들의 무파업과 임금동결 협조의 배경에는 이러한 도요타 임원들의 솔선수범이 자리잡고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는 자기들의 보수는 얼마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고액 연봉을 받는 '귀족 노동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불온시해 온 한국 대기업 임원들과 비교할 때 도요타의 사례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임원 보수 공개와 관련된 국제적 추세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지난 4월 10일의 <매일경제TV(MBN)>의 보도를 통해 그런 추세를 재확인해보는 것으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미국에서도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이슈로 떠오르면서 기업 경영진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에 따라 기업 임원들의 보수 공개 의무를 강화하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기업의 경영진 상위 5명의 보수는 총 1220억 달러로 지난 1993년부터 1997년까지의 보수 총액 680억 달러보다 80%가량 늘어난 수준입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에 따라 기업 경영진의 보수공개 의무를 강화해 이들의 몸값 상승에 제동을 건다는 방침입니다.
  
  <뉴욕타임스>는 SEC 규정이 최고경영자와 재무책임자, 그밖에 최고 급료를 받는 경영진 3명의 보수를 공개하는 것은 물론 비경영진 3명의 보수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기업 간 인수합병 때 최고 경영진에 막대한 대가를 보장하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 조항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합당한 근거를 제시하도록 했습니다.
  
  재계는 새 SEC 규정에 즉각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기업 투명성 제고 등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보수를 공개하는 과정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스톡옵션의 시장가치를 보수에 포함시키면 경영진의 보수가 실제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 결과, 이들의 엄청난 보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시민들의 비중이 81%로 나타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어 재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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